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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디 Jul 31. 2019

UX디자이너의 일

노인을 위한 IT는 없다

평소처럼 지하철에서 에어팟 케이스에서 에어팟을 뽑아 귀에 꽂았는데, 앞에 앉아 엄청 신기한 광경을 보신다는듯이 눈을 반짝이며 에어팟 끼는 광경을 쳐다보시던 할아버지가 말을 걸어오셨다.  


"이게 줄 없이도 돼요?"

"아, 네!"

"엄청 신기하네.. 줄 없이도 된다고?"


마침 전화가 온 까닭에 나는 줄 없이 통화하는 장면을 시연까지 하게 되었다. 마주보면 민망할 것 같아 다른 곳에 시선을 두었지만, 에어팟으로 손 하나 까딱하지 않고 전화하는 신기한 광경을 뚫어져라 쳐다보실 할아버지의 눈빛이 느껴졌다.

시선을 느끼면서 전화를 빨리 마무리하자마자 이어지는 질문 세례.  


"지금 이걸로 전화 한거에요?"

"신기하네 이거.. 어떻게 했대?" 

"이거 어디서 샀대? 핸드폰 매장 가면 있나? 얼마나 해?"


일상적인 질문이었지만, 사실 대부분의 질문에 정확한 답을 해 드리지 못했다.


블루투스 스피커의 원리에 대해서 어떻게 어디서부터 설명을 해야 좋을지 몰랐고, 또 온라인 애플스토어에서 어떻게 주문하면 된다는 걸 어르신 눈높이에 맞게 설명해드려야할지 잘 몰랐다. 일반적인 이어폰보다 훨씬 비싼 가격에 대해서는 어떻게 납득 가능하게 말씀드릴 수 있었을까. 사실 납득이 잘 안 가는 가격이기는 하다


기술이 발전하면서 생활을 편리하게 해줄 새로운 서비스와 제품이 쏟아지고 있지만, 그러한 정보와 혜택에서 벗어나 있는 사람들이 있다면 바로 어르신들이 아닐까. 물리적인 형태와 기능이 명확한 이어폰조차도 어르신  눈높이에서 설명할 수 없다면, 나는 어떻게 모든 사람들이 쉽게 사용할 수 있는 서비스를 디자인할 수 있을까?


할아버지께 최대한 쉽게 설명해드린다고 노력했지만 대화가 길어질수록 할아버지의 반짝이던 눈은 점차 그 빛을 잃어갔고, 목적지에 도착한 나는 찜찜한 마음으로 열차를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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