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먹어보면 알 수 없는 것들
어렸을 때 숨은 그림 찾기를 좋아했다. 복잡다단한 한 폭의 그림 속에 국자, 모자, 지팡이, 컵 같은 게 의외의 공간 속에 숨겨져 있었고, 숨겨진 물건을 찾으면 동그라미를 치거나 알록달록 색칠하는 것이 재밌었다. 쉽사리 잘 보이지 않던 것을 기여코 찾아냈을 때의 그 희열이란.
이윽고 나는 어른이 되었다. 인생은 지난했고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것이었으니, 사는 게 재미가 없다고 신을 원망하기엔 삶이란 참으로 정직한 것이더라. 어떤 맥락에선 인생은 어릴 적 숨은 그림 찾기의 확장판 같았다. 찾아 나서지 않으면 그 어떤 것도 찾아낼 수 없는, 정말 수많은 가치와 새로운 의미들이 숨겨져 있는 것이 이 세상이지만 그 열매는 찾아내고자 여정을 떠난 사람들만의 것이 되더라.
쌀국수를 시도해보지 않았더라면 나는 쌀국수가 그렇게 맛있는 음식인 줄 평생 모르고 살았겠지. 그리고 베트남 여행을 굳이 가보지도 않았을 것이고, 거기서 처음 먹어 본 반미(bánh mì)와 사랑에 빠지는 일도, 외국을 제 집 드나들 듯 하게 될 일도, 외국인과 결혼하는 일도 없었을지 모른다. 어쩌면 그 확장의 경험들이 나비효과처럼 번져 지금의 삶을 살고 있는 걸지도.
여정을 떠나는 길은 언제나 힘들었다. 그래도 손을 펴보면 그 길목에서 주워 온 보석들이 반짝반짝 빛나고 있으니, 다시금 주먹을 움켜쥐고 새로운 보물을 찾아 떠나는 삶을 사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