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없는 정원

1분 동화 별빛 동화 스물다섯 번째 이야기

"우리는 서로 같은 마음을 가질 수 있을까?"


이름 없는 정원은 더 이상 푸르지 않았다.

햇볕은 무자비하게 내리쬐고, 물은 말라붙었으며, 풀과 꽃은 하루하루 쓰러져 갔다.


장수풍뎅이는 뿔을 들어 올리며 말했다.

“내가 길을 뚫으면 정원은 안정된다.”

그러나 그가 남긴 것은 길이 아니라, 남들이 빠져 죽을 구덩이였다.


나비들은 화려한 빛깔의 날개를 흔들며 서로 꽃을 차지하려 했다.

“우리는 협력한다. 단, 내가 원하는 꽃 위에서는 제외.”

입술로는 협력을 말했지만, 꽃잎 하나 앞에서 날개로 밀쳐내는 몸짓은 위선을 감추지 못했다.

그들의 날개는 결국 꽃가루를 흩날려 버리는 데 쓰였다.


메뚜기 떼는 굶주림에 몰려 풀 한 포기에 모였다.

풀은 너무 빨리 사라졌고, 그들의 뛸 힘마저 고갈되었다.

잠자리는 날개가 젖어 더는 날지 못했고, 정원 어디에도 머물 자리를 얻지 못한 채 표류했다.


꿀벌은 윙윙거리며 경고했다.

“꽃가루를 나누고, 물을 함께 모아야 한다.”

그러나 누구도 듣지 않았다. 그 목소리는 시끄러운 잡음으로만 취급되었다.


그때, 보이지 않는 바람이 불었다.

한순간에 꽃씨를 쓸어가고, 풀잎 하나까지 정원 전체에 흩뿌려졌다.

바람을 먼저 잡은 장수풍뎅이는 다른 곤충들의 길을 막았다.

나비들은 휘청이며 꽃을 잃었고, 메뚜기는 풀씨마저 빼앗겼다.

잠자리는 바람에 휘말려 정원 밖으로 떠내려갔다.


곤충들은 말했다.

“세계 정원 위원회를 만들자.”

꽃가루를 나누고, 물을 모으고, 바람을 다스리는 규칙을 세우자고 했다.

그러나 장수풍뎅이는 여전히 힘을 믿었고, 나비들은 색깔마다 의견이 갈라졌다.

메뚜기들은 내일이 아니라 오늘의 배고픔에만 매달렸다.

위원회는 선언만 요란했고, 정원은 여전히 메말라갔다.


정원은 끝을 향해 가는 듯 보였다.

그러나 구석에서 조용히 움직이는 이들이 있었다. 이름 없는 작은 개미들이었다.


개미들은 줄을 지어 씨앗을 나르고, 서로 몸을 디딤돌 삼아 길을 이어갔다.

장수풍뎅이의 뿔질에 길이 무너져도, 나비의 날갯짓에 행렬이 흩어져도, 개미들은 다시 모였다.

정원이 거의 사라질 즈음, 화려한 곤충들은 쓰러지고, 힘세던 곤충들은 서로를 갉아먹다 사라졌다.


그러나 땅속에는 여전히 개미가 있었다.

풀 한 포기, 꽃 한 송이가 다시 돋아날 때, 그 옆에는 늘 개미가 있었다.

작은 씨앗 하나를 품고 서로 나누며, 그들은 긴 밤을 건넜다.


아침이 오자, 메말랐던 흙 위에 초록의 싹이 솟았다.

풀 한 포기, 꽃 한 송이.

그 옆에 개미가 있었다.


불타는 정원에서도, 무너진 꽃밭에서도,

가장 오래 살아남은 건 개미였고,

가장 먼저 새 생명을 맞이한 것도 개미였다.

그렇게 그들은 정원을 지켰다.


세상이 참으로 시끄럽네요. 큰 소리를 내지 않아도 국제정세는 불안하고 또 불안하네요

강대국의 힘자랑, 화려한 말잔치, 오늘만을 버티려는 아우성, 그리고 외면당하는 작은 목소리까지… 정원 같은 이 세상은 날마다 흔들리고 무너져가는 것처럼 보입니다.


타들어 가는 정원은 기후 위기와 세계 질서의 붕괴를, 장수풍뎅이·나비·메뚜기·잠자리·꿀벌은 각기 다른 나라와 세력, 그리고 그들의 이해관계를 상징합니다. 저마다의 욕망을 좇는 곤충들은 정원을 지켜내지 못하고, 결국 무너져가는 세계 속에서 가장 작은 존재인 개미만이 남습니다.


개미는 곧 보통 시민들을 의미합니다.

뿔도 날개도 없지만, 묵묵히 씨앗을 나르고 서로의 어깨를 내어주며 작은 길을 이어가는 시민들의 힘이야말로 세상을 지탱하는 마지막 희망임을 보여줍니다


keyword
화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