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월의 끝에는 흰 꽃이 피었다

by 찬란

오월은 유난히 무성하다.



벚꽃이 진 자리엔 초록이 솟고, 초록은 더 푸르러지며 바람을 밀어낸다. 교정의 나무들은 이달의 풍경을 가득 안은 채 무언가를 기다리는 듯 서 있다.

나는 그 나무 아래에 멈춰 서서, 오래전 이맘때를 떠올린다.

중간고사가 끝난 날, 너는 문득 교실 창가에 기대어 말했다.




“이제 여름이 오려나 봐.”




조곤한 그 말은 한낮의 햇살처럼 맑고 가벼웠지만, 나는 너의 눈빛에서 조금 이른 이별을 예감했다.

우리는 오월의 끝에서 각자의 계절로 떠났다. 나는 도시의 먼지를, 너는 바다의 파도를 닮은 곳으로.

햇빛이 들이치는 책상 위에 네가 마지막으로 남긴 메모가 놓여 있었다.



“꽃이 피면 꼭 생각나.”






생각의 대상이 드러나지 않는- 불완전한 그 문장 하나가 나를 매해 오월로 이끌었다. 잊은 줄 알았던 말들이, 감정들이, 다시금 눈앞에 선다.

무성히 흰 꽃을 피운 나무가 피어 있던 그 길을 걸으면, 네가 내 옆에 서 있는 듯하다.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다만 함께 걷고 있는 듯한 기분. 지금도 여전히.




꽃은 피었다가 진다. 사람도 그렇다.


그러나 어떤 말, 어떤 눈빛, 어떤 계절은 너무 선명해서- 마음 안에서 시들지 않는다.

나는 여전히 오월이면 흰 꽃을 보고, 흰 꽃을 보면 너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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