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탄한 기본의 중요성
글쓰기의 기초는 주제 설정과 서론 본론 결론으로 자연스럽게 흐르는 구조 설정 등 여러 요소들이 있다. 이런 기본적인 것들을 무시한 채 글을 써 내려가다 보면 독자에게 무엇을 전달하고 싶은지 도통 알 수 없는 마구잡이식의 글이 돼 버린다.
이처럼 글쓰기와 마찬가지로 모든 분야에서 기본이 성실해야 한다는 말은 이젠 누구라도 고개를 끄덕일 만한 당연한 개념이다. 물론 제과와 제빵에도 기본기를 잘 갖추었는지 아닌지에 따라 시간이 흐를수록 그 차이는 명확해진다.
예를 들어 케이크에 생크림을 바를 때 즉, 아이싱을 할 때 스패튤라를 잡는 방법, 자세, 생크림이 균일 있게 발렸는지, 머랭을 만들 때 설탕을 어느 타이밍에 어느 정도 넣어야 하는지 등. 파티시에라면 당연히 숙지해야 되는 이 기초적인 부분들의 연마가 지반이 견고한 건물처럼 그들의 실력을 지탱해 준다.
100년 200년 심지어 천 년 이상 대대로 운영되어 오는 신니세(老舗) 즉, 장수가게들이 유독 많은 일본에서는 오랜 전통과 명성을 유지하기 위해 특히나 이런 기본기를 중요시 여기고 있다. 그런 가치관이 자리를 잡은 탓일까. 학교에 입학해 반학기라는 긴 시간 동안 실습에서는 손에서 반죽 냄새가 안 빠질 정도로 기본기만 연습을 했다.
테이블 롤(Table -roll). 작은 둥근 형태에 빵을 뜻하며 다양한 방식으로 응용해서 제공되기도 하는 제빵에서 가장 기초적인 빵이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모닝빵과 비슷한 모양이지만 담백한 맛이 특징인 모닝빵과는 달리 더욱 깊은 맛을 자랑하며 식사와 함께 곁들여지는 특징이 있다.
강력분 100g 기준
설탕 10g
소금1.5g
탈지분유4.0g
버터5.0g
쇼트닝5.0g
생이스트4.0g
계란10g
물55g
일반적으로 유지로서 버터만이 들어가지만 이곳의 레시피는 특이하게 쇼트닝도 함께 들어간다. 쇼트닝이 들어가면 글루텐 형성을 방해해 더욱 부드러운 식감을 낼 수 있고 지방 성분으로 인해 빵에 풍미가 더해진다. 이러한 재료들로 믹싱기에 넣고 혼합이 되면 정량의 분할을 하고 탄력 있는 글루텐을 형성하기 위해 둥글리기를 시작한다.
반은 인원은 총 40명. 한 사람당 가져갈 빵의 개수는 6개. 한마디로 240개의 대량의 빵을 구워야 하는 셈이다. 손에 익은 프로들이라면 순식간에 끝낼 양이지만 이곳은 아직 배우는 단계인 풋내기 학생들뿐. 반죽을 너무 세게 말거나 떨어트리거나 하는 참사가 여기저기서 발생했다.
나 또한 마찬가지인 상황. 손이 내 손이 아닌 것 마냥 삐그덕 대는 모습이 우스우면서도 한편으론 갈길이 멀다고 느껴졌다. 결국 한 달 하고도 보름이 지나서야 둥글리기가 겨우 손에 익숙해지고 왜 이렇게나 가장 기본인 이 레시피를 반복했는지 깨닫게 되었다.
그다음 수업의 레시피, 그 다음의 다음도 결국 이런 기본적인 둥글리기와 공정과정을 베이스로 하는 심화 과정일 뿐이었던 것이다. 결국 모든 일에 기본을 쌓는 과정은 결국 필수불가결이다. 이런 견고한 지반을 만드는 것은 괴로움과 지루함의 연속이지만 한번 쌓은 기본기는 가장 튼튼한 주축이며 다양한 방향으로 뻗을 수 있다.
지금 하고 있는 일이 보이지 않는 벽에 막힌 기분이라면 처음으로 돌아가 쌓인 기반을 다시 재정비하는 시간을 가지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