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 다 부족함 많은 닝겐일 뿐..
실제로 한국인과 일본인 커플 중에는 남성 쪽이 한국인인 경우가 압도적으로 많다. 나처럼 여성이 한국인인 경우는 드물기도 하거니와 통계상 이혼율도 더 높다고. 추측컨대, 문화적으로 남녀관계에서 배려를 받는 쪽이 일본에선 남성, 한국에선 여성 쪽이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믿기 어려울지 모르겠지만, 내 경험상 한국의 남성들이 다른 건 몰라도 남녀관계에서 만큼은 스윗하고 배려가 많은 편이라고 생각한다. 시대가 변하면서 일본도 조금씩 바뀌어 가고 있다고는 하지만, 내 눈에는 여전히 남성들이 여성들의 배려를 더 받고 있는 입장이다. 외국 여성들이 한국 드라마 속 로맨스에 열광하는 이유도 그들에겐 판타지이기 때문이라는 얘기는 이미 흔하다.(대표적인 예로 겨울연가의 욘사마. 조금 오래된 예시이긴 하지만 크게 바뀌진 않았다고 본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한국 남성과 일본 여성이 만나면 훈훈한 배려의 콜라보레이션으로 시너지를 내게 되고, 그렇게 많은 한남일녀 부부가 탄생하게 되는 것!
반대로 일본에서 나고 자란 내 남편의 입장에서 본다면, 아내인 나는 보통의 일본 여성들에 비해 결코 순종적이지만은 않은 한국 여자인지라 기대하는 여성상에 미치지 못하는 부분이 분명히 있을 것이다. 자국의 배우자를 만났더라면 남편이나 나나 더 대접받는 결혼 생활을 할 수 있었을지도 몰랐을 일. 대놓고 말은 안 해도 피차가 그렇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우리는 그저,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받아들이며 각자의 성품에 맞게 평등한 관계로 살아갈 뿐이다. 지금 바로 내 옆에 있는 이 사람에게 더 좋은 사람이 되어주기 위해 노력하며 사는 것이 부족한 두 인간 사이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의 배려가 아닐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