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날에 대한 사색
며칠 전 친구가 말했다.
날이 좋아서 기분이 좋다고.
그런데 그 날 하늘은 하루종일 울먹이다가
이내 마스카라와 파우더를 쓸어내리는 눈물처럼
황사와 미세먼지를 섞은 비를 쏟아냈다.
또 다른 친구는
오늘따라 날이 너무 꿀꿀하다고 했다.
친구의 말을 듣고 창가를 봤다가
지나치게 맑은 햇살에 실명할 뻔 했다.
날이 좋아서 기분이 좋고
날이 좋지 않아서 기분이 나쁜 게 아니다.
날이 좋든 좋지 않든
기분이 좋으면 비가 와도 좋고
기분이 좋지 않으면 푸른하늘도 야속하다.
모든 순간이 그렇다.
뭔가 분위기가 이상하거나
기분에 떨떠름한 순간이 찾아오면
상황에 치우쳐 생각하기 전에 생각해보자.
나 지금 기분 좋은가? 왜 좋지?
완전 좋은데!
혹은
지금 이건 내 기분 때문이야.
상황은 충분히 좋잖아!
좋게 생각해보자!
라고
일이나 정치나 경제 문제는 몰라도
적어도 내 기분 만큼은
좋은 게 좋은거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