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마다 숨기고 싶은 자신의 취약한 면이 있다. 뭔가를 숨기고 싶을 땐 그 모습이 가족과 친지, 지인들에게 알려졌을 때 염려와 질책을 받을 가능성이 있고,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통념에서 벗어나 있을 때이다. '진짜 네 모습으로 살아라.'는 말이 두려움을 일으킬 때는 숨기고 싶은 본 모습이 있을 때다. 그 모습을 밝히면 일정 부분 사람들의 의문에 찬 시선과 질책과 판단을 견뎌야 한다.
세모가 정상인 세상에서 사회가 받아주기를 원하는 네모들은 모서리를 접고 억지로 자신을 구겨 넣으며 매일을 견딘다. 네모들은 이상한 형태로 변형되어 자신을 숨기고, 자신이 아닌 모습으로 살다 우울증에 걸리기도 한다. 이 사회에 맞춰 살아야지 어쩌겠냐고 한탄하며 사람들의 비난과 손가락질을 피하기 위해 자신의 안전과 안온함을 유지하려 온 에너지를 쓰다가 방전된다.
사람마다 일정량 자신의 모서리를 접어 넣고 살고 있는 부분이 있다. 어쩌면 너무 오래 접어놓아 마비가 되었거나 썩어가고 있을지도 모르는 그 부분을 스스로 인정하는 것이 진정한 내 모습으로 살기 위한 첫 걸음일 수도 있다. 성소수자인 직장 동료 한 사람은 구직 면접을 볼 때 '내 남편을 따라 서울에 왔습니다.'라고 말했다. 남자가 자신의 배우자를 '남편'이라고 표현했을 때 그걸 듣는 내 머릿속이 순간 혼란스러웠다. 그리고 그 말이 의미하는 바가 명확해졌을 때 나는 그의 정체성을 받아 들였다.
그는 아마 모든 구직 면접에서, 그리고 사람을 처음 만나는 자리에서 자신의 성 정체성을 밝힐 것이다. 자신은 이런 사람이니 받아들일 사람은 받아들이고, 받아들이지 못할 사람은 내 시야에서 멀찍이 물러서라는 경고일 것이다. 자신의 취약한 부분을 받아들이고 그것을 인정해버리면 더 이상 그 부분은 취약함이 아니다. 그 취약함을 극복하고 자신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였기에 그 취약함은 나를 나답게 만들어주는 강점이 된다.
일전 회사를 떠날까 말까 고민하며 상담을 받을 때 '이제는 다른 사람들의 인정이 아니라 스스로를 인정하려고 해보세요.'라는 조언을 받았다. 자신의 취약한 부분을 인정한다는 것은 더 이상 사회의 통념이 아니라 자신만의 기준으로, 자신의 판단을 믿고 자신의 삶을 선택하겠다는 선언이다.
바샤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대릴 앙카, 신과 나눈 이야기의 저자 닐 도널드 월시 등 이름과 얼굴이 공개된 수많은 채널러들이 있고, 얼굴을 밝히지 않고 글이나 목소리를 통해 메시지를 전달하는 이도 있다. 그들이 얼굴과 실명을 밝히는 것은 마치 성소수자가 자신의 성정체성을 밝히는 커밍아웃을 하는 것만큼이나 용기가 필요한 일이었을 것이다.
힐러가 되고 싶지만 가족들이 어떻게 생각할지 두렵고 인정해주지 않을까봐 겁난다는 이에게 바샤는 이렇게 말한다.
"진정으로 자기 자신이 되기를 바라세요. 그것이 가족들을 존중하는 방법이고, 그게 당신 자신을 존중하는 방법이에요. 가족들은 받아들이지 못할 수도 있어요. 하지만 당신이 좋은 딸이 되고 싶다면, 그들을 위해 더 나은 생각을 할 수는 없을까요? 그들이 당신을 위해 할 수 없는 것을 당신이 대신할 수 있다면요? 그들이 어떻게 생각하든 상관없이 자기 자신이 되어야 해요. 그들은 당신이 아니고, 당신은 그들이 아니니까요. 당신은 고유한 존재예요. 그들의 말을 듣는 것은 좋은 일일 수도 있고, 당신이 놓친 것이 있을 수도 있고, 때때로 다른 관점에 대해 듣고 싶을 수도 있어요. 하지만 그것이 당신에게 맞는지 아닌지는 결국 당신이 결정해야 해요. 만약 그것이 당신에게 진정으로 맞지 않다면, 그건 그냥 그렇게 되는 거예요. 따라서 거짓된 삶을 살지 말고, 진실된 삶을 사세요. 그렇지 않으면, 사실 살고 있는 게 아니에요. 그냥 그저 어슬렁거리고 있는 거예요. 세상에는 죽지 않았지만 방황하는 유령들처럼 살고 있는 사람들이 많아요. 자신을 채우세요. 충만한 삶을 살아요."
바샤가 얘기하는 삶의 원칙을 다시 한 번 기억해본다.
"당신의 삶의 가장 높은 목적은 최선을 다해 자신이 되는 것이며, 매 순간을 가능한 한 충만하게 사는 것입니다. 당신은 항상 자유 의지를 가지고 있으며 선택의 자유가 있습니다. 당신이 상상할 수 있는 모든 것은 당신의 삶의 주제와 관련이 있다면 경험할 수 있습니다. 당신의 가장 강력한 신념, 감정, 행동이 상호작용하여 당신 삶의 경험을 끌어들입니다."
우산 속
우산 속은
자궁처럼 호젓하다.
때로 둘이 함께 가기도 하지만
원래 혼자인 길.
홀로 가는 길이다.
생각 속에 홀로 들어 앉아
앞서 가던 어미,
문뜩 생각난 듯 뒤돌아
어여, 어여 빨리 와
아이에게 손짓하는
호젓한 우산 속
홀로 가는 빗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