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눈 내린 시골 마을의 겨울 아침을 기억해본다. 눈부신 흰 눈이 소복이 쌓여 휘어진 나무들, 뽀드득 밟으면 신이 나는 함박눈 쌓인 논밭. 눈 온 아침은 모든 더러움을 덮고 새하얀 얼굴로 눈부시게 빛났다.
도심의 아파트에 살며 눈 내린 바깥 풍경을 바라보는 마음은 도로 상황을 걱정하고 길이 미끄러울까 염려한다. 눈 내린 도시의 얼굴도 새하얗게 눈부실 수 있지만 질퍽해지고 미끄러워진 도로와 골목길을 걱정하는 마음에 금세 가려진다. 새로움을 맛보는 순수함 보다는 편의와 안전함을 우선하는 마음 탓일 거다. 마음은 주변 환경에 끊임없이 영향을 받는다.
어린 시절 가졌던 삶에 대한 경이로움과 기대감이 사라진 건 도시의 정글에서 피터지는 생존 게임을 찍고 있기 때문일까? 눈앞에 펼쳐진 아파트 군락 창문 하나하나를 보면 그 너머에 있는 사람을 생각하지 않고 그 창문 하나하나에 매겨진 가격을 먼저 본다.
컴퓨터를 켜고 인터넷 새 탭을 열면 뉴스 포탈 화면이 먼저 뜬다. 거기에는 정치 지도자들이 내린 온갖 탐욕스런 결정과 그 결정의 여파를 견뎌야 할 우리의 경제와 사회를 보는 우려 섞인 마음이 먼저 보인다.
지난밤의 사고 소식과 함께 사십에도, 오십에도, 그리고 육십, 칠십, 팔십에도 멋진 몸과 탱탱한 얼굴을 유지하는 부유하고 여유로워 보이는 연예인과 유명인의 얼굴이 여기 저기 나타난다. 전쟁, 관세, 사고, 재해, 주식, 경제, 다이어트, 혈당 조절, 게임, 드라마, 스포츠, 패션의 숨찬 흐름 속에 자신의 자유를 찾아 탈출을 꿈꾸는 이들의 이야기도 등장하고, 이 세계를 더 이상 견디지 못하겠다고 자발적으로 떠나버린 유명인의 비극도 간간히 나타난다.
이 대혼돈과 숨찬 희비극의 세계를 바라보며 나를 지키고 보호해줄 세계관을 찾게 된다. 어린 시절, 땅과 바다, 하늘 어디에도 그어진 금이나 경계선이 없는데 인간들이 국경선을 그어 놓고 서로 으르렁거리는 것이 너무도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국경선은, 그리고 주권은 힘 센 누군가의 침략에 대비해 우리의 안전과 번영, 생존과 자유의 권리를 지키는 보호 장치라고 했다.
강력한 국가와 여권의 힘이 나를 지켜주고 보호해주는 것은 잘 알지만, 뺏고 뺏기는 이 세계의 비극과 참상이 깊어갈 수록 우리가 왜 국경선과 경계선을 가지고 있어야 하나 여전히 의문이 든다. 여전히 이 세상의 힘은 말한다. 국가가 지켜주지 않고 주권이 없는 고통을 네가 아느냐고 하며, 아무도 국경선을 없애지 않으니 나도 없앨 수 없다고 한다. 그래도, 여전히 이 세상에 국경선이 사라지고 그래서 서로 싸우고 억압하는 '적'이 없어진 세상을 꿈꾼다.
사람들이 부유함을 원하고 멋진 몸을 가꾸는 것은 주위 사람들에게 무시 받지 않고, 존중받고, 일신의 자유로움과 자신의 존엄을 지키고 싶기 때문이다. 이 마음은 제대로 관리하지 못할 때 결핍 속에 뺏고 뺏기는 서바이벌 게임의 조급함과 탐욕 속으로 우리를 내몰아 결국 자신을 잃어버리게 만들기도 한다. 자신을 판매용 고기처럼 다른 이의 시선에 내놓고 평가받기를 기다리는 이 결핍된 마음의 고리를 끊고 싶다고 소망한다. 이 세상 속 타고난 당연한 권리처럼 풍요로움과 충만함이 가득해 자신이 원하는 것들을 현실에 실현시키는 기쁨을 맛보며, 각자가 자신의 열정을 따라가는 삶을 사는 세상을 꿈꾼다.
탐욕과 억압 대신에 충만함과 자유, 두려움 대신에 사랑, 제약 대신에 허용, 갈등과 대립 대신에 조화와 협력을 꿈꾸는 것이 우리의 타고난 권리와 의무 아닐까? 이 세상을 바꾸기 전에 나를 바꾸고 나를 꿈꾸자고 다짐한다. 나의 세상에 충만함과 자유, 사랑, 허용, 조화와 협력을 불러온다. 내 앞에 드러나는 현실의 모든 순간, 모든 지금 여기에서 두려움 대신 사랑을 선택하는 오늘 하루를 보내게 하소서.
허브차
지중해 시원한
바닷바람을 맞던 풀들이
허브차가 되었어요
뜨거운 100도C의 물을 부으니
갑자기 허브들이 수다장이가 되어
종알종알 향기로 일러바칩니다.
내가 살던 언덕에 사시사철 바람이 불었고요,
비스듬히 턱을 괴고 누워
푸른 수평선이 황금으로 바뀌는 걸 바라보곤 했어요,
한 날은 얄미운 산양이 내 몸 위에다
덜푸덕 똥을 싸고 간 적이 있는 거 아세요?
그래, 그래, 알았어
살짝 코를 쏘는 이 향기는
너희들이 살짝 내민 뾰로통한 입술이구나,
누군가의 손이 너희들의 몸을
톡!
하고 딸 때 내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