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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오 Nov 18. 2024

입안에서 벚꽃이 피어나다

일본 전통 와가시 사쿠라 모찌(桜餅)

내가 다니고 있는 전문학교에서는 1학년 동안 빵, 양과자, 일본식 과자(와가시)를 모두 배우며 기초를 다지는 과정을 거친다. 2학년에 올라가면 자신이 가장 관심 있는 분야를 선택해 깊이 있는 학습을 이어가게 된다. 대부분의 학생은 파티시에나 제빵사를 꿈꾸며 입학하지만, 간혹 와가시라는 일본 전통 과자에 매료되어 이 길을 택하는 학생들도 있다. 와가시는 단순히 과자가 아니라, 일본의 전통과 미학이 담긴 작은 예술품 같은 존재다.


와가시를 배우는 학생들 중 일부는 집안 대대로 내려오는 가게를 잇기 위해 입학하기도 한다. 나 역시 와가시를 처음 접했을 때 단순히 “팥을 중심으로 한 달콤한 간식”이라고만 생각했다. 그러나 배워가며 와가시에는 깊은 문화적, 역사적 의미가 깃들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 중에서도 봄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와가시, 사쿠라 모치(桜餅)는 특히 나에게 큰 감동을 주었다.


사쿠라 모치는 이름처럼 벚꽃잎으로 감싸진 작은 떡이다. 이 떡은 벚꽃이 만개하는 3월 중순, 봄의 정취를 담아낸 와가시로 유명하다. 한눈에 보기에도 선명한 분홍빛 반죽과 짙은 녹색 벚꽃잎의 대비가 아름다워 눈으로 먼저 즐길 수 있다. 더구나 떡을 한입 베어 물면 벚꽃잎의 짭짤한 맛과 팥앙금의 달콤함이 어우러지며 단짠의 완벽한 조화를 느낄 수 있다. 씹을수록 퍼지는 은은한 벚꽃 향은 마치 입안에서 봄이 피어나는 듯한 기분을 선사한다.


처음에는 강렬한 단맛을 선호하는 내 입맛에 사쿠라 모치가 약간 담백하게 느껴졌다. 하지만 천천히 음미하다 보니 그 은은함 속에서 전통 와가시가 전달하려는 일본의 수수한 미학을 이해할 수 있었다. 와가시는 단순히 “맛있는 간식”을 넘어서, 자연과 계절, 그리고 사람들의 마음을 담아낸 문화 그 자체였다.



(재료)


찹쌀 가루 100g


뜨거운 물 150ml


상백당 152g


식용 색소 조금


절인 벚꽃잎 4장(물에 헹궈서 염분을 제거)




사쿠라 모치를 만들기 위해 필요한 재료는 비교적 간단하다. 찹쌀가루와 상백당, 절인 벚꽃잎, 그리고 달콤한 팥앙금만 있으면 된다. 그러나 만드는 과정에서는 재료의 상태와 시간 조절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찹쌀가루를 뜨거운 물에 불려 부드럽게 만들고, 여기에 상백당을 섞어 반죽의 단맛과 촉촉함을 더한다. 찜기에 반죽을 쪄내고 팥앙금을 넣어 모양을 잡은 뒤, 마지막으로 절인 벚꽃잎을 감싸면 완성이다.



벚꽃이 피어나는 맛


찜기에서 갓 나온 사쿠라 모치를 보면, 벚꽃잎의 짭짤한 향이 퍼지며 봄의 풍경이 떠오른다. 만들어진 모치는 단순한 과자 그 이상으로, 손끝에서 탄생한 작은 예술품처럼 느껴진다.


사쿠라 모치를 비롯한 와가시는 단맛이 부드럽고 은은하다. 이는 일본에서 흔히 사용되는 상백당이라는 설탕 덕분이다. 상백당은 일반 설탕보다 입자가 고와 반죽에 잘 섞이고, 단맛도 강렬하지 않아 와가시의 섬세한 맛을 완성하는 데 적합하다. 더불어 와가시의 색감을 깨끗하고 선명하게 만들어주어 일본 전통 과자 특유의 미적 요소를 더욱 돋보이게 한다.


사쿠라 모치는 특히 오사카에서 유명하다. 오사카는 타코야키와 오코노미야키 같은 길거리 음식으로도 잘 알려져 있지만, 전통적인 다과 문화 역시 빼놓을 수 없다. 오사카를 방문할 기회가 생긴다면, 현대적인 음식 외에도 사쿠라 모치와 같은 와가시를 꼭 경험해 보길 권한다. 이 작은 떡 하나가 계절과 전통, 그리고 정성을 담은 일본 문화를 이해하는 특별한 창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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