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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ature Sep 04. 2019

[남자의요가] 내 몸에는 고질적인 문제가 있다

사람은 고쳐쓰는게 아니라고 해도, 내 몸은 한번 고쳐보겠습니다.

내 몸에는 고질적인 문제가 있다.

 

 내 몸에는 고질적인 문제가 있다. 그건 등이다. 남들이 보기에는 굽은 등과 거북목 처럼 보인다. 나는 그렇게 30년 이상을 살아왔기 때문에 문제라고 인식한 적이 없었다. 특별한 통증도 없고, 운동능력에 저하를 주지도 않는다. 다만 등이 굽어보이는 미관상 문제만 있을 뿐이라 생각했다. 어리고 건강한 시절에는 문제되지 않았던 부분이 나이를 먹으면서 조금씩 문제는 발생했다. 등이 굽으니 상대적으로 허리에 무리가 가고, 피로한 날에는 어깨와 목으로 통증이 올라간다. 심각한 상황은 아니지만, 이 굽은 등을 고치지 않으면 나중에 손 쓸수 없을 것 같았다. 병원치료를 해도 평소습관이나 자세를 고치지 않으면 소용없고, 등 주변에 근육을 키우지 않으면 문제는 금방 원래대로 돌아온다. 등 근육은 헬스로 키웠지만 견갑골과 갈비뼈의 간격이 좁아 수축하는 힘이 부족하다는 것이었다.



 

요가로 가장 하고 싶은 것은 '등' 을 곧게 펴는 것이다


 내가 요가로 가장 하고 싶은 것이 바로 등을 곧게 펴는 것이다. 헬스로 등과 척추의 근육에 힘은 있다. 그래서 의식하면 곧은 자세로 유지 할 수 있지만, 조금만 긴장을 풀면 원래대로 돌아간다. 헬스로 만들어진 근육으로 얼마나 오래 버티고 있느냐의 문제였다. 그러나 근육의 힘으로 버티는건 한계가 있다. 편안한 자세로 돌아오면 금세 굽은 등으로 돌아간다. 힘을 빼면 굽은 등이 되는데, 편안한 굽은 등 자세를 유지하면 또 등이 아파진다. 그럼 다시 등을 펴는 스트레칭을 한다. 결국 힘을 써도 힘을 빼도 편안한 자세가 없다.


 요가자세를 완성하는 과정에서도 굽은 등은 항상 문제였다. 등을 펴고 업드리는 자세, 뒤로 넘어가는 자세는 늘 힘든 고역이다. 등이 제대로 펼쳐지지 않으니 자연스럽게 허리와 어깨에 무리가 간다. 그리고 필요 이상으로 힘을 쓰니 근육역시 무리가 간다.  요가는 성과를 내는 스포츠가 아니라 내 몸을 알아가는 수련과정이다. 그래서 내 몸의 가동범위 이상 무리하게 할 필요가 없고 내 몸이 할 수 있는 만큼만 하면 된다.  남과 비교하지 말고 어제의 나보다 나으면 된다는 것이다. 그렇게 조금씩 나아지는게 요가이고 그래서 수업이 아닌 수련이라 부른다. 그러나 승부욕으로 살아온 삶이 어디 가겠는가. 등이 굽어 힘든 자세를 어깨와 허리의 힘으로 어떻게든 해 보려는 욕심이 오히려 몸을 망치게 된다.


 수업을 마친 어느날 선생님이 오늘은 어땠냐는 물어왔다. 난 "몸이 마음처러 움직이지 않아 힘드네요." 푸념을 늘어놓았다. 선생님의 대답은 "몸은 문제가 없어요. 마음이 문제죠." 우문현답을 주었다. 지금의 몸을 만든 것이 누구인지 생각해 보라고, 몸이 잘못한게 아니라 그 몸을 만든 마음이 문제이고, 그 몸을 책망하는 마음이 문제라고, 몸이 움직이지 않는다는 생각을 버리고 몸이 가는 곳으로 마음을 맞추라는 것이었다. 현자같은 말이었다. 결론은 너무 집착하지 말고 천천히 하다보면 자연스럽게 될 것이라는 조언이었다.


  요가가 참 신비롭다 생각한건 어떤 자세를 완성하기 위해서 다른 부위가 대신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어떤 부분의 힘이 없거나 유연성이 부족하면 절대로 그 올바른 자세를 완성할 수 없다. 등을 풀지 않고는 허리와 어깨힘으로 무리해도 자세는 절대 완성되지 않는다. 인생의 작은 깨달음이었다. 절대 대체할 수 없는 것이 있고, 그것이 필요한 이유는 있다.  무엇이든 과정을 제대로 거치지 않고 넘어가게 되면 문제는 나중에라도 생기게 된다. 사회생활에서도 급하게 처리된 업무는 분명 나중에 문제가 생기고, 급하게 만들어진 인간관계도 쉽게 틀어진다. 아픈과정을 겪고, 힘을 키우고, 부드러워지는 과정이 되어야 비로소 요가든 인간관계든 완전한 자세를 유지할 수 있다. 우선 등을 펴고 등의 속에 있는 근육을 만들고 길게 펼 수 있는 수련이 필요한 것이다.


 나의 굽은 등을 원망하지도 말고 차근차근 만들어 가자. 천천히


Bridge Po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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