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을 잘 찍기 위해 필요한 기술에 '스마트'는 없다.
스마트폰이 보급되면서 카메라 시장에 새로운 위기가 찾아왔다는 풍문이 돌았었다. 이에 따라 스마트폰의 기능을 일부 포함한 '스마트카메라'의 시장을 개척하려는 움직임도 보였다. 하지만 전통 카메라 브랜드들은 이를 비웃기라도 하듯 동요하지 않았다. 이들이 동요하지 않았다고, 변화를 멈춘 것은 아니었다. 다만, 이전부터 시도하던 도전들을 천천히 강화했을 뿐이다. 전통 카메라 브랜드가 동요하지 않은 이유는 간단했다.
이메일, 소셜쉐어, 모바일링크(?), TV 연결, 클라우드, GPS, 그 외 다양한 앱 다운로드(필터 등)
대표적인 기능이라고 뽑아놓은 기능만 보아도 딱히 필요가 없다. '사진을 찍는 데'쓰는 기능보다는 '사진을 공유하는 데'쓰는 기능이다. 요즘 세대가 사진을 찍는 목적이 '공유하기 위함'이라는 것에 초점을 맞췄거나, 핸드폰에 스마트 기능을 넣으니 핸드폰이 잘 팔렸듯이 카메라도 비슷할 것으로 생각했던 모양이다.
그런데 과연, 이런 기능들이 카메라 안에 있어야 할까? 저 기능들은 이미 새로 나온 스마트카메라보다 몇 배는 더 스마트한 당신의 스마트폰에 들어있다. 심지어 '기본적인 기능'으로 말이다. 심지어 스마트카메라들의 터치감이나 반응속도는 1세대 스마트폰 보다, 아니 1세대 아이팟만큼이나 저질스럽다. 그런 물건으로 까다로운 보정 작업을 하려면 사진 1장에 수 분이 소요된다. 내 몸과 마음을 읽고 움직이는 듯이 최적화된 스마트폰으로 옮겨 작업하면 몇 초면 할 수 있는데, 그 무거운 카메라를 들고 수 분 동안 보정작업을 하는 것은 스마트하지 못하다.
그나마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옮기는 과정이 번거롭던 시절에는 "옮기기 귀찮잖아"라는 변명이라도 통했다. 그런데 이제는 스마트폰용 리더기가 단돈 5천 원에 엄지손가락만 한 크기로 출시됐다.
요즘에는 스마트기기가 많이 나오면서 '다기능 도구'가 편리한 듯 보이지만,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다. 이전부터 인류는 다양한 기능을 합친 제품을 발명하곤 했다. 하지만 모든 경우가 성공적이었던 것은 아니다. 대학교 강의실에서 볼 수 있는 책상과 의자를 붙인 '의자 일체형 책상'이 대표적이다. 이것을 만든 사람은 분명 "이 두 개가 하나가 된다면!"이라고 생각했을 것이지만, 안타깝게도 이 물건은 세상에서 가장 쓸모없는 물건 best 3위 안에 든다는 첩보가 있다.
이들이 실패한 원인은 도구가 가진 특성을 무시했기 때문이다. '도구'는 본질에 충실해야 한다. 예를들면 책상은 물건을 올려놓고 몸을 기댈 수 있게 넓고 안정적이어야 한다. 의자는 내 마음대로 이동할 수 있어야 자세를 편하게 잡을 수 있다. 그런데 이 둘을 붙여놓으면 책상은 좁아지고 의자는 고정돼서 두 도구의 장점을 모두 잃어버리게 된다.
카메라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카메라는 사진을 본래 입력하는 도구다. 예전에는 '필름'이 저장을 하고, '인화'가 출력을 담당했으며, '앨범'이 공유를 담당했다. 오늘날의 DSLR이나 미러리스 카메라는 '출력'과 '저장'을 카메라 자체에서 해결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미 많은 기능을 삼켜버렸다. 다행히도 저장기능은 'SD카드'의 발전으로 분리되는 추세이고, '출력'은 궁합이 잘 맞아 떨어져서 유지되고 있다. 이에 대해서는 운이 좋았다기보다는 '입력'과 '출력'이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보니까 합쳐진 특수한 경우라고 해석할 수 있다.
그러나 '보정'과 같은 편집 기능은 '입력'을 위한 도구 자체에서 할 필요는 없다. 사진을 좀 찍어 봤던 사람이라면 열이면 열 백이면 백 "카메라를 들고 밖에 나갔다면, 한 장이라도 더 찍어야지, 찍다 말고 편집을 하는 바보 같은 행동을 하지 말라"고 할 것이다. 사진의 경우는 한 장을 찍을 때 드는 시간이 1/250초인데, 보정은 아무리 대충 한다고 해도 5초는 소요되니 도구의 본질보다 더 오랜 시간을 투자해야 하니 배보다 배꼽이 더 크기 때문이다. 게다가 보정은 집에 가서 몇 날이고 며칠이고 미뤄가면서도 할 수 있는 작업인데, 눈앞에 지는 태양을 배경으로 떨어지는 꽃잎과 그 아래 서 있는 예쁜 여친은 그 순간에만 존재한다.
따라서 카메라라는 도구를 강화하는 데 필요한 기능은 '입력'을 편하게 하거나, 이를 강화하는 기능이다. 그렇다면 어떤 기능들이 이러한 조건에 해당할까? 사진이 삐뚤어지게 찍히는 것을 방지하는 '수평계', 다양한 리모트컨트롤이 가능한 '원격조정', 어두운 곳에서도 밝게 찍을 수 있는 'ISO 감도 증가'와 '노이즈 감소', 빠른 피사체를 찍을 수 있는 '셔터스피드', '센서의 속도', '센서의 정확도' 등이 그것들이다. 여기에 하나 더 욕심을 낸다면 5천 원짜리 리더기를 따로 들고 다니지 않아도 되는 '무선송신'도 쓸만하다.
사진은 '찰나'를 '영원히' 붙잡아 두는 것이다.
꽃이 지기 전에 셔터를 누르고,
보정은 집에서 천천히 하자.
하지만 사진을 즐기는 사람이 아니라면, 이런 소프트웨어적인 기술보다 하드웨어적인 기술이 더 중요하다. '부피'와 '무게'는 이러한 부분에서 가장 우선되는 조건이다. 대부분의 사람이 무겁거나 크다는 이유로 DSLR을 사고 집안에 잘 모셔두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의 DSLR 인구가 1천만을 넘어서는 현시점에서 길거리에 카메라를 들고 다니는 사람이 5명 중의 1명은 커녕 20여 명 중에 1명인 것을 보면 분명하다. 그런 사람들에게 수평계, 셔터스피드, ISO는 '캔디카메라' 같은 스마트폰 앱에도 있는 기능과 다를 바 없다. (실제 스마트폰 어플 내의 기능은 그저 껍데기뿐인데도 불과하고)
따라서 당신이 만약 카메라를 사기 전에 어떤 기능이 좋을까 고민하고 있다면, 가장 가볍고 가장 작은 모델 중에서 고를 것을 추천한다. 그렇지 않으면 분명 여행을 갈 때는 무겁고 짐이 될 것 같아서 혹은 잃어버릴까 봐 가져가지 않을 것이고, 기어이 들고 가서도 '스마트폰이 있으니까'라는 핑계로 숙소에 놓고 다닐 것이다. 실제로 '중고나라'에는 포장만 막 뜯은 최고급 전문가용 DSLR인 '5D MARK'급 카메라가 "작년에 샀는데 두 번 밖에 안 썼어요"같은 제목으로 올라온다.
내 입장에선 새 카메라를 사야 할 때, 이런 분을 만나면 기분은 좋겠지만 내 글을 읽은 사람이 나의 판매자가 되기는 바라지 않는다. 그래서 이번 글에서 제시한 조건에 가장 적합한 '초심자용 카메라'를 추천하며 글을 마친다. 단, 모든 카메라를 실제로 사용해보진 않았으며, 브랜드에서 제시한 기능을 기준으로 비교한 글이니 이 외에도 다른 글을 참고하길 바란다. 또한, 필자는 '캐논'의 유저라서 잘 아는 브랜드로만 예를 들었다. 이외에 다른 브랜드는 해당 브랜드 유저의 추천을 듣길 바란다.
보급형 DSLR 1,2위 모델 : 새제품 가격 7~80만원
750D가 나오고 5개월 뒤에 760D가 나왔다. 이런 경우 일반적으로 변화의 폭이 좁다. 이 둘의 차이를 찾아보면, 750D는 무게가 510g, 동영상 프레임이 30이고 얼굴인식 기능이 있지만, 760D는 무게가 565g, 동영상이 60, NFC 기능이 있다. 이 글에서 정한 기준으로는 750D가 더 가볍고, 더 적합하며, 더 저렴하다.
하드웨어적으로는 760D는 자칭 '준 중급기'라고 부르는 만큼 중급기 스러운 디자인으로 발전했다. 특히 전문가들이 자주 애용하는 상단의 LCD가 돋보인다. 하지만, 초보자에게는 딱히 필요가 없다. 고로, 750D를 추천한다.
보급형 미러리스 1,2위 모델 : 새제품 가격 2~40만원
이 둘의 경우는 차이가 좀 크다. M3는 화소가 2420만 화소, 무게가 366g, EF 마운트, 최대연속촬영속도 4.2, 얼굴인식이지만 M10은 1800만 화소, 301g, M 마운트, 최대연속촬영속도 4.6매로 '새 제품'이지만 상당 부분 다운됐다. 이 두 제품 중에서는 M10이 더 저렴하긴 하지만, M3를 추천한다. 무게와 부피에서는 M10이 이익일 수 있으나, 지나치게 작고 가벼워지는 'M 마운트'가 만들어내는 한계 때문에 콤팩트도 아니고 DSLR도 아닌 '계륵' 같은 카메라가 될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카메라 포털에 검색하면 M10에 실망한 유저들이 많다.
나는 더 많은 사람이 더 많은 DSLR로 더 많은 작품을 찍어내길 바란다. 그러려면 그만큼 많은 사람이 카메라에 흥미를 느끼고 카메라를 좋아해야 한다. 그런데, 엉뚱한 카메라로 시작을 한 사람은 그렇게 될 가능성이 작다. 첫 카메라가 별로면 '카메라 자체'를 별로로 생각하기 쉽기 때문이다. 그래서 온 힘을 다해 경험을 녹여내고 지식을 풀어 설명했다. 부디 이 글을 읽은 많은 입문자가 훗날 나와 함께 사진을 나누는 기회가 생기길 바라며 글을 마친다. 나의 모든 글이 그렇듯, 끝은 글을 읽느라 수고하신 분들을 위해 사진을 몇 장 공유한다.
사실, 작품이 되는 순간은 '우연하게' 만나고, 그걸 사진으로 만들기 위해선 '당연히' 카메라가 있어야 한다.
우연한 순간에 당연하게 갖고 있을 수 있는 카메라가 좋은 카메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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