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함에 관하여

사회생활은 거짓말이 미덕이다

솔직한 사람은 불편하다.

세상에 아름다운 것이 있으면 추한 것도 있기 마련인데, 사람들는 아름다운 것만 보고 듣고 싶어하기 때문이다.

예뻐졌다, 잘어울린다, 이런 말들은 대부분 거짓이 섞여 있거나 과장인 경우가 많다.

미용실에 가면 서강준, 박서준 같은 당대의 대존잘 연예인 사진을 보여주면서, 고객님도 이 머리 하시면 잘 어울리실 것 같은데요? 라는 새빨간 거짓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하고, 그걸 듣는 사람은 또 씨익 미소짓게 되는 것이 우리 사회의 대화법이고, 일상이다.

나는 나쁜 사람보다 착한 척 하는 놈이 더 싫었다. 솔직함이 최고의 미덕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았지만 적어도 가식과 위선보다는 낫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내가 보고 느끼는 것을 여과없이 표출했던 적이 있었다. 그 결과, 주변 사람들이 어느 순간 원래 없었던 사람처럼 사라지는 일이 생겼다. 사람들은 솔직함을 싫어했다.

학교라는 울타리를 벗어나 사회인이 되면서, 나의 대화법도 달라졌다. 사회에서 만나는 사람들에게 꼭 솔직해질 필요가 없었다. 이제는 적당히 맞장구도 치고, 영 별로인 다른 사람 의견에도 너무 좋은데요, 라고 추켜세울 줄도 알고, 오랜만에 보니까 얼굴이 더 좋아지셨는데요! 라며 호들갑 섞인 인삿말도 건넬 줄 알게 되었다.

그런데 듣기 좋은 말도 적당해야 말이지, 오늘 들은 거짓부렁은 그 정도가 너무 심해서 곁에 있던 나는 한 마디도 거들지 못하고 꿀 먹은 벙어리처럼 있어야만 했다 — 머리 하고 온 30대 후반 동료에게 '오늘 꼭 고등학생처럼 보여요~' 라는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하는 팀원을 보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