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해받고 싶지 않아서 하는 말
처음 요가를 망설였던 가장 큰 이유는 시선 때문이었다.
요가하는 남자의 시선, 내가 나를 보는 시선, 나를 보는 시선, , 그리고 내가 보는 시선.
회사나 사회활동에서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굳이 밝히지 않는다. 부끄러워서도 아니고 그저 불필요한 말을 줄이기 위함이다. 요가하는 남자의 사회적 시선이 조기축구가 취미인 여고생 보다는 좀 낫겠지만, 야구가 취미인 남자보다 이야기 거리가 많은 건 사실이다.
내가 요가를 한다 했을 때 가장 많이 들었던 얘기는
1) 여자 만나려고 하는 거지?
2) 그게 운동이 되나?
3) 아…(게이는 아니지?)
그러나, 취미 모임에서는 나의 요가 라이프에 대한 이야기를 종종 한다. 워낙 다양한 취미가 있는 사람들이라 요가는 아주 흔한 운동에 불과하다. ”아. (흔한) 요가..” 쯤으로 받아들인다. 이렇게 아무렇지 않게 받고 넘어가는 시선이 오히려 좋다.
나는 내가 하는 동작이 제대로 하고 있는지 우스꽝 스럽거나 엉거주춤한 지 궁금했다. 내 자세를 관찰카메라나 예능처럼 제 3자의 입장에서 보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른 사람의 동작이 좀 이상하거나, 반대로 너무 완벽하면, 내 동작은 어떤지 궁금했다. 내가 생각하는 것만큼 내 모습이 아름답지 않을 것을 알지만, 어딘가 봤던 잔근육 가득한 요가 사진에 내 모습을 대입하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수업하는 공간에 들어가면, 나는 선생님 바로 앞자리에 매트를 깔았다. 불필요한 오해를 받고 싶지 않기 때문에, 가급적이면 누군가의 뒤에서 수업을 받지 않으려고 했다. 10~15명이 수련하는 공간에 남자는 나 혼자 혹은 2명 정도만 있다. 조언으로 주변 사람을 여자로 인식하지 말라고 얘기 하지만 내가 그들을 여자로 인식하지 않아도, 그들이 나를 남자로 인식한 순간 나의 모든 시선은 부담스러울 수 있다. 눈치는 주는 게 아니라, 받는 거라는 말이 있다. 사실 아무도 ‘관심’ 없는데 혼자 하는 생각일 수 있지만, 다수의 여자들이 운동하는 공간에 이질적인 존재로 여러 가지 생각이 많았던 건 사실이다.
지금은 익숙해졌고, 맨 앞자리가 채워진 경우도 많아 이제는 자리를 의식하지 않지만, 초반에는 의도적으로 그랬던 건 같다.
대부분 수업은 어두운 조명에서 눈을 감고 의식을 내 몸으로 돌리는 경우라 크게 문제 되지 않는다. 다만 어려운 자세를 취할 때 선생님이 수강생을 지목하고 선생님의 도움으로 자세를 완성한다. 예를 들어 머리 서기 자세는 난이도가 높아 초보자 혼자 성공하는 경우는 드물다. 그렇기 때문에 선생님의 지도가 반드시 필요하다. 머리 서기 자세 과정에서 골반을 먼저 하늘로 올리고 허벅지를 복부 쪽으로 당길 때 대부분 상의가 뒤집어 내려가게 된다. 물론 안팎으로 스포츠웨어이기 때문에 문제는 없지만, 순간 내가 어디에 시선을 두고 있는지, 다른 사람들의 시선이 신경 쓰인다. 그 순간 발끝이나 천장 혹은 먼 곳을 바라본다. 너무 큰 동작으로 고개를 돌리거나 몸을 돌리는 과한 행동도 역시 어색함의 반증으로 보인다. 그래서 시범을 보일 때 가급적 나는 내 동작에만 집중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수련하는 시간이 늘어날수록 함께 수련하시는 분들하고 익숙해져서, 시선에 대한 오해로부터 조금은 자유로워 졌지만, 처음 요가를 시작하는 남자라면 한 번은 고민했을 것이다. 결과적으로 수련하는 공간에서 내 몸에 집중하면 되는 일이지만 불필요한 오해를 사지 않기 위해 조금은 조심할 필요는 있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