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자격
홍삼이가 지구별에 도착하기 전,
산삼이는 18 소리가 절로 나온다는 18개월이 아주 일찍이 찾아온 것 같았다.
걸음마를 시작하고 수시로 신발장으로 걸어나가는 통에 매일같이 부른 배로 애를 안고 욕실로 가서 발을 씻기자니 성질이 한껏 올라왔다.
걸음마가 한창인데 어디 그뿐이었을까!
빨래도 죄다 떨어뜨려놓고 가는 곳마다 일거리를 만들어줘서 매일같이 싸우기 바빴다.
산삼이를 임신했을 때는 연고도 없는 곳에 이사 와서 굉장히 조용한 태교를 했었는데 홍삼이는 막달이 다가올수록 엄마가 오빠를 보고 큰소리로 웃거나 화를 내니 엄청 시끄러웠을 거다.
초음파사진에 쉿~하는 손동작이 찍혔을 정도이니 얼마나 시끌시끌한 일상을 보낸 건지 모르겠다.
문제는 내가 매일 반복되는 똑같은 싸움에 체력의 한계가 왔는지 점점 산삼이가 미워 보였던 것인데 '어떻게 엄마가 아이를 밉게 볼 수 있지?'라는 생각에 나쁜 엄마가 된 것만 같아 괴로웠다.
이 마음을 다시 다잡으려 아이랑 싸우더라도 매일 뽀뽀를 하고 안아주기를 실천했는데 마음에서 나오는 행동이 아니라 머리에서 시켜서 억지로 하는 행동이라는 생각에 '내가 과연 엄마의 자격이 있는 사람인가?'라는 물음이 나의 마음을 더욱 괴롭게 했다.
화가 나서 소리 지르고 혼을 내다가도 마음이 진정되고 밤만 되면 천사처럼 자는 아이를 보고 겨우 태어난 지 1년 좀 넘었을 뿐인데..라는 생각이 들며, 아이가 엄마를 잘못 만나 고생하는 것 같아 안타깝고 미안한 마음에 매일 밤마다 홀로 고해성사를 반복했다.
ps. 막상 아기엄마들 만나 대화를 나누어보면 다 비슷한 상황인 것 같다. 육아는 내가 생각한 것보다 더 힘들고 어려울 거라고 예상은 했지만, 정말 너무 어려운 것 같다. 너무 자책하지 말고, 조금 더 평온한 마음을 가져보자.. 라기엔 아직도 매일 롤러코스터를 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