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둘기 가족의 열두 번째 질문
시내에 들어섰다. 거리에 반짝거리는 간판들이 낮인데도 화려하다.
국회의사당까지 가려면 아직 13km. 멀다.
하지만 오늘은 거리의 소음이 사유보다 먼저 우리를 붙잡았다.
“짤랑!”
“또르르르—”
“아아악! 거의 됐는데!”
전봇대에 내려앉은 우리는 동시에 소리 나는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골목 양쪽으로 번쩍번쩍한 가게들이 줄지어 있었다.
인형 뽑기, 액세서리 뽑기, 열쇠고리 뽑기,
심지어 ‘랜덤 뽑기’까지.
“여긴… 어디지?”
누리가 눈을 크게 뜨며 말했다.
“행운 공장?” 내가 웃으며 말했다.
초등학생, 중학생, 연인들까지 줄을 서서 게임을 하고 있다.
모두가 유리 상자 안을 노려보며 손을 좌우 위아래로 마구 흔든다.
“천 원만 더.”
“이번엔 진짜야.”
“아까 각도 좋았어.”
동전이 들어가고, 집게가 내려가고,
인형은 잡히는 듯하면서 툭! 떨어진다.
“아아아악!”
사람들의 탄식이 이어진다.
우리는 아래를 내려다보며 중얼거렸다.
“저건… 먹이를 놓친 비둘기 표정이야.”
아퀴비둘 할아버지가 코를 훌쩍였다.
“저 사람들, 이미 많이 쓴 것 같구나.”
실제로 그랬다.
어떤 학생은 지갑을 뒤집어 동전을 털고 있었고,
어떤 연인은 휴대폰으로 계좌 잔액을 보며 말했다.
“만원 썼는데…
여기서 멈추면 지금까지 한 게 아깝잖아."
나는 고개를 갸웃했다.
‘먼저 쓴 만원이 아까운데, 왜 돈을 더 쓰지?’
새벽(로고스) 엄마가 조용히 말했다.
“그건 ‘확률’보다 ‘미련’이 커졌다는 뜻이야.”
그때였다. 사람들 사이로
초등학교 4학년쯤 되어 보이는 여자아이가 나왔다.
머리는 단정히 묶었고, 손에는 천 원짜리 두 장.
아이는 인형 뽑기 앞에 섰다.
사람들은 그 아이를 쳐다본다.
아이는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그저 유리 상자 안을 한참 바라봤다.
그리고 2개 동전을 넣었다.
집게가 내려갔다.
각도는 평범해 보였다.
그런데 집게가 인형의 옆구리를 정확히 끌어안았다.
“어?”
“어어?”
툭—!
인형이 출구로 떨어졌다.
사람들 사이에서
작은 탄성이 터졌다.
아이는 웃으며 인형을 들어 올렸다.
인형은 아이 몸통만큼 컸다.
“와…”
누리가 숨을 삼켰다.
“저건 거의 토끼가 독수리를 잡은 거야.”
“왜지? 저 아이는 어떻게 한 번에 성공하지?”
나는 물을 수밖에 없었다.
달빛 (에피스테메) 아빠가 대답했다.
“쟤는 인형 뽑기 고수인 듯하다.”
아퀴비둘 할아버지가 덧붙였다.
“중세에는 운을 신의 뜻이라 여겼지.
하지만 지금 사람들은
운을 돈으로 설득하려 하는 것 같구나.”
우리는 다시 아래를 내려다봤다.
사람들은 여전히 뽑고 있었다.
이미 손에 인형이 없는 사람들만 남아서.
“근데 저 아이는 왜 됐을까?”
누리가 물었다.
새벽 엄마가 말했다.
“글쎄, 남몰래 많이 시간을 사용했을까?"
그 아래, 사람들이 또 줄을 서 있었다.
이번엔 동전 대신 종이를 들고.
“여기서 나왔대.”
“기운이 다르대.”
“이번엔 느낌이 좋아.”
누리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말했다.
“두리, 여기도 행운 공장이야?”
“어른용.” 내가 대답했다.
간판에는 로또 1등 당첨 매장이라고 적혀있다.
소피오스 증조할아버지가 말했다.
“행운을 사고 싶어 할수록 사람은 더 조급해지지.”
사람들은 번호를 썼다 지웠다 하고 랜덤 뽑기로 번호를 받기도 했다.
“이번엔 진짜야!”
비둘기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 소리는 인형보다 무거웠고,
로또 종이보다 오래 기억될 거 같았다.
비둘기 가족이 날아오르자 질문이 떠올랐다.
어쩌면
뽑히는 건 인형이 아니고
선택받는 로또번호가 아니라
계속 흔들리면서 놓지 못하는 마음일 거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