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범기업, 담론, 그리고 권력의 언어

[광복절 특집] 오웰의 경고 – 당신이 믿는 과거는 누구의 것인가?

by 신담

면책조항

(본 글은 특정 기업·국가·인물을 비방할 목적이 없으며, 각주에 명시된 공식 자료와 공개적으로 확인 가능한 기록을 근거로 작성되었습니다. 사실 서술과 구체적 수치는 해당 출처(일부는 발표 시점 추정치)에 기반하며, 그 외 분석·평가·해석은 모두 필자의 주관적 견해입니다. 따라서 본문 내용은 법적·정책적 판단이 아닌 비평·연구 목적의 서술임을 밝힙니다)



8월 15일, 우리는 광복을 기억한다. 그러나 기억은 언제나 권력의 언어 안에서 만들어진다. “전범기업”이라는 말은 단순한 기술적 명칭이 아니다. 이 표현은 권력이 승인하고, 담론이 생산하고, 언어가 포착하여 고착화한 구조적 산물이다. (필자의 해석임)

‘전범(戰犯, war criminal)’이라는 개념은 국제 군사 재판, 예컨대 국제극동군사재판헌장(IMTFE, 이하 ‘도쿄헌장’)이라는 승자의 법정에서 선택적으로 규정된 법적 언어였다[1]. (필자의 해석임)

도쿄헌장 제6조(피고인의 책임, Article 6 – Responsibility of Accused)는 다음과 같이 규정한다.

“Neither the official position … nor the fact that an accused acted pursuant to order of his government or of a superior shall … free such accused from responsibility … but such circumstances may be considered in mitigation of punishment.”[1]

이는 곧 정부나 상관의 명령을 따른 행동이더라도 면죄 사유가 될 수 없으며, 다만 재판소가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형을 감경하는 사유로 고려될 수 있다는 의미다. 이러한 법적·도덕적 기반이 승전국 기준에서 정립된 뒤, 군수물자를 제공한 기업에도 이 범주가 확장되었다. (필자의 해석임)


영국왕립국제문제연구소(Chatham House)는 정책·학술 분석 차원에서, 기업의 전쟁범죄 관여 형태를 다음 세 가지 범주로 나누는 틀을 제안한 바 있다[2].

1. Direct corporate complicity – 전쟁범죄 실행에 고의적·능동적으로 개입한 경우

2. Indirect corporate complicity – 범죄 수행에 필수적인 자원·서비스를 제공한 경우

3. Silent complicity – 범죄를 인지하고도 방치하거나 묵인한 경우

이 분류는 국제법상 공식 채택된 정의나 법률 용어가 아니다. 정책·학술 연구에서 사용하는 분석 틀이다. 특히 ‘silent complicity’는 윤리적 논의에선 의미가 있으나, 형사책임 성립 요건과는 별개라는 점을 문서도 신중히 적시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범기업’이라는 단일한 호명은 이 복잡한 현실을 단숨에 덮어버린다. 기업 간 자율성과 책임 범위는 천차만별이지만, 전쟁 참여에 대한 평가는 전후 권력 질서에 의해 규정됐다. (필자의 해석임)

GM 공식 기록에 따르면, 제2차 세계대전 동안 85만 대 이상의 군용 트럭, 1만 8천 대 이상의 탱크·탱크파괴 무기, 2만 대 이상의 DUKW 수륙양용 차량 등을 생산했다고 자사 공식 기록에서 밝히고 있다[3]. 포드(Ford) 또한 Willow Run 공장에서 63분마다 1대꼴로 B-24 폭격기를 조립했고, 전쟁 기간 총 8,685대(완제품 6,792대, 조립 키트 1,893대)를 제작했다고 헨리 포드 뮤지엄 자료는 전한다[4].

여기서 중요한 점은, 이 두 자료 모두 기업 자체이거나, 그 기업의 창업자가 설립해 해당 기업의 역사와 유산을 전시·해석하는 기관이 제공한 ‘자기서사’라는 것이다. 따라서 이런 자료는 사실관계 확인에 유용하지만, 기관의 공식 내러티브라는 점을 감안해 다른 1차 자료·제3자 연구와 교차검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필자의 해석임)

GM Defense의 연혁 페이지는 GM 방산 부문이 스스로 작성한 기록이며, 헨리 포드 뮤지엄(The Henry Ford)은 포드사의 창업주 헨리 포드가 1929년 ‘에디슨 연구소’라는 이름으로 설립한 기관이다[5a]. 현재는 독립적인 501(c)(3) 비영리 기관임을 밝히고 있으며[5b], 헨리 포드(Henry Ford)의 유산과 포드 차량을 포함하되, 이에 국한되지 않는, 미국 자동차 및 산업 전반을 아우르는 전시를 운영하고 있다[5c].

이러한 기록들은 당시의 ‘사실’을 전달하는 동시에, 기업이 스스로를 역사 속에서 어떻게 기억시키고 싶은지를 보여주는 홍보·기억정치적 맥락 속에 읽어야 한다. (필자의 해석임)


이처럼 기업 서사에서 권력의 시선을 읽을 수 있듯, 국가 차원의 역사 담론도 같은 구조로 작동한다. “역사왜곡”이라는 말도 정통성을 점유한 권력이 규율한 ‘역사의 정상적 시선’에서 벗어난 것을 그렇게 부를 뿐이다. 승전국의 정의도, 패전국의 반성도, 결국은 모두 담론의 장 안에서 ‘승자 담론’의 규칙에 따라 운영된다. 누군가 “역사를 왜곡했다”고 말할 때, 그 말 속에는 ‘내가 믿는 역사/권력의 시선’이 깔려 있는 것이다. 역사는 국가와 권력이 서술한 기억이고, 피해자의 기억은 그 틈에 남겨진 ‘살아 있는 증언’이다.(필자의 해석임)

승자의 역사는 문서화되고 교과서화되며 권위화된다. 반면, 피해자의 기억은 말해도 잘려 나가고, 때로는 “과도한 피해의식”이라는 규율적 언어로 재단된다. 이 균열은, 아무리 정의라는 이름의 화해가 이루어졌다 해도 피해자의 내면에는 여전히 정리되지 못한 고통이 남아 있게 만든다. (필자의 해석임)

피해자 보상 담론은 표면적으로는 정의 실현의 언어처럼 보이지만, 피해자의 고통은 사건화되고, 정치화되며, 법과 국가 간 합의의 언어로 번역된다. 보상의 구조 자체가 “가해자의 프레임” 안에서 진행된다. "우리가 이 정도 하면 됐다"는 태도뿐. 결국 피해자 보상 담론도 권력의 언어로 통제된 정의 실현의 형식에 머물 가능성이 있다.(필자의 해석임)

오늘날 일본은 세계 4위 경제 대국[6]이자 미국과의 정치·군사 동맹국으로서 글로벌 자본주의의 핵심 행위자다. 그 결과, "전범국가"라는 도덕적 프레임은 유지되지만, 실질적 담론 질서에서는 그 힘의 규모가 '묵인할 수 있는 파트너'로 자리 잡게 했다.(필자의 해석임)



"Who controls the past controls the future. Who controls the present controls the past.”
“과거를 지배하는 자는 미래를 지배한다. 현재를 지배하는 자는 과거를 지배한다.”
-George Orwell, 『1984』
-조지 오웰, 『1984』


이 문장은 『1984』 속에서 ‘당(The Party)’이 내세우는 구호다. 권력이 과거 기록을 바꿔 현재를 정당화하고, 이를 통해 미래까지 통제하는 구조를 압축한 말이다. 작품 안에서는 지배자의 선언이지만, 현실의 우리에게는 ‘이 구조를 경계하라’는 경고로 읽힌다.

과거, 책임, 정의, 도덕이라는 모든 말은 현재의 권력, 담론, 언어의 질서 속에서 작동하는 것일 뿐이다. 우리가 지금 쓰는 ‘과거’라는 말은, 그 자체로 현재 권력의 문법을 따른다. (필자의 해석임)


당신이 믿는 과거는 누구의 언어인가?

그리고 그 언어는, 누구를 침묵시키고 있는가?

그 침묵 속에서, 누구의 목소리가 아직 남아 있는가?




각주 (References)

[1] International Military Tribunal for the Far East Charter (Tokyo Charter), 1946. University of Oslo, Faculty of Law – Official Text. (Accessed: 2025-08-14)

https://www.jus.uio.no/english/services/library/treaties/04/4-06/military-tribunal-far-east.html

[2] Chatham House, “Business and International Crime: What are the relevant legal principles relating to the responsibility of companies and CEOs for violations of international criminal law?” International Law Discussion Group Summary, 23 Feb 2006. (Accessed: 2025-08-14)

https://www.chathamhouse.org/sites/default/files/public/Research/International%20Law/ilp230206.pdf

[3] GM Defense – History (공식 기록), GM Defense LLC. (Accessed: 2025-08-14)

https://www.gmdefensellc.com/site/us/en/gm-defense/home/about/history.html

[4] Building the B-24 Bomber at Willow Run, The Henry Ford Museum Digital Collections. (Accessed: 2025-08-14)

https://www.thehenryford.org/collections-and-research/digital-collections/expert-sets/101765

[5a] The Henry Ford – History and Mission. The Henry Ford Official Website. (Accessed: 2025-08-14)

https://www.thehenryford.org/history-and-mission/

[5b] The Henry Ford – About. The Henry Ford Official Website. (Accessed: 2025-08-14)

https://www.thehenryford.org/about

[5c] The Henry Ford – Exhibits & Map. The Henry Ford Official Website. (Accessed: 2025-08-14)

https://www.thehenryford.org/visit/henry-ford-museum/exhibits/

[6] IMF, World Economic Outlook Database, October 2024, NGDPD (current prices, USD) (추정) 기준. (Accessed: 2025-0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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