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 즈음에 나는 감사함을 배웠다.
세상은 내가 담을 수 있는 크기만큼의 고난을 준다.
지난 해 말할 수 없는 어려운 일들이 참 많았다. 예상치도 못한 이유로 힘들게 쌓아올린 것들이 무너지는 순간을 버티는 것은 20대의 내게는 전혀 준비되지 않은 일이었다. 하지만 돌아보면, 내 삶에는 항상 예상하지 못한 어려움들이 갑작스레 찾아오곤 했다. 어떤 것도 그저 당연스럽게 내게 주어진 적은 없었다.
멀리서 두고 보면 내 전혀 어려움 없이 모든게 평탄할 것이라고 많은 사람들이 짐짓 착각을 한다. 하지만 아픔 없는 인생은 없다. 돌아보면, 눈물 없이는 듣지 못할 수많은 이야기들, 좌절과 고난으로 점철된 파도치는 삶이었다. 정말 바닥을 칠 때면, 왜 나만 이런 고통을 겪어야 하냐고 되묻고 싶어지는 것이 당연하다. 왜 나만 이렇게 힘드냐고, 나도 얼마나 하늘을 원망했는지 모른다. 죽음을 생각하기도 했고, 분노로 가득차기도 했고, 모든 것에 체념한 듯 무기력한 채로 늘어져 있었던 적도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모든 일에는 뜻이 있고, 세상은 내가 담을 수 있는 크기만큼의 고난을 준다. 마치 웨이트 트레이닝을 할 때, 나의 한계를 시험하는 무거운 무게를 들고 파열된 근육에서 더 단단한 근육이 회복되듯이, 상처를 회복하며 나는 한층 더 성장한다는 것.
선한 마음과 끈기만 있다면 언젠가는 회복할 수 있다
매번 다가오는 예기치 못한 어려움을 극복해내면서 배운 것은 선한 마음과 버텨내는 끈기만 있다면 언젠가는 일상을 회복할 수 있다는 사실이었다. 바닥을 느껴본 탓에 감사함을 배웠고, 겸손함을 배웠고, 당당함을 배웠다. 한창 힘들던 작년 어느 날, 근교로 떠나 한참을 바다만 보고 있었다. 고요한 바다가 참 예뻤다. 옆에 있어주는 친구가 참 고마웠고, 그때 들려오던 음악이 참 좋았다. 밤공기가 참 시원했고 그냥 그 순간이 참 좋았다. 그저 내가 살아있음에 감사했다. 이 모든 작은 것들을 누릴 수 있음에 감사했다.
그런가 하면, 고군분투하는 와중에도 든든하게 힘이 되어주는 사람들이 있었다. 누구보다 나의 가족들이 든든한 정신적 지주가 되어주었고, 내 사정을 안타깝게 생각한 소중한 분들이 물심양면 큰 도움을 주었고, 나로 인해 본의 아니게 어려움을 겪었던 사람들조차 내게 등돌리기 보다는 도움을 주었다. 절대 혼자였다면 버티지 못했을 테다. 얼마나 감사한지 모른다.
먼지는 먼지로서의 최선을 다할 뿐
모든 것은 있다가도 없어지고 없다가도 생길 수 있다. 백지 상태에서도 내 힘으로 새로 시작할 수 있다는 스스로에 대한 믿음이 생겼다. 출신이나 타이틀 같은 수식어들로 나를 둘러싸지 않아도, 백지에서도 내 힘으로 시작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내 힘은 나의 이력서와 수식어가 아니라 건강한 정신과 신체에서 온다는 것을 안다. 그렇게 나는 조금 더 겸손해졌고 단단해졌다.
이 넒은 우주에서 나는 한낱 먼지에 불과하다는 겸허한 생각을 안고 산다. 아무리 힘들어봤자 먼지의 아픔이고, 아무리 잘났다고 한들 먼지의 교만이다. 먼지는 그저 먼지로서 최선을 다할 뿐이다. 겸손하게 제자리를 지키면서 내게 주어진 쓰임을 다할 뿐.
나의 서른은 나 혼자만의 서른이 아니다
그렇게 만 나이로 드디어 서른이 되었다. 어릴 적 내가 상상하던 서른의 모습은 아니지만, 그런대로 지금의 삶도 썩 나쁘지 않다는 생각을 한다.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고, 나를 믿어주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은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요란하고 시끌벅적한 일로 가득하지는 않지만, 소박하고 평범해서 더욱 감사한 2023년이었다.
흔히 아이 하나를 키우는 데에는 온 마을이 필요하다고 한다. 결코 이룬 것도 가진 것도 많지 않은 서른의 나지만, 이제는 안다. 동화책 속에 푹 빠져 살던 어린 소녀가 지금의 내가 되기까지 수많은 태풍과 상처와 고난이 있었고, 그 뒤에는 가족과 친구와 동기들 그리고 수많은 사람들의 보이지 않는 응원과 노력과 믿음이 있었다는 것을. 나의 서른은 절대로 나 혼자만의 서른이 아니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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