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비건을 비건이라 말하지 못하고

by 샤인머스캣

현재 시점으로 약 2년째 비건(Vegan)으로 지내고 있으며, 지나온 이야기를 일기장에서 꺼내옵니다.


비건과 관련된 브런치나 글들엔 육식주의에 누구보다 앞장섰던 사람들의 회고록이 자주 등장한다. 그들 모두 자신이 비건, 채식주의에는 관심조차 두지 않았었던 사람임을 고백한다. 나 역시 똑같은 사고 과정을 거쳐 비건이 되어 동질감과 신기함을 느꼈다.


지금껏 끼니에 동물성 단백질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고, 웨이트 트레이닝을 하며 닭가슴살까지 매일 먹었다. 뿐만인가, 유청단백질부터 온갖 단백질 식품은 강박처럼 챙겨 먹었다. 더불어, 주말에는 든든히 먹어야 한다며 고기 요리를 꼭 해먹었다. 고기 요리의 경이로움에 매번 감탄하며 유투부에는 고기남자, 육식맨, 정육맨 등등의 바베큐 요리를 선보이는 유투버들을 구독하고 열심히 찾아봤다.


그러다 정말 정말 우연찮게 헬스장에서 유산소를 타며 볼거리를 고르다가 넷플릭스의 <몸을 죽이는 자본의 밥상>을 본 것이 시발점이 되었다. 전혀 예상도 못한 계기로 이제껏 상상도 못한 길로 들어서게 되었다. <자본의 밥상>은 육식주의와 과식을 조장하는 사회와 기업, 국가가 어떻게 유착되어 있고 진실을 가리는지 알려준다. 낙농업계와 축산업계, 가공식품, 제조, 기업, 의약, 의료까지 채식이 환경에 훨씬 이롭고, 건강에도 이롭게 식단을 병행할 수 있으며, 동물 윤리에도 기여한다는 것을 필사적으로 가린 이유들을 고발한다.


그 이후로 관련 다큐를 모조리 찾아보고, 칼럼을 읽고, 책을 빌려보고, 다양한 베지테리언들과 비건들의 삶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안그래도 머리가 복잡한 사람이었는데, 삶이 한 층 복잡해지긴 했다. 비건으로 살아가기에 만연한 육식주의 풍조와 사회, 잘못된 정보와 육식을 종용하는 미디어의 범람에 정신을 차리기 힘들기 때문이다. 오랜만에 동네 산책을 하니 평소와는 완전히 달라진 산책길이 되어있었다. 즐비한 고깃집과 횟집, 디저트 카페 등에 내가 비건으로서 먹을 수 있는 것이 단 하나도 없었다. 비건의 소비 선택지는 극히 적어 외부 활동에 꽤 많은 제약을 받는다.


특히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보다 채식주의자의 비율이 극히 적어서, 비건은 완벽한 '소수자'이다. 시장에서도 사회에서도 소외당하고 배제당한다. 서양에는 당연하게 식당에 비건 옵션이 있지만, 우리나라는 꿈도 못꾼다. 주변에서 실제로 비건인 사람들 단 한 번도 만나보지 못했고, 채식에 대한 이야기나 환경에 대한 주제에 관심있는 사람들도 거의 없었다. 그러니 자신이 비건임을 쉽사리 밝히지 못하고, 현실과 타협하는 경우가 대다수일 수밖에 없다. 사회적으로 생존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도 이전보다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고 비건을 지향하게 되면서 식료품 시장도 조금씩 변하고 있다는 것이 참 반갑다. 풀무원 같은 대기업에서는 특히 비건 라인의 맛있는 식품들을 줄줄이 내보이고 있어, 비건인들의 환영뿐 아니라 논비건들의 관심도 끌고 있다. 사회의 인식도 하루빨리 변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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