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어릴적부터 글쓰기를 좋아했다. 아마 중학교 3학년 때 웹소설 쓰기를 시작으로 즐겨했고, 고등학교 1학년 때부턴 싸이월드에 글을 쓰면서 자기소개서 '취미'란에 '작문'과 '글쓰기'를 적었던 것 같다. 그리고 그 취미는 꾸준히 이어져 10년이 지난 지금 나의 업이 되었다. 그런데 취미가 직업이 되면 한가지 문제가 발생했다. 뭔가 채워지지 않는 공허함과 해소되지 않는 피로감. 이것들이 한데 엉켜 만들어내는 [무기력]에 빠져들게 된 것이다.
처음엔 그것에 굴복하고 하루종일 SNS나 뒤적거리면서 누워서 군것질만 했다. 심지어 어떤 주말엔 해가 뜨는 시점에 눈을 떠서 바로 밥통에 밥을 긁어먹고, TV를 보다가 잠이들고 캄캄한 밤에 눈을 뜬 적도 있다. 문제는 그런식으로 시간을 보내는 것이 잘못되었다고 생각하면서도 '휴식을 하고 싶다'는 본능 때문에 아무것도 하지 않는데서 온다. 이런식으로 게으른 휴일을 보내고 나면 피로가 풀리는 게 아니라 더 쌓이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휴식과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은 다르다고 생각하는데, 아무것도 하지 않고 침대에서 뒹굴거리면 몸이 찌뿌둥해진다. 또 월요일 출근을 위해 일요일엔 잠을 일찍 자야하는데, 하루 종일 낮잠을 자두면 밤에 잠이 안와서 월요일의 컨디션도 무너진다. 반면에 하고 싶은 것을 즐기며 광합성도 적당히 하고, 맛있는 음식도 먹어준 후 저녁에 적당히 노곤한 몸으로 잠에 들면 월요일 아침이 비교적 덜 피곤하게 느껴지곤 한다.
정 할 게 없으면 동네 산책이나 설렁설렁 하면서 계절을 느껴보기만 해도 월요일이 조금은 낫다
그래서 나는 평일 중 1~2일이나 주말엔 의도적으로 일과 조금 멀어졌다. 지난해 12월까지는 일이 끝나면 집에가서 독서를 하고 업무와 관련된 콘텐츠를 습득하면서 각종 공부를 했었는데, 올해 1월부터는 꼭 필요한 공부가 아니면 잠시 미뤄두고 우선 휴식을 취하기로 한 것이다. 그렇다고 맨날 퇴근과 동시에 그냥 놀아재낀 것은 아닌가 오해할까봐 구체적으로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평일엔 5일 내내 전력질주를 하는 대신 3일 정도만 전력으로 사용하고, 남은 2일은 일찍 잠에 들면서 완급을 조절했다. 주말엔 그렇게 남은 여분의 에너지로 최대한 동네를 휘젓고 다니고, 좋아하는 콘텐츠를 소비하면서 재충전의 시간을 가졌다. 그리고 그 시간이 확실히 나의 휴식과 성장에 도움이 된다는 걸 깨닫게 해 준 것은 나의 두 번째 취미였다.
내 브런치를 구독하는 분들이라면 이미 알고 있겠지만, 나의 두번째 취미는 사진이다. 비록 최근엔 시들해졌지만 글쓰기 다음으로 오랜 시간을 이어온 취미다. 심지어 한때는 내가 찍은 사진이 코카콜라 메인 홈페이지에 올라가고 1억명이 팔로우 한 코카콜라 SNS에 소개되는 등 핫한 순간도 있었다. 한마디로 사진은 글쓰기와 버금가는 최애 취미이자, 나의 두번째 특기인 셈이다.
코카콜라가 선정했던 최고의 사진
하지만 돈을 벌기 시작하면서 개인시간이 급격히 줄어들고, 업무가 끝난 후에도 업무와 관련된 공부만 하다보니 사진을 거의 즐기지 못했다. 그런데 최근 반 년 동안엔 주말마다 의도적으로 취미를 끌고 와서 즐겨보려고 노력했다. 그냥 하고 싶어서 한 것이 아니라, 나름대로 삶의 패턴을 분석 했을 때 취미를 제대로 즐길 수 있다면 일도 더 잘되고 삶도 더 즐거울거라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향수 : 서울의 중심에서 고향의 향기를 느끼다> / 김광석 / 청계천 / 2012년
그리고 그 예상은 적중했다. 취미인 사진을 즐기다보니 사진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글을 쓰게 됐다. 카피라이터이자 콘텐츠 프로듀서인 내가 사진으로 콘텐츠를 만들고, 글로 카피를 씌우며 업과 관계가 있는듯 없는듯 사실은 밀접한 역량강화를 하게 된 것이다. 이뿐만이 아니었다. 취미인 사진을 적극적으로 즐기다보니 사진을 통해 돈벌이를 할 일이 늘었다. 월급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의 소소한 부수입이었지만, 이 부수입은 돈의 가치보다 더욱 중대한 사실을 두가지 알려주었다.
나는 절대로 본업을 잃어버려선 안된다는 사실이다. 노력대비 짜잘하기 그지 없는 소소한 부수입이 들어올 때마다 나는 사진으로서의 내 실력이 한없이 부족함을 느꼈다. 그럴 때마다 눈 앞의 본업에 조금 더 집중해야겠다는 생각이 더욱 확실하게 각인된다. 게을러졌던 몸이 부지런해지고, 마음이 다시 바빠진다.
물론 그렇다고 취미를 다시 버리는 건 성장엔 도움이 되지 않는다.
취미의 역량도 더욱 강화시켜 전문화 시켜야 한다. 그렇지 않고 그냥 "아 나는 역시 이 일이 아니면 안되는구나"하는 자세로 본업으로 돌아가면 일의 효율이 오르는 게 아니라 그냥 일의 노예로 전락하는 것이니까. 그래서 나는 사진도 얼마든지 팔 수 있을 만큼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노력하기로 했다. 돈은 조금 주지만 열심히 발로 뛰어 경험을 쌓았고, 그렇게 1만원, 2만원 모여진 돈으로 장비를 업그레이드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취미적 역량을 쌓는 것이 본업의 성장에 무슨 도움이 되냐고 묻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누구나 한번쯤은 '텐션'이나 '가속도', '집중력', '몰입도' 같은 단어들을 들어봤을 것이다. 어떤 일에 몸과 정신이 익숙해지면 흐름을 타고 같은 시간에 더 효율적인 결과물을 만드는 것이다. 취미생활도 마찬가지다. 취미를 통해 즐거운 성장의 경험을 한 사람은 업무 시간에 업무에서도 그런 경험을 하고싶어 진다. 실제로 내가 그랬다. 마음에 쏙 드는 사진을 찍은 다음 날이면 글에서도 그런 결과를 내고 싶어 집중도가 높아진다. 그리고 그런 과정에서 자연스레 내 몸에선 나태함과 매너리즘이 빠져나갔다.
서론이 길었고 본론도 길었지만 결론은 이것이다.
가장 좋아하는 일을 업으로 삼으면서 그 일마저 지루해지고 힘겨워진 시점에서, 건강하고 성장지향적이며 생산적인 나의 취미는 굉장히 긍정적인 동기부여가 되었다. 단순히 취미를 즐기는데서 오는 즐거움을 넘어 성장에 대한 욕구를 불러일으켰고, 그 욕구가 고스란히 다시 본업에 적용되며 취미도 업무능력도 모두 향상한 것이다.
물론 이렇게 좋은 결과를 내기 위해서는 취미와 본업이 서로 상부상조를 이룰 수 있는 특이한 구조여야만 한다는 것은 안다. 하지만 단순히 건강을 강화시키는 취미만 있어도 업무능력 향상까진 아니어도 업무효율에는 도움이 될수도 있고, 전혀 어울리지 않는 두 종류의 분야도 막상 동시에 경험하다보면 어떤 시너지를 낼 수 있을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러니 나는 이 글을 읽는 사람들에게 권하고 싶다.
일을 더 잘하고 싶고, 일을 더욱 잘하고 싶고, 일에서 더 큰 성장을 이끌어내고 싶다면 건강한 두 번째 취미를 만들어보라고. 그 취미를 어느정도 컨트롤 할 수 있다면 그것은 분명 어떤 방법으로든 당신의 성장에 도움이 될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