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신동해 Apr 20. 2019

어느날 시를 선물 받았다.

나보다 나를 더 아껴줬던 사람에게서

언젠가 이 시를 브런치에 올리고 싶었는지, ’작가의 서랍(브런치에서 임시 저장 같은 기능)’에 남아 있더라.

그는 이제 내 옆에 없지만, 이 시는 나한테 조개 껍데기로 남아 있다. (조개 껍데기에 관한 글)


그가 한 구절을 짚으며, "자기 생각이 났어요."라고 했다.

그리고 한번씩 나 혼자 기분 좋게 몇번이나 읽었던 기억을 떠올리며.



나는 당신에게 초대장을 보냈다.

내 손바닥에 삶의 불꽃으로 쓴 초대장을.


내게 보여 달라.

아픔 속 아픔으로 나선형을 그리며 떨어지면서도

당신이 당신의 가장 깊은 바람을 어떻게 따르고 있는가를.

그러면 내가 날마다 어떻게 내면에 가닿고

또한 바깥을 향해 문을 열어 삶의 신비의 입맞춤을

어떻게 내 입술에 느끼는가를 말해 줄테니.


당신의 가슴 속에 온 세상을 담고 싶다고 말하지 말라.

다만 당신이 상처를 받고 사랑받지 못하는 일이 두려웠을 때

어떻게 자신을 버리지 않고

또 다른 실수를 저지르는 일로부터 등을 돌렸는가 말해 달라.


당신이 누구인지 알수 있도록 내게 삶의 이야기를 들려 달라

그리고 내가 살아온 이야기들 속에서

내가 진정 누구인가를 보아달라.


내게 말하지 말라.

언젠가는 멋진 일들이 일어날 것이라고.

그 대신 마음의 흔들림 없이 위험과 마주할 수 있는가를

내게 보여달라.

지금 이 순간 일어나는 모든 일들을

진정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가를.


영웅적인 행동을 한 전사 같은 이야기는 충분히 들었다

하지만 벽에 부딪혔을 때 당신이 어떻게 무너져 내렸는가.

당신의 힘만으론 도저히 넘을 수 없었던 벽에 부딪혔을 때

무엇이 당신을 벽 건너편으로 데려갔는가를

내게 말해달라.

무엇이 자신의 연약한 아름다움을 느끼게 해주었는가를.


당신에게 춤추는 법을 가르쳐 준 그 장소들로

나를 데려가달라.

세상이 당신의 가슴을 부수려고 했던 그 위험한 장소들로.

그러면 나는 내 발 아래 대지와 머리 위 별들이

내 가슴을 온전하게 만들어준 장소들로

당신을 데려가리라.


함께 나누는 고독의 긴 순간들 속에 내 옆에 앉으라.

우리의 어쩔 수 없는 홀로 있음과

또한 거부할 수 없는 함께 있음으로

침묵 속에서, 그리고 날마다 나는 작은 말들 속에서

나와 함께 춤을 추라.


우리 모두를 존재 속으로 내쉬는 위대한 들숨과

그 영원한 정지 속에서

나와 함께 춤을 추라.

그 공허감을 바깥의 어떤 것으로도 채우지 말고

다만 내 손을 잡고, 나와 함께 춤을 추라


춤 / 오리아마운틴 드리머

류시화 엮음, 사랑하라 한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

매거진의 이전글 겨울의 제주 기록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