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서툰남편 김광석 Jan 15. 2021

능력보다 좋은 성과를 만드는 법

서툰남편의 자서전 D+771

1년 전 존경하는 스승님께 연락이 왔다.

"아들 통해서 김치 보냈다. 그 아이 고민 좀 들어보고, 좋은 말도 좀 해줘."


잠시 후 도착한 아이는 대학 진학과 재수 사이에서 고민을 하는 중이었다.


나는 지방대를 나왔고, 별로 대단한 스펙도 없는데...

선생님은 이 아이를 왜 나에게 보내셨을까?

처음엔 내게 조언할 자격이 없다고 생각했다.


그러다가 평소 나의 가치관을 있는 그대로 말하기로 결심했다.

내가 존경하는 선생님께서 나를 믿고 계시니, 

나는 그냥 나를 들려주면 된다는 판단 덕분이었다.


말을 하다 보니 약간 찌질해보이나 싶었지만, 개의치 않았다.

찌질하면 찌질한대로. 그게 나라는 사람이고, 나의 생각이니까.


한 시간 넘게 이어졌던 상담의 내용을 요약하면 아래와 같다.


나는 별로 대단한 사람이 아니다. 그렇다고 나이가 많은 것도 아니다. 너보다 겨우 10년 더 살았다. 그럼에도 그 10년 동안 배운 게 있다면 이거다.

 

성인이 되고 10년 동안 무수히 많은 결정을 내렸다. 그리고 항상 후회했다. "조금 더 현명한 판단을 할 걸...", "그 때 다른 결정을 내렸어야 했어..." 그러다 보니 어느 순간부터 조금 더 과감한 결정을 내릴 수 있었다. 어차피 후회할 테니까. 미래에 대한 걱정보다는 나의 선택을 믿기로 한 것이다.


그 결과 변함없이 더 나은 선택에 대한 아쉬움을 갖고 살아가지만, 항상 스스로 걱정했던 것보다 훨씬 나은 성과를 내는 사람이 됐다.


이 과정에서 내가 깨달은 것은 두 가지다.


첫째는 후회는 나쁜 것이 아니라는 것.

둘째는 일단 선택했다면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것.


내가 지금 후회한다는 것은 후회되는 판단을 내렸던 과거의 나보단 조금 더 성장했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러니 후회하는 감정에 사로잡히기보다는 후회도 경험이라 생각하고 받아들이자. 후회로부터 새로운 가능성을 배우고, 더 나은 성장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어떤 선택이든 한 번 정했다면 최선을 다해야 한다. 목표를 이루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설사 그렇지 못하더라도 괜찮다.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면서 최선을 다했다면 분명 성장했을 것이고, 성장보다 더 좋은 보상은 없으니까.


그리고 1년이 지난 며칠 전, 아이로부터 연락이 왔다.


아이는 '1년간의 재수를 마쳤다'면서 '그때의 말이 도움이 되었다'라고 말했다.

우리는 1년 전과 달리 전화를 통해 소통했다.


통화를 하면서 느껴지는 아이는 1년 전보다 제법 단단해져 있었다.

그래서 이번엔 나의 생각을 말하기보다는 주로 아이의 생각을 물었다.


왜 그런 고민이 있는지, 어떤 생각인지, 왜 그런 생각을 했는지.


질문이 거듭될수록 아이는 곧 스스로 답을 찾았고, 또 하나의 굳은 결심을 내렸다.


상담을 마치고 나는 아이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1년 전과 같은 내용의 메시지를 보냈다.

<후회를 두려워하지 말자. 결정을 내렸다면, 최선을 다하자.>



메시지를 보내고 나서 돌이켜보니 지난 1년은 나에게도 두려움의 연속이었다.


1년 전 나는 3년 동안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었고, 작은 사업을 시작했다.


안타깝게도 코로나19에 치명타를 맞은 웨딩업계였다.

누구도 나를 책임져주지 않는 시장에서, 나는 홀로 코로나19라는 장애물을 뚫어야만 했다.


그런 내가 어려움에 봉착할 때마다 흔들리지 않고 나아갈 수 있었던 데에는 많은 이유가 있었지만, 아이와의 대화는 그 중에서도 꽤나 굵직한 이유였다.

열 살이나 어린 동생에게 호언장담하듯 개똥철학을 말해놨는데, 스스로 지키지 못하면 안되니까.

내 말을 듣고 힘을 얻었다는 동생이 돌아왔을 때, 나는 깡통이나 차고 있으면 진짜로 안 되는 것이니까.


그렇게 1년간의 복기를 마치고 나서야 나는 깨달았다.


내가 아이에게 메시지는 누구보다 나 자신에게 필요한 말이었다는 것을.


그리고 1년 전 선생님은 아이를 내게 보내신 것이 아니라,

그저 우리를 서로 만나게 하셨을 뿐이라는 것을.


덕분에 두 청년은 각자의 길에서 조금씩 더 성장할 수 있었다.

그러니까, 후회를 두려워하지 말자.

결정을 내렸다면, 최선을 다하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