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이 있는데 왜 혼자일까?

비둘기 가족의 아홉 번째 질문

왜 혼자일까?


도봉산 근처 중앙공원에서 여의도 국회의사당까지는
아직도 18킬로미터가 남아 있었다.


마음만 먹으면 사흘이면 충분히 날아갈 거리였지만,
철학적인 비둘기들은 오늘도 급하지 않았다.

질문을 품고 날아가는 데에는
속도보다 사유가 더 중요했으니까.

하늘에서 멋지게 내려다보며
인간들을 관찰하려던 순간이었다.


툭.

발끝이 공중에 떠 있던 작은 자갈을
살짝 건드렸다.


“어어어—!”


나, 두리는 공중에서 한 바퀴를 돌았고
체면을 지키기 위해 최대한 우아하게 착지하려 했지만
결과는 느티나무 가지였다. 엉덩이부터.


“괜찮아?”
막내 비둘기 누리가 물었다.


나는 아무 일도 없다는 듯 말했다.

“원래… 가까이서 관찰하려고 했어.”

아퀴비둘 할아버지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철학은 가까이서 해야 하지.”


솔직히 말하면
가까이서 보니까 정말 더 잘 보였다.

운동장에는 아이들이 가득했다.

스물셋. 소리도 많고, 웃음도 많고,
신발도 거의 다 비슷했다.


체육 시간이었다.

아이들은 공 하나를 중심으로 움직였다.

공은 마치 인기 많은 새처럼
여기저기 불려 다녔다.

그런데 이상했다.

아이들은 모두 뛰고 있었는데
한 아이만은
뛰고 있으면서도 자주 멈췄다.

그 아이의 이름은 소미였다.


소미는 체육복도 있었고
운동화도 제대로 신었고
표정도 나쁘지 않았다.

그런데 늘 한 박자 늦었다.


“소미야, 너 학원 어디 다녀?”
누군가 물었다.

“집 앞 피아노 학원.”

“아, 거기?
우리는 건너편 학원.”

그 말은 날카롭지 않았다.
그냥 지나가는 말 같았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 대화 이후로
공은 소미에게 오지 않았다.


공은 늘 아는 발,
자주 보던 발,
같은 방향의 발로만 갔다.


나는 고개를 갸웃했다.

‘비둘기 세계에선
먹이를 발견하면
다 같이 모이는데…’

“저 아이는 왜 혼자야?”

엄마 비둘기 새벽이 말했다.

“혼자가 아니라,
비워진 자리에 서 있는 거야.”

그 말이 이상하게
내 가슴 깃털을 간질였다.


팀을 나누는 시간이 되자
소미는 마지막에 불렸다.

선생님은 웃으며 말했다.


“소미는 여기로 와.”

소미는 고개를 끄덕였다.


소미는 이번에도 열심히 뛰었다.
공을 못 차서가 아니라,
공이 오지 않아서
뛰기만 했다.


나는 느티나무 위에서 생각했다.

‘이건…
날개가 없는 게 아니라
날개를 쓸 기회가 없는 거잖아.’

그때였다.


공이 데굴데굴 굴러와
소미 발앞에 멈췄다.

누가 찬 건지는 몰랐다.

아마 실수였을 거다.

소미는 잠깐 멈췄다가
공을 찼다.


퍽—


공은 골대 안으로 들어갔다.

운동장이 잠깐 조용해졌다.

그리고 누군가 말했다.


“오… 잘 찼다. 멋지다.”


그 말은 작았지만
나는 크게 들렸다.


비둘기 귀는 의외로 밝다.

소미가 웃었다.

나는 그제야 알았다.

아이를 혼자로 만드는 건
큰 미움이 아니라
아주 작은 무심함이라는 걸.


누리가 내 옆에서 말했다.

“두리,
같이 있어도 혼자일 수 있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응. 그리고 그건…
누구나 될 수 있어.”


체육 시간이 끝났다.
아이들은 교실로 돌아갔다.

소미는 여전히 뒤쪽이었지만,
아까보다는
옆에 아이들이 하나둘 있었다.


나는 느티나무 가지에서
날개를 털었다.


아퀴비둘 할아버지가
조용히 중얼거렸다.

“보이지 않는 선이
가장 날카로운 법이지.”


하늘로 다시 날아오르며
나는 오늘의 질문을
마음속에 적었다.


‘같이 있는데,
왜 혼자일까?’


그 질문은
마치 하늘 위에
천천히 쓰이는 것 같았다.

화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