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와 속성
독자가 알기 어려운 단어(개념)를 쓰려고 한다면 ‘무엇?’이라고 묻고, 그 뜻을 밝혀야 한다.
빙봉 : 오늘 무슨 일 있었어?
나 : 민주가 나한테 ‘너 페미니스트야?’라고 물었어.
빙봉 : 페미니스트? 그게 뭔데?
나 : 나도 몰라. 그래서 대답을 못했어.
빙봉 : 민주가 말 안해 줘?
나 : 그게, 민주도 정확한 뜻을 모르더라고.
빙봉 : 그럼, 사전을 찾아보면 되겠네.
(사전을 찾아본다)
나 : 여깄다. 페미니스트는 페미니즘을 따르거나 주장하는 사람이라는데?
빙봉 : 페미니즘? 그건 또 뭐야?
나 : 그것도 찾아보자. (사전을 찾아본다) 페미니즘은 성별로 인해 발생하는 정치·경제·사회 문화적 차별을 없애야 한다는 이념을 의미한다고 써있어. 그러면, 페미니스트는 성별 때문에 생기는 여러 차별을 없애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네.
빙봉 : 넌 어때?
나 : 나도 성별 때문에 사람을 차별하면 안 된다고 생각해.
빙봉 : 그럼 너도 페미니스트네.
나 : 그렇네. 내일 민주에게 말해줘야겠다.
민주가 나에게 ‘너 페미니스트야?’라고 물었다. 나는 페미니스트가 무엇인지 몰라서 대답할 수 없었다. 민주에게 물었지만, 민주도 정확한 뜻을 말하지 못했다. 그래서 나는 사전을 찾아보았는데, 페미니스트는 페미니즘을 따르거나 주장하는 사람이라는 뜻이었다. 그런데 나는 페미니즘의 뜻도 몰랐기 때문에, 다시 사전을 찾아보았다. 페미니즘은 성별로 인해 발생하는 정치·경제·사회 문화적 차별을 없애야 한다는 이념이었다. 나도 성별 때문에 사람을 차별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나는 페미니스트다. 내일 민주에게 말해줘야겠다.
페미니스트를 정의했더니, 다시 페미니즘을 정의해야 하는 상황이다. 개념의 의미를 찾다 보면 이런 일은 자주 일어난다. 개념은 인형 속에 인형이 들어가 있는 러시아 전통 인형 마트료시카와 유사하다. 하나의 개념을 정의하는 문장 안에는 정의가 필요한 또 다른 개념이 들어 있다. 그러나 우리는 사전을 편찬하려는 게 아니므로, 개념 정의만 하고 있을 수는 없다.
글을 쓸 때, 단어의 의미를 어느 수준까지 설명해야 하는지는 골치 아픈 문제다. 독자들이 이미 알고 있는 단어의 의미를 장황하게 설명하면 지루한 글이 되고, ‘이 정도는 알겠지’하는 생각으로 개념 정의를 대충 하면 난해한 글이 된다. 어떻게 하든 모든 독자를 만족시킬 수 없을 테니, 그냥 편한 대로 쓰겠다면 어쩔 수 없지만, 독자에게 가닿는 글을 쓰려면, 적절한 수준의 개념 정의는 고민해볼 만한 문제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이 정확한 의미를 모르는 단어(개념)를 아무렇게나 쓴다. 어떤 단어를 글자로 쓰는 것과 그 단어의 의미를 이해하는 것은 전혀 다르다. 예를 들어, 우리는 누구나 민주주의, 자유, 정의 등 그럴듯한 단어를 쓸 줄 알지만, 그 단어가 정확히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지 못한다. 그러므로, 생소한 단어뿐만 아니라, 평소에 습관적으로 쓰던 단어라도 의미가 의심스러울 때는 반드시 그 단어의 사전적 의미를 확인해 보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