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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샤인머스캣 May 08. 2023

마침 내게 찾아온 긴긴밤



요 며칠 머릿속이 부산스러운가 싶더니 어김없이 찾아온 긴긴밤. 몇 시간 전에 올렸던 [긴긴밤]의 책이 떠오르는 밤이다. 부산스러운 머릿속의 스위치를 강제로 꺼주던 약이 줄어서 일까 싶다가도 돌아보면 나의 생활 패턴을 손 볼 때가 되었다. 규칙적으로 먹고 자기에 조금 소홀해도 약을 먹으면 순식간에 멍-해지고 기절하듯 잠들 수 있었다. 조금 방탕하게 지내도 괜찮다고 나도 모르게 약에 의존하다보니 사실상 불면증을 이겨낼 수 있는 자의적인 노력이 줄어들고 있었던 것이다. 낮잠을 아무리 자도 밤에 약을 먹으면 또 금세 잠들 수 있다는 사실이 찝찝했지만 좋았다. 하지만 약을 먹기 전, 중, 후 내가 기억하지 못하는 행동들을 하는 것을 같이 사는 남동생 덕분에 알게 되면서 조금씩 의존도를 낮추고 있다. 오늘은 금요일부터의 연휴로 내리 쉬고 다다른 일요일, 밖에 나가지 않고 집에만 있었다. 아주 늦게 자고, 아주 늦게 일어나고 먹고, 책 읽고, 쉬고, 초저녁에 또 잠을 자니 지금 잠이 안 오는 것이 당연지사. 이 정도면 불면증에 호소하기엔 내 생활 패턴이 떳떳치 못하다. 이번주에는 새롭게 시작하는 외부강의도 있어 컨디션 조절이 중요해서 지금 잠 못 드는 밤이 조금 불안하지만 자업자득인걸, 또 막상 강의 시간이 오면 초인적인 힘을 발휘하여 그 순간 혼신의 힘을 다해 강의를 잘 끝마칠 내 자신을 잘 안다.


뒤척이는 밤이 너무 길어지면 잠에 들기 위해서 가장 하지 말아야 할 행동 1순위인 핸드폰 보기의 유혹을 뿌리치기 힘들어 진다. 잠이 많은 사람들은 핸드폰을 보다가 꾸벅꾸벅 졸고 잠에 드는가 하면 나는 120%의 확률로 핸드폰을 보면 절대 잠에 들지 못한다. 같은 이유로 커피 한 방울도 입에 안 댄지 5년이 되어 가는데, 한 밤의 핸드폰(특히 유투브 쇼츠)은 그런 내가 야밤에 커피를 들이붓는 것과 같다. 그러다 결국 타자를 친다. 이 밤이 막연히 두려운 시간이 아니라 명확한 인과 관계가 있다는 것을 정리하려고, 그리고 안심시키려고, 사실은 내가 쇼트슬리퍼여서 하루에 3시간 정도만 자도 괜찮다는 망상까지 덧붙여 보려고 말이다. 끔찍한 기억들이 내가 잠에 들지 못하게 붙잡던 긴긴밤들 보단 훨씬 낫다. 아주 평범한 이유로 잠이 안 오는 정말 평범한 밤이기 때문이다. 나쁘지 않다. 아주 보통의 사람이 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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