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의 마음

사춘기 딸 마음 헤아리기

'이상하네. 이 학교가 맞는데......'


중학교 반 대표 엄마들이 모이는 첫날. 학교에 들어가는데 딸아이의 체육복이 아닌 빨간색 띠가 그려진 교복을 입은 아이들이 운동장을 뛰고 있다.

우리 아이 체육복은 초록색 띠이다. 왠지 학교를 잘못 찾아간 거 같아 두리번두리번거린다.


"학부모 모임 찾아오셨어요?"

"네. 혹시 빨간색 티 체육복 입은 아이들은 운동부인가요? 저희 아이는 초록색 띠인데요"

"아. 빨간색 띠는 1학년이고요. 초록색 띠는 2학년, 파란색 띠는 3학년이에요"

"아 그래요?"


그렇다. 이날 나는 우리 아이 체육복 색깔이 학년마다 다르다는 것을 이제 알았다.

우리 아이는 벌써 중학생 2학년인데, 난 오늘 학교를 처음 가본 것이다.

직장을 다닌다는 핑계로, 코로나19로, 학교 정문도 찾아간 적이 없다.

아이는 지금까지 중학교 입학식과 모든 과정을 혼자서 묵묵히 해냈다.


우연히 만난 1학년 어머니 도움으로 학부모실에 무사히 들어온 것도 잠시, 제법 익숙하게 인사하는 엄마들 사이에 난 초면이다

다행히 한 어머니께서 살갑게 대해 주시면서 커피를 마시라고 한다.

잘 내린 원두커피를 건네받아 한 모금 마시면서 낯섦 깨려 입을 연다.


"학부모실이 이렇게 잘 꾸며져 있는 줄 몰랐네요. 다들 열심히 하시는 것 같아요"

"아니에요. 저희도 시간 날 때만 도와줘요. 2학년 3반 반 대표이시죠?"


그렇다. 2학년 3반은 우리 아이의 반이다.

내가 막내 초등학교 입학으로 육아 휴직한다고 하니 큰 딸이 다가와 말했다.


"엄마, 나도 도와줘. 선생님이 전화하실 거야"


그날 선생님은 나에게 학부모 반대표를 부탁하셨다.

엄마가 휴직해 시간 많다고 딸이 선생님에게 이야기를 한 것이다.

아마도 큰 아이는 그동안 학교에 오는 엄마들을 볼 때마다, 우리 엄마도 학교에서 활동을 하길 바랬던 거 같다. 처음엔 해 본 적이 없어 난처했지만, 이내 우리 아이의 마음을 알 거 같아 긍정적으로 한다고 대답했다.


사실 큰아이 초등학교 1학년 때에는 1일 교사로 김정호 선생님의 위인전을 읽어주고 동네 지도를 아이들과 함께 그려보기도 했고, 2학년 때에는 비닐과 고무찰흙을 소재로 패러글라이딩 원리를 반영해 로켓을 만들어 운동장에서 날려보는 것을 하는 등 나름대로 열정적인 엄마였다.


하지만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고 중학생이 되니 큰아이가 학교에 엄마가 관심을 갖는 것을 꺼려하는 것 같았다. 나도 직장생활이 지쳐 있는 상황에서 아이의 학교에 관심을 주기가 어려웠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학부모 활동을 접었다. 그런데 그것은 나의 착각이었고 핑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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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는 활동하는 엄마를 보며 자존감을 높이고 싶었던 것이다.

막상 아이의 마음을 헤아려 반대표가 되니 무엇을 해야 되는지 몰랐다. 그런데 학부모 교육을 한다니 나에겐 반가울 따름이다.


교육청에서 강사가 왔고, 학부모 반대표 역할은 학교의 공지사항과 학부모회 활동 사항을 반 어머니들에게 알려주는 역할이었다. 카카오톡 단톡방을 열어 학교를 방문하거나 아이에게 듣기 힘든 소식을 전하는 메신저 역할인 것이다.


아이는 초등학생 6학년 때부터 방문을 잠근다. 막내가 문을 두드리지도 않고 자기 방에 들어오는 것이 싫은 것이다. 동생과 나이도 7살 차이가 나다 보니 아이는 자기 보호를 위해 문을 잠그기 시작했다.

문을 잠그면서 아이와 나는 자연스럽게 말할 시간을 잃었다. 단순히 밥 먹을 때, 학교 갈 때, 간식 넣어줄 때, 유일하게 TV를 같이 보게 될 때를 제외하고는 말을 하기가 힘들다.


학부모 교육을 받고 카카오 단톡 방을 열고 엄마들에게 내 소개를 했다. "얼떨결에 학부모 반대표가 되었지만 어머니들의 소통을 위해 노력하겠다"라고 야무진 포부를 썼다. 시간이 얼마 지나지 않아 엄마들도 답을 달기 시작했다.


"한 해동안 수고해주세요"

"반가워요. 소식 잘 전해 주세요"


학원에 간 아이방을 열고 들어갔다.

카카오톡으로 학부모와 소통하듯이 우리 딸과도 대화가 좀 더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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