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림으로 달콤함을 만들다.
세상 어떤 분야에서도 빠져서는 곤란해지는 주요 ’ 메인‘과 같은 존재는 있기 마련이다. 예를 들어 한식에 있어서 고추장과 고춧가루는 매운맛과 감칠맛의 핵심 조미료로서 대체할 수 없는 ’ 메인‘이라고 할 수 있다. 이처럼 제과에서의 ’ 메인’ 중 하나로서 커스터드 크림은 슈, 에클레어, 롤 케이크, 밀푀유 등과 같이 다양한 디저트에 사용되는 속재료다.
중세 유럽 14세기 프랑스와 영국에서 쓰였던 커스터드 크림은 지금처럼 끓여서 만드는 것이 아닌 오븐에 넣어서 굽는 형태였다. 17세기가 돼서야 크렘 파티시에르(Crème Pâtissière)라는 이름으로 오늘날의 우리들의 아는 커스터드 크림이 널리 사용되기 시작했고 다양한 형태의 크림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프랑스어로 제과사의 크림이라는 뜻의 크렘 파티시에르는 다른 커스터드 크림과 달리 농후하고 단단한 질감이 특징이다. 레시피에 들어가는 재료는 의외로 주변에서 찾기 쉬운 것들로 구성되어 있다.
우유 500ml
바닐라 빈 1개 또는 바닐라 익스트랙트 1작은술
달걀노른자 4개
설탕 100g
박력분 30g
1. 냄비에 우유를 붓고 바닐라 빈을 넣은 뒤 약불로 천천히 끓인다.
2. 노른자에 설탕을 한 번에 넣고 거품기로 뽀얘지기 전까지 섞는다.
3. 블랑쉬르가 된 노른자에 박력분을 넣고 잘 저어준다
4. 우유가 끓기 직전이라면(83도 정도) 노른자가 담긴 볼에 천천히(노른자가 익지 않게) 부으면서 젓는다.
5. 우유와 노른자가 섞였다면 다시 냄비로 옮겨서 중불로 걸쭉해질 때까지 저으면서 끓여준다.
6. 완성된 크림을 빈 용기에 넣어 랩을 표면에 밀착시켜 덮은 뒤 냉장고에 넣어 식힌다.
이와 같은 공정을 거친다면 우리가 흔히 접할 수 있는 커스터드 크림 ’ 크렘 파티시에르’를 만들 수 있다. 학교에서는 제과 실습 초기부터 현재까지 빠지지 않고 나온 품목이었으며 어떤 반죽이라도 조화로운 맛을 내는 마법과 같은 크림이다.
잘 식힌 크림을 스푼으로 한 입떠서 맛을 보면 풍부한 바닐라 향이 입안에 퍼지며, 부드럽고 농후한 크림의 맛이 천천히 온몸에 퍼진다. 하지만 한 스푼, 한 스푼 계속해서 떠먹다 보면 결국 특유의 깊은 단맛에 질려버리고 만다.
그럴 때 필요한 것이 바로 크림을 가둬줄 生地, 즉 ‘생지’ 다. 예를 들어 슈의 생지는 그저 밀가루를 호화시킨 아무 맛도 나지 않는 껍질에 불과하다. 하지만 커스터드 크림으로 비어 있던 안을 메우면서 크림의 단맛과 껍질의 바삭함과 담백함이 조화를 이루고 그제야 우리들의 입을 즐겁게 만든다. 인생도 그렇듯 크림과 같은 달콤함만 쫓다 보면 질리기 마련이고 푸석한 겉의 생지처럼 무미건조함만이 있다면 삶의 의욕이 없어져버리는 것처럼 뭐든 적당한 조화로움이 중요한 법이다.
또 크렘 파티시에는 그 자체로 끝이 아닌, 휘핑크림을 넣은 크렘 디플로마트 (Crème Diplomat), 버터를 넣은 크렘 무셸린 (Crème Mousseline) 등 응용 방법에 따라 또 다른 풍미를 즐길 수 있다.
다가오는 크리스마스. 사랑하는 누군가를 위해 직접 만들어 선물해 보는 건 어떨까. 어쩌면 당신이 상대방의 퍽퍽한 인생 속을 채워줄 달콤한 크림이 되어 줄 수 있을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