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후 우울증

엄마에게 SOS를 쳤으나...

by 샤인오름


아이가 태어나고 잠다운 잠을 맘 놓고 자본 적이 없는 나는 매일 피로에 절어 있다. 해도 해도 끝이 없는 집안일은 어찌할 방도가 없다.


아이들을 보면 분명 행복한 것은 맞으나 힘든 것도 사실이다. 누군가 한 번만이라도 온전히 아이를 봐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동시에 누구에게도 아이를 맡기지 못하는 나이기도 했다.


아이가 내 눈앞에서 안 보이면 불안하고 그 누구에게도 오롯이 아이를 맡기지를 못한다. 불안 때문이다. 누군가 아이를 봐준다고 해도 내 눈앞에서 봐야만 한다.


강박에 가까운 나는 내가 감당해낼 수 있는 한계치를 넘어서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아무튼, 마음 깊은 곳에 불안과 두려움의 감정을 품고 애써 나는 괜찮다 잘할 수 있다는 최면을 걸며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었다.



남편이 출근하고 나면 나의 일상은 아이들과 시작된다. 아이들의 언어로 아이와 눈높이를 맞추며 온통 아이에게 집중되는 시간이다. 누구와도 대화다운 대화를 할 기회조차 없다. 옹알이를 하는 아이의 언어에 맞춰져 가고 있다. 찾아오는 사람도 없고 만날 사람도 없다. 점점 고립되는 느낌이 든다.


산밑에 자리 잡은 우리 집은 한낮에도 적막하고 이명이 들릴 만큼 고요하다. 사람 소리 하나 들리지 않는 고요함은 불안한 신경을 자꾸 자극하곤 한다.


가끔 들려오는 “계란이 왔어요”라는 계란 장수 아저씨가 녹음해서 틀어놓은 소리가 점점 크게 들렸다가 서서히 멀어지며 희미해지고 그마저도 금세 사라져 버린다.


빌라에는 여러 가구가 살고 있으나 다들 맞벌이 가구인지 낮 동안엔 사람 말소리 발걸음 소리 하나 들리지 않는다. 바람 소리 새소리 외에 사람의 인기척은 전혀 들리지 않는 환경 속에 있다는 것이 점점 숨 막히고 힘들어지는 나날이다.


하루하루 지나며 마음속에 원인 모를 불안감이 올라오기 시작한다. 그럼에도 애써 감추며 누구에게도 표현하지 않았다. 아이가 아프거나 유난히 보채는 날엔 그 불안감은 더 커져만 갔다. 내 마음이 불안정하니 아이에게도 불안이 느껴지는 듯하다.


아이들에게 들키지 않으려 감정을 숨기는 데 익숙해지지만, 불안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감추고 있는 것이기 때문에 근본적인 해결이 필요했다. 불쑥불쑥 올라오는 불안에 눈물이 주르륵 쏟아지는 날들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평소보다 낮잠을 길게 잔다는 생각이 들면 여지없이 무서운 생각에 아이가 숨을 잘 쉬고 있는지 살피게 되고 평소보다 울음 끝이 길다는 생각에도 뭐가 잘못된 걸까? 자는 아이를 들여다보며 갑자기 안 좋은 일이 생길 것 같은 불안감이 더럭 들고 나 역시도 뭔가 잘못될 것 같다는 두려움이 지배하곤 했다.




매일 불안함이 반복되며 일상이 힘들어지기 시작했다. 남편에게도 말했으나 돌아오는 대답은 왜 그래? 마음을 편안하게 가져! 우리 가족 이렇게 행복한데 불안할 이유가 없잖아 라는 말뿐이다. 뾰족한 대안도 없이 그냥 대수롭지 않게 여겼고 또 잠시의 걱정도 그때 뿐이었다.


가끔 친정 식구들이 오면 그때만큼은 마음의 안정을 찾게 되곤 했다.

가족들이 특별한 것을 해주는 것도 아니고 어떤 말로 위로해 주는 것도 아니었다. 그저 아이를 안아주고 놀아주며 아이와 함께 해주는 것만으로도 의지가 되고 불안감이 잦아드는 것이다.


그러나 잠시 불안을 잊을 뿐 식구들이 돌아가고 나면 또다시 불안한 그림자는 내 마음을 지배했다. 그렇다고 바쁜 사람을 매일 와달라고 할 수도 없는 일이었다. 그 고요 속에 있는 것이 날이 갈수록 힘들어진다.


사실 친정 식구들과 시아버지 시누이까지 모두가 옆 동네에 모여 산다. 그런데 한쪽은 불편하고 한쪽은 마냥 기대고 싶어지는 관계들로 마음이 나뉜다.


그러나 친정식구들에게 오롯이 내 마음 상태를 전하지는 못했고 마음으로 의지하며 견딜 뿐이었다. 또한 그 당시 친정엄마는 오빠네 가족과 함께 살며 친손주들의 양육을 맡아주었기에 우리 아이들까지 부탁할 수는 없는 일이었다.




결국 나는 그렇게 불안한 시간을 오롯이 견뎌야만 했다. 그러나 모든 것이 끝날 것 같은 불안이 극에 달한 어느 날엔 친정엄마에게 sos를 쳤다.


엄마! 잠깐 우리 집에 와 주면 안 돼요?

왜? 무슨 일 있어?


내가 좀 마음이 힘들어서 그래! 자꾸만 무서운 생각이 들고 눈물이 나!라는 말끝에 감정이 북받쳐 울먹이고 있었다. 그냥 내 옆에만 좀 있어 줘! 자꾸만 눈물이 왈칵왈칵 쏟아진다.


그러나 내 마음 따윈 1도 관심 없는듯한 엄마의 말에 마음이 무너져 내린다.


창문을 열고 환기를 좀 시키고 멀리 숲을 자주 봐! 숨을 크게 들이마시고 천천히 내뱉는 호흡에도 집중해 보면 한결 좋아질 거야!라고 말할 뿐 끝내 곁을 지켜주는 일은 하지 않으셨다.


그때 그 마음이 한없이 서운하고 외롭게 느껴졌다.


내 마음이 흔들거리니 모든 것이 속상하고 아쉽고 서운함이 극에 달한다. 그렇게 혼자 버텨온 시간은 산후우울증으로 나를 찾아온 것이다. 분명 아이들은 건강하게 잘 자라고 있고 모든 생활은 편안해졌지만, 마음 깊은 곳에서 머무르는 어두움과 불안은 쉽게 잠재워지질 않는다.


누구든 눈만 마주쳐도 눈물이 그렁그렁해지고 따뜻하게 건네는 인사 한마디에도 눈물이 핑 돌면서 울컥했던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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