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은 누구의 것일까

비둘기 가족의 여섯번째 질문


편안한 밤은 누구의 땀 위에 있을까


비둘기들은 달빛을 이불 삼아 곤히 자고 있었다.

낮에 할아버지가 준 먹이를 배가 터지도록 먹는 꿈,

따뜻한 햇볕을 등에 얹고

“오늘은 굳이 안 날아도 되겠다” 하고 뒹구는 꿈.

날개가 퍼득퍼득 움직였다.

비둘기는 행복하면 얼굴보다 날개가 먼저 웃는다.


그때

끼익. 철컥.

“……구?”

꿈이 산산조각 났다.

두리가 한쪽 눈만 뜬 채 말했다.


“아, 이건 꿈이 아니야.”

비둘기들이 세상에서 제일 싫어하는 소리.

새벽배송 소리였다.

해도 안 떴는데

아파트 단지가 갑자기 ‘근무 중’으로 바뀌었다.

흰색 차량들이 줄 맞춰 들어왔고

마치 훈련이라도 받은 것처럼

다 똑같은 각도로 멈췄다.


“진짜 성실하다… 너무 성실해.”

두리가 고개를 저었다.


“우리가 잘 때만 이렇게 열심히 움직여.”

“인간들은 왜 우리가 자는 시간에만

부지런한 걸까?”

누리가 하품을 하며 물었다.


배송 차량 문이 열렸다.

쿵. 쿵. 쿵.

상자들이 쏟아져 나왔다.

사람들은 말 대신 발로 대화했다.


빠르게, 더 빠르게.

“저건 뭐야?”

아퀴비둘이 말했다.


“상자인데… 또 상자고… 상자 안에 상자가 있겠지?”

“비밀번호도 다 똑같네.”

“저 집도, 저 집도, 저 집도.”

소피오스가 낮게 말했다.

“인간들은 문은 잠그지만,

새벽 공기는 나누는 구나.”


배달원은 휴대폰을 보며 계단을 뛰었다.

상자를 들고, 숨은 안 쉬고,

초인종 대신 사진을 찍었다.

찰칵.

“끝.”


누리는 고개를 갸웃했다.

“저렇게 빨리 끝내고

다시 시작하는 거야?”

“응.”

두리가 말했다.

“밤이 끝날 때까지.”

누리는 배달원의 얼굴을 내려다봤다.


눈 밑이 푹 꺼져 있었다.

“저 사람은 언제 자?”

“배송 끝나고.”

“그럼 언제 깨어?”

“우리가 자는 시간에.”

누리는 잠시 생각하다 말했다.


“그럼 저 사람은

평생 우리랑 반대로 사는 거네.”

그때 같은 아파트, 꼭대기층.

불 꺼진 큰 집 하나가 보였다.


커튼은 금처럼 반짝였고

주름 하나 없이 완벽했다.

“저 집은 너무 조용해.”

두리가 말했다.

“숨소리도 안 들려.”

“자고 있겠지.”

새벽이 말했다.


아퀴비둘이 고개를 갸웃했다.

“근데 이상하지 않니?

아래 사람은 밤새 움직이는데

위 사람은 가만히 누워 있어도 돈이 늘어난다잖아.”


누리가 깜짝 놀랐다.

“돈이… 혼자 운동해?”

소피오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자 붙고, 수익 나고.

돈은 밤에도 출근하거든.”

비둘기들은 동시에 위층을 올려다봤다.


“돈은 안 자네.”

두리가 중얼거렸다.


아래에서는 배달원이

마지막 상자를 내려놓고 휴대폰을 확인했다.

‘배송 완료.’

그 순간 해가 슬쩍 얼굴을 내밀었다.

아침이었다.


이번엔 다른 사람들이 나왔다.

정장 차림, 커피 한 잔,

“아 졸려” 얼굴.

엘리베이터 앞에서

배달원과 출근하는 사람이 마주쳤다.


“아….”

“아….”

말은 없고,

피로만 교환됐다.

배달원은 올라갔고

출근하는 사람은 내려갔다.


“와, 같은 집인데

완전히 다른 시간에 사네.”

누리가 말했다.


배달원은 집에 들어가

커튼을 치고

아침에 잠을 잤다.

도시는 활짝 깨어 있었지만

그는 이제야 꺼졌다.


아퀴비둘이 날개를 접으며 말했다.

“이상한 세상이야.

밤에 일하는 사람은 퇴근하고,

낮에 일하는 사람은 출근하고,

꼭대기층 사람은

아무 데도 안 가도 돈이 움직여.”

새벽이 고개를 끄덕였다.


“인간들은 편리함을 주문하지만

그 편리함이

누구의 잠을 깨웠는지는 잘 안 봐.”

두리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럼… 부자들은?”

잠시 침묵.

소피오스가 말했다.


“어떤 인간들은 잠을 자고,

어떤 인간들은 그 잠을 대신 살아준다.”


누리는 고개를 숙였다.

“그럼 밤은 누구 거야?”

소피오스는 밝아지는 하늘을 바라봤다.


그때 꼭대기층 커튼이 쓱 열렸다.

번쩍이는 잠옷,

번쩍이는 금목걸이,

아침 햇살보다 먼저 반짝였다.


“아직 아무의 것도 아니지.”

소피오스가 덧붙였다.

“다만 지금은…

누군가가 너무 오래 빌려 쓰고 있을 뿐이야.”


비둘기들은 다시 난간에 몸을 붙였다.

잠은 이미 도망간 뒤였다.

오늘의 질문은

아주 또렷하게 남았다


“편안한 하루는,

누구의 잠을 깨워서 만들어질까?”

비둘기들은 알았다.

이 질문은

웃으면서 시작했지만

가볍게 끝나지는 않는다는 걸.

그래서 그들은

사람을 관찰하기로 했다


"밤은 누구의 것일까 "

화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