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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외국의시니 Oct 21. 2021

거울 좀 보고 살자

외모관리의 의미


원래도 집순이에 사람 만나는 일이 많지는 않은 편이었다. 거기에 일본 생활을 시작하고 코로나가 터지니 누굴 만나는 일이 더 줄었다. 오피스를 함께 쓰는 남편과는 실과 바늘처럼 24시간을 함께하지만, 그 외에는 아무도 만날 일이 없다. 일주일 중 6일 이상이 그렇다. 한 달에 한두 번 정도 시어머니가 잠깐 다녀가시거나 건물주 아주머니와 인사를 나눌 때도 있지만 굳이 차려입은 모습을 보여드릴 사이는 아니니까. 남편과도 계속 붙어 지내니 왠지 점점 더 편해져만 간다.


핑계야 많지만 그냥 안 꾸미는 수수한 사람이 되었을 뿐. 남들 시선 신경 쓸 일도 없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편한 차림새는 마음가짐도 한결 편하게 만드는 게 사실이었다. 하지만 내가 지금 딛고 있는 라이프 스테이지는 긴장도 좀 하고 성과를 만들어내야 하는 단계이기 때문에 편한 차림이 마냥 탁월한 선택은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은 남편을 보면서 였다.


그는 매일 아침마다 자기 나름의 기준으로 단장을 한다. 안경 대신 귀찮은 콘택트 렌즈를 하루도 거르지 않고 매일 착용하며, 머리에는 스프레이를 뿌리든 왁스를 바르든 공들여 매만져 고정시킨다. 면도는 말에 뭐할까. 누구에게 잘 보이기 위함이 아니다. 그의 생활 루틴과 머무는 장소를 나와 거의 일치하니까, 그 말은 아내인 나 말고는 아무도 만나지 않는 날이 많다는 뜻이다. 그의 단정함은 출근을 위해 입는 전투복 같은 것이었다.


30대 중반에 의학의 도움 없이 더 예뻐지긴 현실적으로 어렵지만, 더 단정하고 깔끔해질 수는 있었다. 꾸준히 운동을 하는것도 그렇고, 좋은 식습관을 유지하거나 좋은 생각을 하는 것도 마찬가지의 맥락이다. 정돈된 외모가 마음가짐과 행동도 정돈시킨다는 결론을 내리고, 이번 주말은 전투복 쇼핑을 하러 오랫만에 외출을 해야겠다. 룰루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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