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외국의시니 Sep 21. 2021

말은 안 통해도 몸은 좀 통하던걸?

왜 하필 춤이었을까


















춤은 가장 직관적이고 원초적인 몸의 언어다. 문화나 국적, 쓰는 말, 세대가 달라도 함께 순간에 집중해서 교감할 수 있다.


내가 머물러왔던 도시들에는 모두 댄스 스튜디오가 있어서 여러 나라를 옮겨 다니면서도 어렵지 않게 취미를 지속할 수 있었다. 더구나 클래식 발레는 전 세계적으로 교습 방식이 규격화되어있으니 어느 나라를 가도 기본적인 것만 알고 있으면 어려움 없이 수업에 참여할 수 있어 다행이었다.


이곳에서 가장 접근성이 좋은 댄스 스튜디오에 모던발레 수업이 있어서 주말마다 열심히 나가는 중이다. 소도시답게 함께 수업을 듣는 수강생들의 연령대는 초등학교 4학년생부터 장성한 자녀가 있는 50대 어머님까지 다양하다. 모두 일본인이지만 한국인인 내가 한자리 차지하게 되면서 국적의 다양성마저 더했다. 1년에 한 번씩 열리는 자체 발표회나 사과축제(사과는 히로사키 특산물이다.)처럼 작은 지역 축제들에 공연을 나가기도 하는데, 대단한 무대는 아니지만 엄청난 소속감과 성취감, 중독성마저 있다. 이러니 내가 춤을 못 끊지.


프로 댄서들이 은퇴할 나이에야 처음 시작하게 된 춤이지만, 꾸준히 지속할 수 있는 취미생활이 있다는 것은 오랜 외국생활에 적잖이 위로가 된다. 완벽한 춤이 아니어도 상관없다. 다리를 못 찢어도, 안무를 좀 틀려도 괜찮다. 함께 땀 흘리면서 눈을 마주치고 미소를 짓는 것만으로도, 내가 여기 있어도 괜찮다고 느껴지니까.

이전 06화 으른의 우정법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