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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사과 Oct 20. 2022

불놀이는 발보리에서

따스한 봄을 맞아 나뭇가지를 태워요

매해 4월 30일은 긴 겨울이 끝나고 따스한 봄과 여름이 찾아옴을 기념하는 스웨덴의 전통적인 축제다. 발보리(Valborg) 라고 부르는 이 행사는 중세시대 때 독일에서 건너왔다. 한 해 동안 모인 나뭇가지를 높이 쌓아 한꺼번에 불로 태우며 노래를 부른다. 내가 사는 동네 비클비에서는 알바렛에서 발보리가 열렸다.


축제는 저녁에 시작했다. 해가 길어져서 저녁 8시인데 이제야 노을이 질 기미가 보였다. 학교에서 큰 도로까지 올라가 알바렛에 들어가는 길목으로 걸어갔다. 평소엔 차들이 하나도 없는데 동네 사람들이 모두 모였는지 주차된 차도 많고 사람들이 북적이며 줄을 지어 들어가고 있었다.


입구에 도착하니 축제 후 바비큐 파티가 열린다는 팻말이 세워져 있었다. 겨우내 메마른 모습이던 초원도 푸릇푸릇 초록색이 돋아나기 시작한 걸 보니 알바렛에도 봄이 성큼 다가왔나 보다. 




이제 막 축제를 시작하는 분위기였다. 사람들 머리 위로 삐죽 솟아있는 쌓아놓은 커다란 나뭇가지 더미가 보였다. 불을 붙이자 순식간에 연기를 내며 타기 시작한다. 워낙 바람이 세게 부는 욀란드라 연기가 하늘로 올라가다가 갑자기 방향을 이리저리 휙휙 바꿨다. 큰 불이 사람들 근처로 내려올까 무서워서 차마 가까이 가지 못했다. 


한국은 반팔도 입을 수 있는 계절이겠지만 스웨덴은 아직도 얇은 패딩을 입고 다녀야 한다. 따뜻하다 못해 뜨겁기까지 한 불 옆에 있으니 추웠던 몸이 녹아내리는 느낌이 들었다. 밤이 아닌 초저녁 밝은 하늘과 모닥불도 이렇게나 아늑했다.


높이 솟았던 불이 어느 정도 가라앉자 스웨덴 전통 옷을 입은 사람이 사회자로 나왔다. 올해의 Valborg 소개말을 하고 다 같이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알 턱이 없는 노래라 슬쩍 뒤로 빠지려는데 옆에 서 있던 누군가 가사가 프린트된 종이를 보여줬다. 아, 모두 한 마음이 되어 노래를 부르는 시간이구나! 잘 모르지만 따라 부르는 척을 하며 즐거워하는 사람들을 보고 있자니 덩달아 즐거운 마음이 들었다.


한 시간 정도 사람들과 이야기도 하고 사진도 찍으니 해가 지고 있었다. 이제 공식적으로 봄이다. 스웨덴에 오기 전 막막하게 느껴졌던 길고 어두운 겨울이 지나가고 이곳 생활도 막바지로 접어들고 있다. 살짝 센치해진 기분으로 돌아와 새로 시작해야 할 파이널 프로젝트를 위빙으로 정했다.






알바렛에 모인 사람들
커다란 불꽃
돌아가는 길, 해 지는 욀란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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