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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툰남편 김광석 Sep 15. 2021

기분이 태도가 되는 것은 인간의 본능이다

본능이 발현되는 순간을 최대한 늦추는 것을 우리는 '실력'이라고 부른다

어릴 땐 몰랐는데, 사회에 나와보니 꼭 보이는 사람들이 있다. 성별이나 나이, 직급 같은 것과 무관하게 어느 조직에네 꼭 있는 사람. 이들의 특징은 다음 세가지로 대표된다.


1. 칭찬을 해도 시큰둥 하다.

2. 피드백을 목적으로 옳은 소리를 하면 굉장히 싫어한다.

3. 가끔 그 사람에게 작은 실수를 저지르면 '왁!'하고 분노를 표출한다.


주변에 이런 사람이 있을 때 우리는 그들을 피하게 된다. 그리고 속으로 이렇게 생각한다.

"자기 기분에 따라 태도가 변하는 저런 사람이랑은 상종하지 말아야지"


재미있는 건 언제나 고슴도치처럼 가시를 뿜어대던 이런 사람들도 갑자기 온순해지는 순간이 있다는 것이다. 점심시간이 되면 갑자기 착해진다거나, 커피나 케잌 같은 간식을 먹을 때 텐션이 올라간다거나, 금요일 저녁에 예정되어 있던 주간 회의가 취소된다거나 하는 순간 말이다. 평소엔 날카롭다가 자기 기분이 좋다고 주변사람을 향해 웃어보이는 그들을 보면 우리는 가끔 섬뜩함을 느낀다.



나 또한 이런 사람들과 소통하는 것을 가장 두려워했다. 그런데 사회 생활을 수 년 지속하다보니 누군가에겐 내가 저런 모습으로 보여지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그 순간 나는 내 자신이 너무 부끄러웠다. 내가 평소 싫어하던 모습을 내 자신이 하고 있고, 내가 소중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때부터 곰곰히 생각해봤다. 나는 왜 이럴까. 왜 이렇게 밖에 못하는 걸까? 그리고 며칠 뒤 나의 이런 고민을 들은 동료가 말했다. 


힘들어서 그래요. 힘들어서...

좀 쉬다보면 괜찮아져요.
주변 사람들을 위해서라도 조금 쉬어요

그렇다. 기분이 태도가 되는 사람들을 볼 때마다 혀를 끌끌 차며 기분이 태도가 되어선 안된다고 말했던 나였지만, 나 역시 피로도가 극에 달하면 그동한 훈련하던 사회적 자아가 가장 먼저 무너진 것이다. 그리고 조금 더 생각해보면 이건 너무나도 당연한 것이었다. 아무리 강한 군인이라도 완전군장을 하고 산 꼭대기에 있는 적을 퇴치하는 각개전투를 하다보면, 다리가 풀리고, 총구가 흔들릴 수 밖에 없다.


생명은 원래 힘이 들면 본능을 따르게 설계되어 있고, 인간은 본능적으로 자기 자신의 안전과 안위를 찾는 법이니까. 물론 혹독한 환경에서 육체의 한계를 느끼지 않는 일반인들은 육체적인 피로도 보다는 정신적 피로도에 더 많이 노출된다. 그리고 인간의 정신이 무너질 때 가장 먼저 함께 무너지는 것은 '태도'가 아닐까 생각한다. 그러니 태생이 정~말 착하게 태어난 사람이 아니라면, 자기 몸과 마음이 힘들 땐 자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예민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그렇다고 내가 힘드니 다른 사람들을 푹푹 찌르는 말을 뱉고 다니라는 뜻은 아니다. 인간은 누구나 이런 실수를 할 수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이러한 상황에 자신도 지키고 태도도 지키는 대비를 해두라는 뜻이다. 우선 최근들어 자신이 다른 사람들과 다툼이 많다고 느낀다면 얼른 자신을 점검해야 한다. 모두가 나를 공격한다고 느껴지는 그 상황, 알고보면 내가 모두까기 인형 모드로 다른 사람을 찌르고 다니고 있을 수도 있으니까.


물론, 기본적인 태도조차 지킬 수 없을 정도로 감정과 정신이 무너진 상황에서 이런 판단이 올바르게 되기는 어렵다. 그러니 싸움이 잦아든 상황이라면 우선 싸움의 대상들로부터 자신을 격리시켜보자. 휴가를 쓴다던가 주말에 재충전의 시간을 충분히 확보해서 정신력을 회복해보자. 그렇게 정신력을 온전히 회복시킨 후 돌아봤더니 본인이 잘못한 것 같다면 충분히 반성하자. 그리고 다음을 대비해야 한다.


1. 나의 태도가 무너졌던 순간을 최대한 정확히 가늠해보자.

2. 그 때 본인이 처리하던 업무량이나 주변 환경을 파악해보자.

3. 태도가 무너지게 된 트리거 따위를 정확히 찾아낼 필요는 없다. 정확한 트리거는 원망의 대상이 될 뿐이다.

4. 대충 가늠해본 업무량이나 주변 환경 등이 본인의 한계점이라는 것만 알아두자.

5. 그 한계점이 스스로 판단하기에 조금 적다면 체력을 기르고,

6. 본인이 생각하기에 혀를 내두를 정도로 과도한 상황이었다면 그런 환경에서 벗어나야 한다.


5번의 경우는 내가 약해서 그런 것이고, 6번의 경우는 환경이나 조직이 더럽게 힘들어서 누구든 지칠 수 밖에 없던 환경인 것이다.


최근 나도 이런 경우가 있었다. 며칠 연속으로 친구들과 다툼이 이어졌는데, 싸우고 또 싸우면서 도대체 그 친구들이 이해가 되질 않았다. 그러다가 한 번은 이들이 자기들끼리 짜고 나를 괴롭히는게 아닌가 하는 의심까지 했다. 그래서 며칠 동안 그들과 나를 최대한 격리시키고 상황을 돌아봤다. 3주 정도 시간이 흐른 뒤 친구들과 싸웠던 상황을 생각하니 헛웃음이 나왔다. 친구도 나도 그냥 멍청이들 같았기 때문이다. 싸울 필요도 가치도 없는 주제로 박터지게 싸우고 서로의 마음에 생채기를 내고 있었으니, 잘한 사람도 잘못한 사람도 없는 그런 멍청한 싸움이었다.


그래서 도대체 내가 왜 그렇게 멍청한 싸움을 했나 돌이켜봤더니, 그맘때 나는 몸은 힘든데 수익은 적어서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내 일상이 무너질까봐 계속해서 두려움이 찾아왔는데, 친구들이 내 말에 작은 부정의 뜻을 비추니 예민해졌던 것 같다. 친구들 또한 저마다 힘겨운 일상을 살아내느라 힘들었을텐데, 별것도 아닌 것 가지고 달려드는 나를 보니 힘들었겠지 싶다.


그렇다면 이런 상황을 예방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조금 쌩뚱맞을지 모르겠지만, 나는 이런 고민 끝에 다음과 같은 처방을 내렸다.


1. 매일 1시간 이상 아무것도 안하고 휴식하는 시간 만들기

2. 매일 1시간 이상 체력단련하기


1번은 내 안에 차 있는 피로를 비우기 위함이고, 2번은 피로를 채울 수 있는 그릇의 크기를 늘리기 위함이다. 앞선 글에서 아무리 잘 훈련된 사람이라도 체력이 부족해지면 기본기가 흔들린다고 말했다. 분명 누구나 그럴 것이지만, 그렇다고 그냥 가만히 있어선 인간이 될 수 없다. 그건 그냥 동물이다. 인간은 자신의 한계가 드러나는 순간을 파악했다면 도구를 쓰든 훈련을 하든 그 순간을 피하는 방법을 연구해야 한다. 나의 경우 체력 그릇이 큰 편이 아니라서 남들보다 더 빨리 예민해지는 것 같다. 그래서 체력단련을 하기로 판단했다.


불현듯 떠오르는 글을 두서없이 적다 보니 내용이 조금 길어졌다. 결론만 정리하자면, 기분이 태도가 되는 것은 큰 잘못이 아니다. 인간이 인간했을 뿐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잘한 건 아니다. 어쩔 수 없이 기분이 태도가 되는 것이 인간의 한계라면, 기분이 태도가 되는 순간이라도 최대한 늦춰보자. 


글의 수준으로 보면 부끄럽기 그지없지만, 요즘 일이 바빠서 글을 고칠 시간이 없다. 우선 그냥 올리고 나중에 시간이 날 때 조금 더 정리해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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