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내 옆에 있는 사람이 이상형인가요?
사전적 의미에서 이상형이지만, 일반적으로 내가 원하는 애인을 표현하는 의미로 더 많이 쓰인다. 결혼정보회사 설문에 의하면 배우자가 이상형이 아닌 경우가 50% 미만이고 심지어 커플의 경우는 20%가 되지 않는다고 한다. 그럼 이상형도 아닌데 우리는 왜 만나고 같이 살고 있을까?
내가 생각하는 이상형은 단어로 표현한 내가 생각하는 완벽에 가까운 형태를 말하는 건데, 그럼 우리는 왜 이상형과 사귀지 않는 걸까? 혹은 사귀지 못하는 걸까? 결론적으로 얘기하자면, 이상형은 내가 만든 최고의 형태이다. 그러나 그런 사람이 현실에 존재하지 않고, 그저 이상형에 비슷한 사람이 있을 뿐이다. 이상적인 사람을 만났다고 해도 함께 지내다 보면 내가 생각한 대로 상대가 행동하지 않기 때문에 나의 이상에서 점점 멀어진다. 이상형에 가까운 사람으로 시작해서 점점 이상형이 아닌 사람이 된다. 그래서 설문조사 결과 이상형과 아닌 사람과 살고 있게 된다.
일반적으로 이상형은 여성보다는 남성이 더 뚜렷이 가지고 있다고 한다. 남성의 이상형은 외모가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이유 때문이기도 하다. 반면, 여성의 이상형은 남자의 외모뿐 아니라 경제력, 성격, 집안 환경 등 다양한 요소가 있다.
생각해 보면, 나는 이상형과 사귀어 본 적이 한 번도 없는 것 같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은 나를 좋아하지 않았고, 나의 이상형 외모를 가졌지만, 성격은 그렇지 못했던 것이다. 성격이나 취향이 비슷하면 친구로 지내는 건 쉬우나 오히려 애인으로 발전하는 게 더 어려운 경우를 종종 봤다. 애인으로 혹은 배우자로 오래 함께 하는 커플을 보면 의외로 정반대의 성격을 가진 경우가 많다. 깔끔한 성격의 남자와 털털한 여자, 경제적 관념이 뚜렷한 여자와 철없는 남자 , 공대 여자와 인문대 남자, 반대가 끌리는 이유가 내가 없는 것에 대한 동경과 조화가 오히려 더 잘 맞는 이유가 아닌가 생각된다.
영화 취향이 잘 맞았던 여자 친구는 독립영화와 마블을 넘나들며 매주 영화를 보며 데이트를 했다. 동시에 트러블도 영화에서 시작했다. 한 번은 심야영화를 잘 보고 술 한잔 하며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Y “상업영화는 어쩔 수 없는 한계가 있긴 해”
M “상업영화와 예술영화를 구분하는 경계가 뭔데?”
Y “그걸 몰라서 물어보는 건 아니 건 거 같고.. 말하고 싶은 포인트가 뭐야?”
M “모든 영화는 예술이야. 구분할 이유가 없는 거지”
Y “아니 그게 왜 없어!, 그럼 어벤저스가 예술영화야?”
M “예술인지 상업인지는 관객의 판단이지, 제작자나 감독이 의도하는 건 아니지.”
Y “아니지, 아이언맨은 누가 봐도 오락 영화잖아! 처음부터 철저히 상업적인 목적으로 만들어진 맞잖아”
M “결과적으로 그럴 수 있지만, 모든 창작자가 하는 과정이 예술인 거야”
Y “요즘은 영화에서는 시작하는 단계에 이미 결정하고 제작에 들어가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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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소모적인 얘기로 2시간을 싸웠다.
함께 지내다 보면 좋은 일도 많지만 싸울 일도 많은 게 현실이다. 성격이 비슷한 둘은 서로 상처 받는 지점을 잘 알고 있다. 같은 말을 해도 마음에 콕콕 박히게 말을 한다. 오히려 반대의 성격은 아무리 강하게 말해도 의외로 큰 데미지가 없다. 상처 받는 포인트가 다르기 때문이다. 공감 부족의 부작용도 있고, 화가 난 포인트를 모르고 천진난만하게 웃을 수 있는 단점도 있지만 오히려 화해를 부르는 지점이 되기도 한다.
얼마 전 끝난 드라마 '멜로가 체질'에서 우리 너무 뜨거워지지 말고 이 온도 그대로 오래가자는 말이 있었다. 같은 성격의 사람은 극단적으로 갈 수 있다. 비슷한 둘은 너무 뜨겁거나 너무 차가워서 오래갈 수 없다. 한쪽이 뜨거우면 다른 쪽은 차갑게, 그렇게 둘이 일정한 온도를 유지해야 오래갈 수 있는 것 같다.
인지부조화는 생각과 행동이 달라서 생기는 혼란을 말하는 말이다. 현실과 이상의 괴리에서 오는 부작용이다. 처음에는 현실과 생각을 일치시키기 위해 현실을 바꾸는 노력을 한다. 그러나 쉽지 않게 되면, 생각을 바꿔 현실에 적응해 인지부조화를 해결한다.
이상형을 만나는 방법은 의외로 쉽다. 지금 내 옆에 있는 연인을 대상으로 이상형을 만들면 된다. 현실을 바꿀 수 없으면 생각을 바꾸면 된다. 그런 방법이면 늘 이상형과 만날 수 있다. 세상은 그리 어려운 게 아니다. 내가 만든 틀에 갇혀 불행하기보다 생각을 바꿔 행복하면 그만 아닌가?
지금 내 옆에 있는 사람이 내 이상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