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과 출산을 통해 내가 겪은 몸의 변화 3
임신 6~7개월이 되어 제법 배가 나오게 되자 배 한가운데에 배꼽을 중심으로 거무튀튀한 선이 생겼다. 임신 중 나오는 프로게스테론이라는 호르몬이 멜라닌 색소를 만드는 작용을 하는데 이 호르몬 때문에 겨드랑이도 까맣게 착색되고 배에도 선이 생긴 것이었다. 그 선 위에 있는 배꼽은 배가 나올수록 점점 툭 튀어나올 것만 같았다. 임신 전의 나의 납작한 배와 길쭉한 배꼽은 흔적도 없었다.
"자기야, 이거 봐 바... 내 배에 줄이 생겼어." 시무룩한 표정으로 남편에게 배를 보여주었다.
"헉! 이거... 없어지는 거야?" 남편은 신기한 듯 만져보며 물었다.
"응~ 아기 낳으면 없어지겠지? 배꼽은 튀어나오다 못해 사라질 태세야."
다행스럽게도 튼살은 생기지 않았다. 고등학교 때 살찌면서 엉덩이와 허벅지에 튼살이 생겼었기에 걱정을 했는데 말이다. 임신 중 생기는 튼살은 사춘기 때와는 다르다. 프로게스테론의 증가로 인한 색소침착과 체중 증가로 인해 치부 진피층이 표피가 늘어나는 속도를 미처 따라가지 못해 균열이 생기는 것이다. 산모의 70% 정도가 겪는 변화인데 한번 생긴 튼살은 출산 후 은백색으로 희미해지긴 하지만 완전히 없어지지는 않기에 두려움의 대상이다. 튼살이 생기느냐 안 생기느냐는 흔히 '살성'이 좌우한다고 하는데, 체질적으로 피하조직이 약하면 더 잘 생기기 때문이다. 타고난 살성을 바꿀 순 없으니 튼살을 예방하는 최선의 방법은 체중이 급격하게 늘지 않도록 조절하는 것이다. 고가의 튼살 오일과 크림 등 제품이 많지만 현재까지의 연구 결과로는 효과가 증명되지 않았다. 나는 천연 시어버터와 코코넛 오일로 배와 엉덩이를 보습하면서 매일 열심히 운동으로 관리했다.
만삭이 되면 오장육부가 커져가는 자궁과 아기를 피해 여기저기로 짱 박히게 된다. 소화도 안되고 숨쉬기도 힘들다. 출산을 한다고 해서 이 모든 장기들이 곧장 제자리를 찾는 것이 아니었다. 이들이 원래 위치로 돌아가기까지 적어도 산후 백일이 걸리는데 나는 딱 6개월이 걸렸다. 그때까지는 몸이 전체적으로 조금 부어있는 상태였는데 손가락 발가락도 예외는 아니었다. 비로소 약지에 결혼반지가 들어갔을 때 내 몸이 회복되었다는 것을 체감할 수 있었다. 체중이 회복되는 속도와는 다르게 배는 서서히 들어가고 임신선도 조금씩 희미하게 사라졌다. 배꼽도 더디게 들어갔다. 그러는 과정에서 분비물이 많이 나오고 체취도 심해졌다. 몸이 리셋하는 여정에서 노폐물이 많이 나오는 모양이었다.
산후 다이어트 후 임신 전 체중보다 더 감량해서 복부가 납작해지고 십 일 자 복근이 생겼다. 임신선도 사라졌고 배꼽도 원래 모양으로 돌아왔다. 임신 중에는 흉하게 느껴졌던 내 몸을 유튜브에 올린 임산부 영상으로 다시 봤다. 지금은 내 곁에 있는 아이가 저 뱃속에 들어있었다니 경이롭고 신기했다. 나의 얼굴은 빛나고 있었다. 스스로에게 '아름답다'라고 느낀 적은 없었는데, 화면 속 내 모습을 표현할 만한 형용사가 딱 그거였다.
아름답다.