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 걱정보다는 당장의 출근길이 걱정이다
보통은 집 앞에서 회사 앞을 도어 투 도어로 연결하는 버스를 타고 회사를 가는 게 루틴인데, 오늘은 무슨 양말을 신을까 고민하다 10여분이나 늦게 집을 나선 바람에 세 번이나 갈아타야 하지만 버스보다 더 빨리 회사에 갈 수 있는 지하철을 타게 되었다.
간신히 지하철을 잡아 타고 달아나는 초침 분침을 노려보며 회사 가는 길에 우연히 노약자석에 앉은 할아버지 두 분의 대화를 엿듣게 되었다.
-공정거래위원인가 지랄인가가 대기업들 장사도 못하게 한다니까.
-외국인이 하루에 10만명 20만명이 빠져나간다는거야. 나라가 망할 징조라고.
-최저임금 그거슨 주인이 알아서 줄 것이지 나라에서 정한다는 것이 말이나 되겠냐고.
-노인네들 하루에 천원씩 사는 복권 있자네, 그거에서 기금 떼가지고 이북에서 보내자고 한다는것이여.
아침 8시, 정장에 구두 신은 직장인들이 콩나물 시루처럼 빽빽한 평일 아침의 지하철의 한 귀탱이, 나라에서 지급한 어르신 교통카드로 노약자석을 차지한 것이 분명한, 말 그대로 늙고 힘 없는 우리네 아버지들이 본인 걱정 대신 나라 걱정을 하는 모습을 보면서, 나는 그 다음 환승역에서 부디 열차가 빨리 오기만을 조마조마하게 기원하며 출근길을 재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