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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사과 Oct 14. 2022

싸게 사 와서 비싸게 되파는, 인기 만점 우리 편의점

겨울나기 필수템 텍스타일 편의점 godis!

어느새 겨울 방학도 끝나고 봄학기가 시작되었다. 말은 '봄' 학기지만 날씨는 아직도 한겨울이다. 봄의 따스함과 푸릇함과는 거리가 멀다. 앞으로 2월까지는 더 추워진다는데 카펠라고든의 오래된 건물들은 난방이 잘 안 돼서 조금 걱정이다. 그래도 동지(冬至)가 지나고 해가 점점 길어지고 있는 걸 볼 수 있다.


이곳 욀란드 섬은 눈이 많이 온다. 한국보다도 훨씬 많이, 자주 오고, 쌓인다. 동화책에 나오는 것 같은 큰 눈송이가 조용히 내리는 모습은 정말 예쁘다.


밤늦게까지 작업하다 집에 돌아가는 길에 작은 동물 발자국을 발견했다. 종종 보이는 흰색에 검정 얼룩무늬 고양이일 것이다. 매 번 눈이 마주치자마자 도망가서 아직도 제대로 인사할 기회가 없다. 몇 년 전에는 텍스타일 학과 2층 워크숍 안까지 놀러 오는 고양이가 한 마리 있었다는데 올해는 감감무소식이라 아쉽다.


일상이 된 눈 오는 풍경





카펠라고든 텍스타일 학과에는 구멍가게가 있다. 우리 워크숍 한편을 작은 과자 편의점처럼 꾸며놓은 곳이다. 욀란드 섬에서도 외진 곳에 있는 카펠라고든은 육지로 나가려면 버스를 갈아타고 한 시간이 걸린다. 섬 내 가까운 슈퍼마켓에 식재료를 사러 갈래도 30분이 족히 걸린다. 작업하다 당이 떨어질 때 달려가 초코바 하나 사 올 편의점이 없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가 생각해낸 것이 과자를 사 와서 조금 비싸게 파는 방법이다. 18크로나에 사 온 감자칩을 26 크로나에 판다던가, 작은 하리보 젤리 1개를 1크로나에 판다던가, 등등. 그렇다, 하나는 겨우 1크로나지만 생각 없이 집어먹다 보면 비싸다! 이렇게 모인 수익은 텍스타일 학과 클래스 트립에 보탠다.




금요일 저녁, 겨울방학 동안 텅 빈 편의점을 다시 채우기 위해 대형 할인마트 Netto로 쇼핑을 갔다. 차 트렁크가 꽉꽉 찰 정도로 감자칩, 초콜릿, 젤리, 라면 등등 온갖 스낵들을 샀다. 보통 이렇게 많이 사 와도 한 달을 채 못 간다. 


God-is kiosk! 


우리 편의점은 스웨덴어로 고디스 키오스크 Godis Kiosk라고 부른다. 고디스가 과자나 사탕, 키오스크가 편의점이다. 편의점을 소개하는 종이에 누가 말장난을 해놨다. God-is kiosk! 신은 편의점이다 란다.


같은 건물 가구 제작 학과는 물론 멀리 있는 도예과 친구들도 하루에도 몇 번씩 자주 방문해서 고디스 키오스크는 인기가 많다. 물론 대부분의 수익은 우리, 텍스타일 학과에서 나온다.


200크로나까지는 외상을 달아놓을 수도 있다. 그래서 부담 없이 피카 시간이나 오후 출출할 시간에 한두 개씩 왔다 갔다 하며 나도 모르게 집어먹게 된다. 보이는데 안 먹는 것도 어렵거니와, 내가 점찍어둔 젤리가 나중에 보면 없어지는 경우가 많아 빨리 먹어야겠다는 괜한 식탐이 생기기 때문이다. 돈을 더 내고 먹게 되는 셈이라 이 시스템이 정말 좋은 건지 안 좋은 건지 약간 헷갈리기도 한다. 아무튼 없으면 섭섭한 텍스타일 키오스크다.



텍스타일 워크숍 내  고디스 키오스크
차 트렁크를 가득 채워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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