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속 터짐
산삼이는 어린이집 생활을 잘했다.
문제는 너무 잘했다.
집에서와 다르게 어린이집생활은 정석 그 자체라
상담을 할 때면 학부모와 선생님이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는 이상한 상황이(?) 연출되었다.
산삼이는 아기 때부터 애정표현을 좋아했고
소꿉놀이가 재미있었는지 주로 여자친구들과
잘 어울렸는데, 여자친구가 넘어지면 손잡아서 일으켜줘, 무릎 털어줘, 신발 고쳐줘
아주 친구 엄마들 마음까지 홀랑 뺏어버리는 타고난(?) 꾼이었다.
놀이터에서 놀다가 꽃이라도 꺾으면 "엄마!" 하며 갖다 주는 걸 보며 주변 엄마들은 어디서 이런 걸 배운 거냐며 우리 신랑이 스윗가이인줄 알았지만
난 꽃 선물을 싫어하고(두둥), 우리 신랑은 스윗가이가 아니다.
산삼이는 그냥 돌연변이었다.(하! 하! 하!)
꽃 주는 아들도 좋고, 여자친구 잘 챙기는 아들도 좋지만 문제는 가끔 정말 바보인가? 싶을 정도로 여리고 눈물이 많았다는 점이었다.
집에서는 동생한테도 지는데 밖에서는 친구가 놀이터에서 "이거 내 거야!" 하니 한마디도 못하고 울면서 놀이터 터널로 들어가는 아들을 보고 있자니
어휴...
갈길이 참 멀구나 싶었다.
보통 아들은 체력이 힘들고 딸은 정신이 힘들다는데 어찌 된 건지 우리 집은 바뀐 것 같았다.
놀이터에서 더 큰 형아친구들이 노는 모습을 보면 저렇게 위험하게 노느니 이렇게 여자친구들이랑 소꿉놀이 하는 것도 좋겠다 싶으면서도 계속 이렇게 마음도 여리고 눈물도 많으면 어쩌지? 걱정도 되었다.
PS. 그런데 어느 날부터 남자친구들이랑 어울리더니 지금은 남자친구, 여자친구 모두 같이 어울려서 논다.
아직도 눈물은 좀 많은 것 같지만 울면서 방으로 뛰어들어가는 일은 거의 없다.
엄마만 속이 터질 뿐, 아이들은 자기 속도에 맞게 크고 있는 것 같다.
지켜봐야 하는데 속에서 불씨가 올라오는 게 문제다. (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