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서툰남편 김광석 Jan 03. 2019

<프롤로그 : 광석의 근원>

<프롤로그 : 광석의 근원>

2017년 겨울, 나에겐 안정적인 거처가 필요했다. 겉으론 프리랜서로의 삶에 만족하고 있었지만 언제 어떻게 무너질지 모르는 위태로운 시장 상황에서 경험이 얕은 프리랜서가 도착할 곳은 결국 위험을 분산하고 실력을 키울 수 있는 거처였던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아무곳이나 들어갈 순 없었다. 마침 이제까지 만났던 파트너 중 가장 몸집이 큰 종합광고대행사에 몸을 의탁한 상황이었어서 좀 더 편안한 마음으로 새 거처를 알아봤다. 그러던 중 지금의 회사와 만났고, 약 한 달 동안의 탐색을 마치고 이곳에 안착했다. 너를 만나기 직전 나의 삶은 그랬다. 우주에서 떨어진 유성처럼 어디서 온 지 모를 길을 걷고 있었고, 파도에 쓸려나간 몽돌처럼 어디로 갈 것인지 모를 길을 걷고 있었다. 2017년 봄, 네가 주운 광석은 그런 존재였다.


그로부터 1년 하고도 6개월이 지났다. 이제 나는 더이상 불안하지 않다. 흐릿했던 나의 길은 보다 명확해졌고,앞으로 가야 할 길은 여전히 희미하지만 너와 함께이기에 두렵지 않다. 회사 생활에서 어려움을 느낄 때도, 가족 또는 친구들과의 관계에서 갈등에 빠질 때도 너는 언제나 나의 존재를 꾹 붙들고 말한다.


"잘했어."라고


안다. 그럴 때마다 내가 정말로 잘해서 잘했다고 하는 게 아니라는 것은 안다. 그럼에도 나를 꾹 붙들고 믿어주는 너의 존재는 울퉁불퉁 모난 돌멩이 같던 나를 점차 둥글게 다스려간다. 그러니 나에게 너는 조각사다. 어디서 온 것인지, 어디로 갈 것인지 모를 광석을 이 땅에 박아두고 이리 깎고, 저리 깎으며 다듬어가는 조각사. 때론 바람처럼, 때론 달빛처럼 나를 그려갈 나의 조각사 말이다.


그래서 나는 이 글을 쓴다. 이제까지 살아온 시간보다 몇 배는 많은 시간 동안 나를 다듬어야 할 너를 위해. 너의 손이 타기 전 나라는 원석은 어떤 모양이었는지 보여주려고. 그래야 때론 그저 깨져버린 돌멩이 같고, 때론 단단한 바위 같은 나의 구석구석을 보여줘야 네가 당황하지 않고 나를 다듬을 수 있을 테니까.


그러니까 이 글은 네가 다듬어야 할 광석을 소개하는 글이다. 성분은 무엇이고, 생긴 건 어떻고, 강도는 어떤지. 그래서 취급시 주의사항은 무엇인지. 이 글을 읽으며 이해하길 바란다. 그리고 또 그런 이해에 이 글이 도움이 되길 바란다.

이전 25화 아직도 계약서에 없는 '정'과 '의리'를 믿는다면...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