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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사과 Sep 17. 2022

너희 집엔 사과나무 있어?

사과가 넘치는 스웨덴에서 1일 5사과 한 이야기

매주 금요일 아침에는 카펠라고든 학생들 모두 한 자리에 모인다. 각 학과에서 돌아가며 모닝 세션을 진행하기 때문이다. 


어느 금요일 아침, 가드닝 학과의 사과 따기 모닝 세션이 있었다. 스웨덴어로 Trädgård인 가드닝 학과는 친환경 정원 디자인과, 야채와 과일나무를 기르고 수확하는 방법 등 정원에 관련된 모든 것을 배운다. 자세한 커리큘럼은 모르지만 꽃에 대해서도 배우는 게 틀림없다. 여름에는 학교 여기저기에 가드닝 학생들이 만든 꽃다발과 꽃 장식들이 가득했는데 '카펠라 느낌' 충만한 고급스럽고 수준급인 꽃 디자인이라고 생각한다. 직접 재배한 유기농 야채를 팔기도 하고 우리가 먹는 식당에서 요리 재료로도 쓴다.


가을 축제에서 팔았던 사과주스도 가드닝 친구들이 기르는 사과나무에서 딴 사과로 직접 만들었다. 그 준비를 위해 우리를 모두 사과 따기에 초대했던 것이다. 원래 30분인 모닝 세션도 이 날은 2시간여에 걸쳐서 다 같이 사과를 수확했다. 그전에 스웨덴 사과에 대해 조금 설명해야겠다.



스웨덴은 사실 사과의 나라가 아니었을까?

스웨덴은 사실 사과의 나라가 아니었나 싶게 사과가 매우 흔한 과일이다. 카펠라고든엔 셀 수 없이 많은 사과나무 종류로 가득한 사과 정원이 있고, 학교 캠퍼스에도 눈을 돌리는 곳마다 사과나무가 보인다. 학교 근처 다른 집들을 봐도 정원에 사과나무가 꼭 하나씩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이곳 사과의 크기는 한국 사과의 1/3 정도 된다. 맛은 한국 사과와 대체적으로 비슷하나 종류에 따라서 더 달기도 하고 더 시기도 하고 그렇다. 그리고 사과 종류에 따라서 맛이 정말 다르다!


도시에서 나고 자라 사과나무를 자세히 본 적도 없는 나에게 사과를 나무에서 바로 따서 먹을 수 있다는 사실은 신선한 충격이었다. 동화나 소설 속에 나오는 이야기인 줄 알았다. 카펠라고든은 특히 농약을 사용하지 않고 유기농으로 기르는 농작물로 유명한데, 스웨덴 친구들은 심지어 땅에 떨어진 사과를 주워서 옷에 쓱쓱 닦는 척도 하지 않고 그냥 베어 먹는다.


사과나무에는 나뭇잎보다 더 많은 사과가 열려있다. 살짝 징그러울 정도로 사과가 열린다. 친구들과 캠퍼스를 오가며 하나씩 주워 먹거나 따먹어서 1인 1일 5사과를 했음에도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제일 쥬시하고 상큼해서 좋아했던 왼쪽 위 연두색 사과
카펠라고든 학교 동네 Vickleby의 사과나무



사과 따기 체험

사과 정원에 들어가니 크고 잘 생긴 사과나무가 빽빽이 서 있었다. 떨어진 사과도 어찌나 많은지 사과를 밟지 않고는 지나가기가 어려울 정도였다.  


우선 땅에 떨어진 사과를 주워 상처 난 곳은 없는지 살펴본다. 한 곳이라도 상처가 있으면 금방 썩기 쉬우므로 버리는 통에 넣는다. 매끈하게 예쁜 사과는 그물망에 넣고 흠집이 약간 있는 사과는 플라스틱 바구니에 넣고, 물러서 알코올 냄새를 풍기며 썩기 시작한 사과는 한 군데에 잘 모아놓는다. 우리가 이번에 수확한 사과는 다섯 종류 정도 됐는데, 종류별로 잘 보면서 넣어야 한다.


떨어진 사과가 어느 정도 깨끗이 정리되고 나무에 있는 사과를 따기 시작했다. 손에 쏙 들어오는 자그마한 사과를 쥐고 위로 올려서 딴다. 잘 익은 사과는 기분 좋은 톡! 하는 느낌으로 나뭇가지에서 떨어져 나온다. 손이 닿지 않는 높은 곳에 있는 사과는 사다리를 타고 나무 위에 올라가서 땄다. 위에서 친구가 사과를 따서 던지면 아래에서 내가 받아서 그물망에 넣었다. 


모두가 열심히 오전 내내 사과를 딴 결과 몇십 박스나 되는 많은 사과를 수확할 수 있었다. 종류별로 색깔도 모양도 크기도 다 다른 사과들이다. 스웨덴에서 사과는 질리게 먹었다고 생각했는데 사진으로 보니 다시 먹고 싶어 진다. 짧게나마 사과나무를 곁에 두고 살아볼 수 있음에 감사했다.




양 옆으로 멋지게 뻗은 사과나무. 잘 생겼다!
나무 위에 올라가고, 줍고, 분류하고, 분주한 사과 따기의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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