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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외국의시니 Oct 05. 2021

으른의 우정법

동질감보다 더 중요한 것.














인간은 나와 다른 것을 배척하기 좋아한다. 반대로 중요하다 생각하는 신념이나 뭔가 하나가 통하면 그 이상의 것을 쉽게 공유하기도 한다. 어릴 적 또래집단에서도 그랬던걸 떠올려 보면 아군을 구분하기 위한 인간의 본능인지도 모르겠다.


관계에서 공통분모는 중요하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면 꼭 어떤 닮은 구석이 있어야만 관계가 유지되는 걸까. 어차피 모든 인간관계는 상황과 환경에 따라 너무 쉽게 달라지곤 하는 시절 인연들인데. 가만, 그렇기 때문에 애초에 관계라는 건 믿을만한 것이 아닌 건가?


삶의 모양이 제각각으로 변해가면서 나도 한국에 있는 몇몇 친구들과의 사이가 예전 같지만은 않게 되었다. 하지만 오히려 외국생활을 오래 하나 보면 모든 인간관계가 자연스레 걸러져서 진짜 남을 사람만 남게 된다는 말도 틀린 말은 아닌 것 같다. 몇 해를 걸러져 남은 인연들을 찬찬히 들여다보면, 친구가 그동안 걸어온 길과 그 길목에서 얻어낸 삶의 지혜, 가치관이 내 것과는 좀 다르다고 할지라도 그냥 그것 자체로 존중할 수 있는 태도를 가진 그런 관계들이었다. 너는 그런 모양으로 살고 있구나, 하고 인정해주고 조용히 응원하는 관계들.


아군 하나 만들기 어려운 경쟁사회에서 믿을만한 오랜 관계가 있다면 지켜내고 싶다. 자기 신념을 강요해서 상대를 입맛대로 바꾸어내지 않는 상호 포용적 태도를 가진 사이로. 앞으로 만나게 될 새로운 인연들도 그런 '으른'이 된 성숙한 이들이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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