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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태공 Aug 04. 2023

<아사히 슈퍼드라이 생맥주> 같은 사람

쓰레기통은 제때제때 비우자. 휴지통도, 내 마음도. 


나는 술을 참 좋아합니다.

좋아하는 주종이 뭐냐고 물으신다면, 그때그때 달라요.


                                                 <사진: SBS 웃찾사, 미친소>



네 맞습니다. 옛날 사람. ㅎㅎㅎ


육퇴 후엔 가볍게 맥주 한 캔.

비 오는 날에는 파전에 막걸리.

동네 엄마들과 한 달 한 번 곱창에 소주.

회식할 땐 소맥. 그리고 노래방.

가끔 와인 한 잔.

정~말 피곤한 날 장식장에 위스키 꺼내어 니트 한 잔 마시고 나면 잠이 솔솔.


이렇게 적고 나니 이 여자 알코올 중독인 건가 싶으시겠지만, 그 정도는 아닙니다~~

그냥 두 달에 한 번씩 남편이랑 와인 아웃렛 쇼핑하는 게 낙인 여자가 맥주 마시다 떠오르는 생각들을 몇 자 적어봅니다.


아이가 어제 방학을 했습니다.

예상대로, 오늘 오전 잠깐 숙제를 해놓고는 내내 놉니다.

친구들까지 골고루 초대해 가며 논다는 첩보를 아빠가 들려줍니다.


퇴근하고 나니 감기가 심해진 아빠는 안방으로 들어가 셀프 격리를 하고(누가 보면 코로나인 줄)

저와 육아 교대를 합니다. (아니, 퇴근하자마자 육출이라니 너무 심한 거 아니오 남편 양반)

아이 친구가 놀러 와서 그럼 치킨이나 시켜 먹자~

입맛 없다는 남편 약 먹어야 된다고 불러내 치킨을 먹입니다.

오롯이 혼자 아이 둘을 봐야 하니 오늘은 치맥 실패입니다.

아이들은 아빠가 아파서 못 놀아 준다 하니 감기를 원망하네요 ^^;;


글 쓸 시간이 되어서 서재에 들어와 글을 쓰는데 아이들이 마냥 티브이만 보는 건 아닌가 싶어서

서재에서 같이 방학 계획표를 만들어 보자고 꼬드깁니다.

사실은 딸아이의 엉망진창 계획표를 다시 만들 요량으로...





저 표정 보이시나요. 너무 즐거워합니다.

계획표 만들기 아니죠. 그냥 친구랑 색칠하고 노는 겁니다 하하하

한참을 깔깔대다 "엄마 다 했어요" 계획표를 건넵니다.

엥... 또 1일 1 식입니다.


계획은 실천 가능하도록 짜는 거라고 단단히 일러두고 다시 그려보라고 했더니 입이 댓 발 나옵니다.

그래도 어쩌겠어요. 친구 앞이니 울 수도 없고. 다시 해야지. (OO아 고맙다~~~)

이번에는 자기도 마음에 들었는지 테이프로 방에 붙여놓았어요.

휴... 친구와 바이바이를 하고 엄마가 글을 마저 쓰는 사이 또 돌격 티브이 앞으로!!


"너 안 잘 거니?"

"아까 초콜릿 먹었더니 잠이 안 와요."

"엄마랑 산책할까?"

"네!"


내일 친구와 도자기 공방에 가기로 했는데 친구와 먹을 간식을 산다더니

친구 동생 간식까지 야무지게 엄카로 결제를 하십니다.

너 산책한다며..... ㅡ_ㅡ


아파트를 한 바퀴 돌고 들어와 이제는 정말 꿈나라에 갈 시간!

어느새 코를 드르렁 곱니다. 아놔!!!!!!!

오늘 잠은 다 잤다 싶어 글이나 쓰자, 맥주 한 캔 들고 서재로 들어옵니다.



최근 제가 좋아하는 맥주인 아사히 슈퍼 드라이 생맥주입니다.

이 시간에 맥주에 나초라니... 이번 생은 다이어트는 글렀어요.

뚜껑을 오픈하자 뽀얗게 올라오는 거품을 보니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넌 참 솔직한 아이구나.



아사히 생맥주는 4도에서 8도까지 온도에 따라 거품 양이 달라집니다.

너무 차면 거품이 아예 생기질 않고, 10도 이상 온도가 넘어가면 거품이 콸콸콸~~

그래서 저는 김치냉장고에 넣어뒀던 맥주를 상온에서 10분 정도 꺼내둔 후에 오픈합니다.

그러면 딱 적당한 풍미의 거품이 올라옵니다.

거품이 덜 올라온다 싶으면 양손으로 캔을 감싸면 몽글몽글, 사랑이 피어나듯 거품도 피어나지요.



우리는 감정을 드러내는 것을 굉장히 죄악시 여기는 편입니다.

화가 나면 참아야 하고, 남자는 눈물을 흘려선 안되고(물론 지금은 그렇게 가르치는 부모는 없지만요)

불만을 얘기해도 안되고, 항상 웃고, 친절하게, 남을 배려하라고 가르칩니다.

또 너무 좋아해도 안된다고 합니다. 뭐 어느 장단에 춤을 추라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제때 표현되지 못한 감정들이 쌓이고 쌓이다 어느 순간 폭발하게 되면 걷잡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게 됩니다.

사람과의 관계가 완전히 틀어지기도 하고, 일을 그르치기도 하지요.

우리의 감정은 그때그때 비워내야 합니다.

나쁜 감정일수록 빨리 비워내야 합니다.


아티스트웨이, 나를 위한 12주간의 창조성 워크숍 - 줄리아 카메론 저, 경당-이라는 책에

매일 아침 일어나자마자 모닝페이지를 3페이지 정도 작성하는 행위를 통해 나의 본질을 찾는 과정이 나옵니다.


기상 직후, 무의식 상태에서, 생각나는 대로 써내려 갑니다.

욕을 쓰는 사람도 있어요.

그리고 쓴 글은 가급적 보지 않습니다. (오글거림과 창피함은 나의 몫)

일련의 과정들을 통해 내 감정을 바로 알고, 자기 성찰을 하게 됩니다.


요즘 사무실에 부쩍 초파리가 날아다닙니다.

도대체 사무실에 초파리가 생길 일이 없는데 어디서 생겼을까~ 직원들이 총출동했습니다.

어떤 직원의 쓰레기통에 오래전 버려둔 봉투에서 초파리가 잔뜩 꼬여있는 걸 보게 됩니다.



우리의 감정도 이와 같습니다.

제때 비워내지 않으면 초파리가 꼬이고, 썩게 됩니다.

또한 쓰레기통이 꽉 차 있으면 좋은 감정을 채울 수도 없게 됩니다.


좋은 감정은 더 오래도록 기억하기 위해 장기 기억 속에 보관하고,

미움, 분노, 화 등의 감정은 바로바로 비워내서 내 마음을 돌보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그러기에 가장 좋은 수단은 바로 "기록"입니다.

다른 사람한테 감정을 모두 풀어냈다간 미친 연놈 소리를 듣기 십상이니까요.


또 우리는 사회적 지위라는 게 있으니까.

내일 출근해서 직원 얼굴 보기 민망해지지 않으려면,

적당한 때에, 적당한 장소에서, 적당한 방법으로 감정을 잘 풀어내야 합니다.

저 사람 뒤끝 작렬이네 소리를 안 들으려면 감정은 쌓아두지 말고 바로바로 표현해야 합니다.


온도 변화에 따라 거품 양이 달라지는 아사히 생맥주처럼,

우리도 내 마음의 변화에 조금은 더 민감하게 반응해 보는 건 어떨까요?


건강이 중요하다고 합니다. 체력은 국력이라는 옛말도 있지요.

그런데 저는 몸 건강 못지않게 마음 건강의 중요성을 강조합니다.


참된 교육을 위해서는 지덕체가 조화롭게 이루어져야 한다고 합니다.

하물며 기독교에서 얘기하는 하느님(혹은 하나님)은 삼위일체이신 분 아니었던가요.

이처럼 우리도 몸과 마음, 생각의 건강을 함께 도모해야 할 것입니다.


몸 건강은 꾸준한 운동을 통해서,

마음 건강은 감정의 적기(適期) 표현을 통해서,

생각 건강은 독서와 말하기, 글쓰기를 통해서 다듬어질 수 있습니다.



저는 오늘도, 여러분의 몸맘사건(몸, 마음, 사고의 건강)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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