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서툰남편 김광석 Jul 20. 2016

기념사진에 내가 나왔으면 정말 좋겠네

기념사진에 나올 수 없는 사진쟁이의 설움

사진쟁이의 칭호를 획득하니

주변의 지인부터 일부 지인의 친구까지 내가 사진을 찍는 사람이라는 사실을 안다. 그래서 사진과 관련된 주제로 연락해오는 지인도 늘고 있다. 단순히 연락만 오는 건 아니다. 결혼식 보조 스냅이나 가게 오픈 기념사진을 부탁하는 사람도 늘었다. 하지만 나는 장비도 없고 주로 풍경사진을 찍다 보니 이럴 때 도움이 되기는 어렵다. 비록 대부분 거절하게 되지만 이처럼 누군가의 머릿속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일과 연관되어 있다는 사실 나에게 자부심이다.


보조 스냅으로 촬영했던 결혼식 사진ㅠ


그러나 자부심이 드는 일이라고 해서 모든 순간에 반갑고 기분 좋은 건 아니다. 이상한 사진을 찍어 달라는 요구나 힘들게 찍은 사진을 무료로 달라는 요청을 받으면 마냥 달갑지만은 않다. 이와는 조금 다르지만 마찬가지로 카메라를 잡는 것이 달갑지 않은 상황이 있다. 바로 단체 기념사진을 찍어야 하는 순간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삼각대마저 없는 날이면 주변 사람들이 내가 사진쟁이라는 사실을 잊어주길 바라며 뒤로 숨는다.




나도 기념사진에 나오고 싶어요...ㅠㅠ


기념사진의 의미가 기념할 만한 순간에 찍는 사진이니, 기념사진을 찍는 순간은 행복하고 즐겁다. 대게 이런 순간은 시간이 지난 뒤 사진을 열어보며 추억을 회상하기에 적절하다. 하지만 내가 카메라를 들고 찍은 기념사진 속에 내가 나오기는 불가능하다. 아무리 내가 찍었다 한들 내 모습이 보이지 않는 기념사진을 오랜 시간 보관하기도 좀 그렇고, 보관했다 한들 내가 없는 사진 속에서 추억을 끄집어낼 만큼 나는 상상력이 풍부하지 못하다.


가끔 사려 깊은 사람이 있을 땐 사진을 찍은 후에 나를 대신해 카메라를 잡아주지만, 이런 경우 적지 않은 사람들이 '뭐야~ 또 찍어?'라고 말하거나, 불만스러운 표정을 사진에 남겨놓기 때문에 좋은 사진이 나오기 어렵다. 눈치 없이 순수한 시절에는 "저랑 교대 좀…."이라고 한 적이 있는데 그 모임의 대표가 "뭘 또 찍어 그냥 넌 합성해서 넣어. 크크"하면서 무안을 선물해주신 적도 있다.



나는 사진을 좋아한다. 사진을 좋아한다는 건 사진을 찍기 만큼 보기도 좋아한다는 뜻이다. 그래서 1년에 한 권씩 앨범을 찍어낸다. 그렇게 찍어낸 앨범을 보다가 발견한 단체 사진 속에서 내 얼굴이 보이지 않으면 조금 속상하다. 나는 사진을 보면서 그들을 떠올릴 수 있지만, 그들은 사진 속에 보이지 않는 나를 떠올리기 힘들기 때문이다. 또 다들 멋진 장소에서 활짝 웃는 얼굴을 남겨놨는데 내 얼굴은 사진 뒷면에 있어 보이지 않는다.



내가 보이지 않는 기념사진ㅠㅠㅠ #내가찍음





이런 생각을 한 계기는 2014년에 직업 특성상 특히 많은 기념사진을 찍어댈 때였다. 일주일에 한 번은 기념사진을 찍었는데 총 400여 장의 기념사진 중에서 내가 나온 사진은 2014년을 통틀어서 5장뿐이었다. 이를 깨달은 후로는 기념사진을 찍을 때, 최대한 사진사의 역할을 피하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내가 피하고 싶다고 피해지는 것은 아니었다. 사진과 내 이름의 연관성이 깊어진 만큼 기념사진을 찍는 순간에 내가 가져야 할 책임감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항상 말로는 이렇게 투덜거리지만, 삐뚤어지거나 초점이 맞지 않거나 밝기 조절에 실패한 기념사진을 보면 한숨이 절로 나온다. 억울하지만 제대로 된 사진을 남겨놓기 위해서는 내 기회를 희생해야 할 때도 있는 법이다.


그래서 기념해야 할 만한 순간이 생길 것 같은 날에는 삼각대를 꼭 챙겨간다. 예를 들면 회사 워크숍, MT, 가족여행 등 어딘가를 떠날 때는 반드시 챙긴다. 무거운 삼각대를 들고 다니면 "그걸 뭐하러 들고 다니냐"라고 물어오지만 설명하기 복잡해서 '그냥 좋아서'라고 답한다.


하지만 모든 순간에 대비할 수는 없다. 기쁜 순간, 행복한 순간, 멋진 순간은 예고 없이 나타나니 말이다. 이런 경우엔 어쩔 수 없다. 포기하면 편하다는 말을 받아들이고 단체사진을 찍은 후에 셀카를 한 장 남긴다.

이렇게 남긴 발등 사진이 2015년부터 현재까지 약 20장 정도 된다. 울며 겨자먹기로 시작한 일이지만, 이제는 스스로 재미있고 즐기는 의식 중에 하나다.





기념사진에 나오지 못하는 사진쟁이들을 대표해 불쌍한 척을 했다. 하지만 나는 이런 불평을 늘어놓는다고 사진쟁이들의 기념사진이 나아질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불평 뒤에는 적절한 대책을 제시하는 것이 인지상정. 한 번 보면 쉽게 기억할 수 있는 기념사진 잘 찍는 법 TIP을 공유하겠다.


1. 수평을 맞추자

풍경, 인물, 정물 등 분야를 구분하지 않고 사진을 찍을 때 가장 기본기 중 하나가 수평이다. 대체로 단체로 찍는 기념사진에서는 특히 중요하다. 여러 명의 사람은 수직으로 서 있는데 수평이 기울어지면, 한쪽으로 쏟아질 것처럼 보여 불안해진다. 또 기울기를 잡으려다가 모서리를 잘라내게 되면 사람도 잘리는 경우가 있으니 기울기에 신경 쓰자.


2. 역광을 피하자

기념사진으로 실루엣을 잡거나 후광을 쏘는 등 예술을 할 것은 아닐 테니 역광은 피하자. 햇빛이 너무 강해서 인상이 써지는 정도가 아니라면 정면광이 가장 좋다. 만약 햇빛이 너무 강하다면 15도 정도만 옆으로 틀어줘도 표정관리가 한결 쉬워진다.


3. 초점을 잘 맞추자

밝기 조절에 실패하거나 조금 기울어진 사진은 포토샵을 통해 어떻게든 살려낼 수 있다. 하지만 초점이 나간 사진은 어렵다. 초점은 항상 정중앙에 있는 사람의 눈동자에 맞추자. 이때 조리개 값(F 수)은 7.1~11 정도가 적절하다. 셔터스피드는 사진사의 손떨림만 조심하면 1/150 정도까지는 무난하다.


4. '하나, 둘, 셋'을 세고 '셋.5'에 찍고, '다섯'에 한 번 더 찍자

'하나, 둘, 셋'하고 바로 찍으면 사진사의 손이 떨릴 확률이 높다. '셋'하고 호흡을 멈춘 다음에 찍자. 그래서'셋.5'찍는 것이다. 또 셔터음을 듣고 나면 긴장됐던 안면근육이 풀어지면서 더 자연스러운 표정이 연출된다. 이때 잽싸게 한 장 더 찍어서 보험을 들어놓자. 그 타이밍은 '셋'이후에 마음속으로 두 번을 더 세고 '다섯'정도가 적절하다.





아무도 안찍어줘서 직접 찍은 기념사진ㅠㅠㅠㅠ


매거진의 이전글 있을 때 잘할 걸 그랬나 '봄'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