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어둠의 그림자

어둠에게 지배당하다.

by 반짝반짝 작은별


연년생 아이가 클수록 좋은 점은 자기들끼리 알아서 잘 논다는 점이고, 힘든 점은 (형제가 있는 집은 다 그렇겠지만) 그만큼 많이 싸우고, 배로 사고를 치고, 배로 빡침이 밀려온다는 것이다.

홍삼이가 제법 잘 움직이고 조금씩 소통이 되기 시작하니 둘이서 1분 잘 놀고, 2분 싸우고, 1분 잘 놀고, 1분 싸우고 이런 패턴의 반복이었다.

그래도 둘이 1분씩이라도 잘 놀아주니 설거지하며 수없이 뒤돌아봐야 해서 고통받던 나의 옆구리와 목이 조금은 살만해졌다고 느꼈다.


그 순간에는 빛 한줄기가 보이는 느낌이었는데,

마음의 여유가 부족했던 탓일까.

나는 어둠에게 잡아먹히고 있었다.

아이 둘이 온 집안을 하루 종일 헤집고 돌아다니며 일거리를 늘려놓으니

매일같이 속에서 분노가 들끓었다.

터져 나오는 분노 이후에

매일 되풀이되던 미안함의 반성과 더 잘하자는 다짐은 어느새 '너는 엄마라는 년이', '이 예쁜 아이들이 차라리 더 좋은 엄마를 만나면 행복하지 않을까?', ' 왜 나 같은 엄마를 만나서 고생하지?' 등의 자해성 생각으로 바뀌어져 있었고, 분노가 나를 사로잡을 때면 아이들이 없는 곳으로 가 방문에 머리통을 갖다 박는 등의 자학행위를 하고 있었다.


.. 마음이 너무 힘들었던 시기였는데,

시원하게 터놓고 말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어릴 때부터 우는 모습은 누구에게도, 특히 가족에게도 절대 쉽게 보이지 않던 성격이라

혼자 우는 게 너무 익숙했다.

신랑도 한창 일에 치이던 시기라 나의 마음을 헤아려주기에는 너무 힘든 상황이었다.

휴가가 필요하다는, 쉴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나의 말에 너무나 실망스러운 답변이 돌아왔고, 이제는 기분만 남아 기억도 안나는 그 말이 그때는 굉장히 아픈 상처였다.

그때는 신랑의 그 한마디가 굉장히 나를 쓸모없는 사람처럼 느끼게 했다. ("여보야, 도대체 뭐라고 지껄였던 거야?")


아이들을 혼내거나 화를 낸 뒤에는 '차라리 이혼을 해서 내가 사라져야 하나?'라는 생각까지 했는데 당시 나는 너무, 너어어어무 도피하고 싶었다.

사라지고 싶었다.

아무도 없는 무인도에 핸드폰도 없이 혼자만의 시간을 갖고 싶다고 생각했다.


이 생각들은 내 마음이 완전히 벼랑 끝으로 내몰렸을 때,

'그냥 이대로 잠들어서 영원히 깨지 않았으면 좋겠다.'로 이끌었다.

PS. 정말 듣기 싫었던 말 : "말 잘 들으면 그게 애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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