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 동화 별빛동화 스물세 번째 이야기
비가 그치면 회색 구름 속에 빛이 새어 나온다.
흐르는 개천 물살에 빛이 반사되며 풀잎에 매달려 있는 나의 날개를 비춘다.
여기까지는 참 낭만적인데, 바로 지금 나의 날개는 무겁기만 하다.
새벽에 맞은 비로 은빛 날개 끝이 찢어지고 물이 맺혔다.
다시는 저 멀리 하늘로 오르지 못할지도 모르지만. 나는 발버둥을 친다.
그때, 나비가 내 앞을 스쳐 지나갔다.
나비는 저 멀리 햇살에 반짝이며 날고 있었고, 카메라 셔터 소리가 경쾌하게 울렸다.
“나비는 화려한 날개처럼 늘 아름답게 찍히지.
그래서모두가 좋아하지.”
나는 속으로 중얼거렸다.
하지만 내 날개는 초라하고 가엽기만 하다.
'비를 맞으며 버티는 내 모습은 아무도 찍고 싶어 하지 않을 거야. 나는 이 순간을 벗어나고 싶을 뿐이야'
잠자리는 풀잎에 매달린 채 날개를 더 피려고 노력한다.
날개는 젖어 힘없이 늘어지고, 찢긴 자국은 바람결마다 쓰라렸다.
"찰칵"
작가의 카메라가 나를 바라보고 있다.
나를 바라보며 순간순간을 담고 있다.
'비에 젖어 , 몸부림치며 버티는 나의 작은 몸짓을 왜 찍는 거지?'
작가는 내 말을 이해한 듯 혼잣말을 한다.
" 젖고 찢긴 날개로도 버티려는 이 작은 몸짓.
끝내 다른 길을 찾지 못하고 미련스럽게 버텨온 날들.
그 고집스러운 발버둥이 곧 나와 같구나."
그리고 작가는 조용히 셔터를 누르고 카메라에 찍힌 잠자리를 본다.
시간이 흘러, 그 사진은 전시회에 걸렸다.
화려한 나비의 사진 옆에 잠자리의 사진이 함께 걸려있다
잠자리 사진 앞에 사람들의 발걸음이 멈췄다.
사진은 인터넷을 타고 모바일로 수많은 이들의 손끝으로 퍼져 나갔다.
그리고 작가는 메시지를 추가했다.
“이 사진은 단순한 곤충이 아니라, 나였습니다.
찢긴 날개로도 버티며 살아낸 우리의 모습입니다."
최근 모 방송에서, 이발사이면서 굴곡 있는 삶을 산 한 여인이 카메라를 들고 작은 곤충이나 사소한 물체들을 찍는 장면을 보았습니다.
그리고 그녀는 이렇게 고백했습니다.
“작은 몸부림은 요령을 피우지 못하고 묵직하게 고통을 지고 살아가는 모습과 같다.”
순간, 이 고백이 곧 우리와 다르지 않다고 느꼈습니다. 그래서 동화를 만들어 보았습니다.
실존주의 철학자 키에르케고르는 “절망은 인간이 피할 수 없는 조건이지만, 그 절망을 자각할 때 비로소 믿음과 도약이 가능하다”라고 말했습니다.
잠자리의 젖은 날개는 곧 절망의 상징이지만, 그 절망 속에서 몸부림치는 순간이야말로 새로운 의미와 희망의 시작입니다.
또한 카뮈가 말했듯, “부조리 속에서도 삶을 사랑하라.” 끝내 꺾이지 않고 발버둥 치는 잠자리의 몸짓은 인간이 자기 삶을 붙드는 방식과 닮아 있습니다.
“아름다움은 반짝이는 순간에도 있지만 찢기고 젖은 날개로도 꺾이지 않는 그 몸짓 속에도 남아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