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툰 남편의 자서전 D+437
며칠 전 아내와 함께
밤하늘의 별을 보며 찍은 사진을 보다가
문득 형들이 생각났다.
나에겐 연락도 되지 않지만
항상 마음속에 별처럼 빛나며
감사한 형들이 있다.
임동진, 김석영, 이상준.
고등학교 1학년 때, 동아리를 홍보하러 우리반에 들어왔던 형들이 있다.
몇 명 더 있었던 것 같기도 하고,
이 중 한 명은 아닌것 같기도 하지만...
내가 이들을 추억하고
이들에게 감사하는 이유는
이들이 나의 인생이 좋은 방향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큰 도움을 주었기 때문이다.
우선 이 형들은 내가 각종 단체에서
리더를 자청하고 나가는 습성의 기본이 되었다.
나이가 많고 힘이 세다고 윽박지르는
다른 동아리 형들과 다르게,
항상 자상하게 이끌어주던 형들의 리더십이
나에게 '리더'라는 역할이 '보스'라는 역할보다
훨씬 더 멋지고 값지다는 것을 일깨워주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리더십' 같은 스킬을 가르쳐준 것 외에도
이들은 그냥 참 감사한 분들이다.
내가 12년 째 덕질을 지속하고,
또 사진을 시작하는 계기가 되었던
'별'을 알려준 사람들이니까.
별과 관련된 추억이 있는 사람들이 떠오른김에
몇 명을 더 생각해본다.
별을 볼 때마다 떠오르는 사람은 다르지만, 거의 대부분 늘상 떠오르는 몇몇 사람들이 있다.
위에서 언급했던 형들 외에도 지호형, 지형이형, 다영이, 연두, 경훈이, 솔이, 경철이, 병길이. 아직도 간간히 연락이 되는 사람들도 있지만, 이제는 별처럼 멀어져서 가끔 프로필 사진을 확인하며 생사를 체크하는 정도의 사람들도 있다.
역시, 인연이란 신기한 일이다.
스쳐갈 줄 알았던 인연들이 나의 가슴에 박히고, 머리에 남고, 추억이 된다니. 수 만 광년, 수 백 광년 너머에서 날아오는 빛이 내 눈에 맺히는 것 만큼이나 감동적이고 아름답다.
요즘엔 고객들이 나에게 그런 사람들이 되어간다.
그들에겐 내가 그저 사진을 찍는 기사일 뿐이고,
나에게 그들은 그저 나의 사진을 구매한 고객일 뿐이지만
한 분 한 분 정성스레 피드백을 주시고,
나의 사진 한 장, 한 장에 고마워해주시는 그분들의 모습을 보면
'그저'라는 관계로 묶어두기엔 너무나도 감사하다.
더 나은 디렉팅,
더 좋은 사진,
더 깊은 사진으로
그들의 가슴에
별처럼 박히는 작가가 되고 싶은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