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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외국의시니 Oct 15. 2021

남편의 취향

취향이 다른이와 결혼했을 때




















좋은 센스와 감각. 그게 나와 찰떡같이 맞는 상대라면 소울 메이트가 될 수 있을 것 같았다. 한창 쿨병에 걸렸던 스무 살 언저리에는 내가 동경하는 것에 대해 비슷한 주파수로 떠들 수 있는 사람들을 골라 만나곤 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그 주파수, 코드라는 것이 나와 그 사람 사이의 모든 부분을 데칼코마니처럼 커버한다는 의미는 아니라는 것에 큰 깨달음을 얻었다. 겉멋이 제대로 든 사람들은 '뭘 좀 아는' 본인이 인정하지 않는 부분에 대해서는 자비가 없는 오만한 사람들이기도 했으니까. 때때로 지나치게 뚜렷한 기호를 가진 사람들은 그랬다.


10여년이 흐른 지금은 심미적, 감성적 기호가 잘 맞는 편이라고는 할 수 없는 남자와 살고있다. 그래도 다행이라면, 상대방의 취향 다루는 법을 알기 때문이다. 좋아하는 것에 대해 함부로 얘기하지 않고, 괜히 더 많이 아는 척을 한다거나 내 안목이 낫다고 우쭐대는 일도 없다. 그런 태도라면 다르다고 느껴지는 부분들이 생각보다 서로를 피곤하게 하거나 사이를 멀어지게 만들지도 않더라.


다만 결혼이라는 것은 혼자였으면 절대 사지않았을 물건이 익숙한 일상의 풍경이 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어디 물건 뿐이랴.) 그리고 거기에 적응해 더불어 살아나가는 우리의 모습을 발견하는 일이기도 하다. 마치, 우리 집 빨랫줄에 발랄하게 널려있는 저 수박 양말이 더 이상 낮설지 않은 것 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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