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팥빵
일본 하면 떠오르는 빵은 메론빵, 시오빵, 카레빵 등 다양하고 맛있는 것들이 많지만, 일본 전통의 빵인 앙팡(팥빵)을 빼놓을 수 없다.
이미 한국에서도 오래전부터 빵집과 슈퍼에서 흔히 볼 수 있었던 팥빵은 19세기 메이지 시대에 일본 도쿄의 ‘긴자 기무라야’라는 빵집에서 처음 만들어졌다. 메이지 유신 이후 서양의 문화가 일본에 들어오면서 빵이라는 음식도 도입되었지만, 일본인들에게는 낯선 맛이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에 기무라 야스베에는 일본인들에게 친숙한 달콤한 팥소(앙코)를 서양식 빵 속에 채워 넣는 아이디어를 떠올렸고, 이것이 바로 팥빵의 시작이었다.
팥빵은 오븐에 굽는 방식과 찌는 방식으로 나뉘지만, 내가 다니는 학교에서는 약 220도의 오븐에 굽는 방식을 주로 사용한다. 밀가루, 이스트, 물, 버터 등을 넣고 탄력 있게 반죽한 후 발효를 거쳐 적당한 크기로 나눈 뒤, 스패출라로 팥소를 반죽 안에 채운다.
둥글게 만든 반죽을 손으로 살짝 눌러 가스를 빼고 팥소를 얹으면, 처음엔 팥이 들어가지 않을 것처럼 보이지만 스패출라의 압력으로 팥이 서서히 채워진다. 팥소로 가득 찬 반죽을 손끝으로 살며시 꼬집듯 감싸 모양을 만든다.
이 과정을 반복하다 보면 어느새 수십 개의 팥빵이 팬 위에 먹음직스럽게 놓여 있다. 2차 발효를 마친 후 빵의 윤기를 더하기 위해 표면에 계란물을 붓으로 발라주고, 정중앙에 깨를 뿌리면 오븐에 넣을 준비가 끝난다.
갓 구워져 나온 팥빵을 갈라보면, 따뜻하고 푹신한 빵과 달콤한 팥소가 어우러진 맛에 빠져들 수밖에 없다. 서양식 빵과는 다른 담백하고 부드러운 동양식 빵의 매력을 느낄 수 있다.
어릴 적 할머니께서 종종 사다 주시던 팥빵에 투정을 부리던 기억이 난다. 어린 나이에 팥보다는 부드러운 크림이 더 좋았던 탓에, 팥빵을 한입 물고 크림이 아닌 걸 알아차리고는 실망했던 내 모습을 본 할머니는 늘 “아이고, 크림빵인 줄 알았는데 팥빵이었네?”라며 웃으셨다.
지금은내 입맛에 딱 맞는 빵이지만, 그 시절 할머니와의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소중한 기억의 한 조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