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여름 아내의 생일날
오늘은 아내의 생일입니다.
올해는 무언가 특별한 선물을 준비하려고 했지만, 예전과 비슷한 레퍼토리로 축하해 주고 말았습니다. 며칠전에 봐두었던 꽃집에 들러 이리저리 꽃을 둘러보고 값을 치루고, 생일 전날 저녁에 꽃다발을 들고 집으로 향했습니다. 나이가 먹을수록 꽃이 더욱 좋아진다는 아내의 말을 생각하며 꽃을 하나하나 직접 골라볼까도 했지만, 보면 볼수록 알수없는 꽃의 세계인지라 전문가인 꽃집 아가씨의 능력에 맡기고 말았습니다. 그렇게 부탁한 꽃다발을 찾을 때는 묘한 설레임이 느껴집니다. 예쁘게 나왔는지, 아내가 좋아하는 꽃이 있는지, 크기는 어떠한지 등등... 꽃다발을 종이 가방에 넣어 들고가기 편하게 담아준 마음에 감사하며 지하철에 올랐습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서프라이즈 대신 아내와 1층 마당에서 마주치고 말았습니다. 아들 티현이의 성화속에 아빠를 마중하러 가는 길이었다고 합니다. 힘쎄고 활발한 아들과 오후를 보낸 지친 아내는 힘겹게 꽃다발을 받아듭니다. 꽃을 받아든 아내는 언제나처럼 참 행복해 합니다. 그래서일까요? 꽃 대신 다른 것을 선물할 엄두가 잘 안납니다. 가끔 다른 아이템을 제안해 보기도 하지만, 돌아오는 답은 언제나 'no'입니다. 꽃든 아빠를 처음 보는 30개월된 티현이는 "아빠 곰따~(고맙습니다) 아빠 생일 추카해요~" 라며 꽃을 든 나에게 허리를 굽히며 인사를 합니다. '내 생일이 아니고 엄마 생일이야' 라고 계속 알려주지만 티현이는 들은 척도 안하고 "곰따~ 추카~"라는 말을 20번 정도 반복하였습니다.
생일날 밤이 되었습니다.
졸리면 땡깡이 심해지는 티현이를 얼르고 달래 이를 닦고 우유를 물려주어 겨우겨우 재웠습니다. 원래는 생일날 아침에 이 글을 선물로 주려고 했던 계획이 무산되었기에 오늘 밤에는 꼭 써줘야겠다는 일념으로 맘을 다잡고 책상 앞에 앉았습니다. 끄적거리고 있는 내 옆으로 아내가 지나갑니다.
"머해? 일해?"
"자아성취."
"아... 좋겠다 자아도 성취하고."
"잠깼어? 잘 때까지 옆에서 놀아주까?"
아기가 태어나고 자라갈수록 세상에 둘만 바라보던 한때 연인이었던 두 사람은 엄마와 아빠로, 부부가 되어갑니다. 아쉽다면 아쉬운 것이겠지만 나이를 먹고 세월이 흘러가듯 자연스러운 현상이겠지요. 그전에는 둘만이 공유하고 즐기던 많은 것들이 점점 사라져 가곤 하는데 안타깝게도 가장 많이 사라지는 것 중 하나는, '대화'입니다. 아직 무엇을 쓸지 통 생각이 나지 않아 막혀있는 상태인 몸과 마음도 추스릴 겸 아내와 이런저런 얘기를 도란도란 나누었습니다. 길지 않은 10분여의 시간이었지만, 아내를 많이 웃게 한 시간이었습니다.
인생이란 길고도 짧은 여행을 하면서 몸과 마음이 편하게 의지할 수 있는, 같이 살아갈만한 사람을 발견하는 것은 기적같은 일입니다. 부족하고 모자란 자신과 함께하는 상대방에 대해서는 언제나 미안하고 고마운 마음이 늘 가득한 법입니다. 올해도 값진 선물 없이 수수하고 평범한 하루를 같이 보냈지만, 지나온 날들보다 앞으로 함께 할 날들이 더욱더 많기를 기대하는 우리 부부에게, 서로가 서로에게 꽃이 되고 대화가 되는 삶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티현이 엄마,
사랑합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