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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사과 Oct 19. 2022

실수투성이여도 괜찮아, 완성하고 보면 다 예쁜걸

인내심 테스트 사시코 자수 쿠션

작년 이케아에서 산 쿠션 커버에 틈틈이 자수를 했다. 이케아에서 보자마자 염색해서 자수로 꾸미자고 생각했던 쿠션 커버다. 검정에 가까운 짙은 파란색을 원했지만 인디고가 강하지 않아 적당한 파란색이 되었다. 그동안 무슨 자수를 놓을지 계속 생각만 하고 있었다. 그러다 마침 지난번 자수 수업 때 리에코 선생님이 보여준 가방이 너무 예뻐서 사시코 자수로 정했다.


도안을 쿠션 커버에 옮겼다. 사시코 자수를 놓을 때 가장 신경 쓰이던 부분은 하얀색 초크 연필로 그린 도안이 자꾸 지워진다는 점. 이번엔 쉽게 지워지지 않게 종이를 꾹꾹 눌러가며 도안을 그렸다. 하지만 자수를 놓을 땐 이리저리 천 방향을 바꿔가며 바느질을 하기 때문에 자꾸 지워진다. 중간중간 새로 그려야 하는 건 어쩔 수 없었다. 물로 지워지는 수성펜으로 하면 좋을 텐데, 여긴 초크밖에 없다.


주말 아침에는 텍스타일 워크숍에 가서 진한 스웨덴 커피와 함께 드라마를 보며 사시코 자수를 놓았다. 스웨덴 친구들은 사시코 자수가 인내심 테스트 같다고 했다. 워크숍이 끝나고도 내가 사시코를 다시 한다는 사실에 놀라며 다들 한 마디씩 하면서 지나가곤 했다. 웃으며 대답했지만 사실 나는 이 쿠션 커버를 얼른 제자리로 돌려놓고 쓰고 싶은 마음이 가장 컸다. 그래서 아무리 지겨워도 도중에 멈출 수가 없었다. 드라마를 보면서 손이 심심했던 이유도 있었고 말이다.


눈이 오는 주말은 재봉틀이 있는 룸에서 사시코 자수를 놓았다. 옆에는 스웨덴 친구 토베가 오버로크 기계를 쓰고 있다. 패턴 메이킹과 옷 만들기를 좋아하는 친구라서 항상 재봉틀 앞에 앉아있다. 저녁 즈음 드디어 마지막 단이 되었다! 조금만 하면 진짜 끝날 것 같다는 생각에 방에 가져와서 밤늦게까지 졸린 눈을 비비며 열심히 바느질을 했다. 그리고 드디어... 완성!


커피와 드라마, 사시코
눈 오는 봄, 토베와 함께






인디고 염색 때 물이 잘 안 빠졌는지 자수를 놓으면서 손이 점점 파랗게 변했었다. 심지어는 하얗던 실도 연한 하늘색 실이 되어 있었다. 그래서 자수를 끝낸 후 다시 한번 픽스해서 남은 인디고를 씻어냈다.



실수투성이여도 괜찮아, 이렇게 완성했으니까!

씻을 때 실이 오히려 파란색으로 물들까 걱정했는데 다행히 예쁘게 잘 마르고 있다. 사시코 전통방식은 인디고 염색 천에 흰색 실로 자수를 놓는다. 하지만 다른 색 실로 다른 천에 해보고 싶은 생각을 누를 수 없었다. 마침 양파껍질로 염색한 천으로 만든 커버가 있는데 다음에 하게 되면 거기에 해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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